일본의 오늘

금지선 넘은 일 자위대… 미군 폭격기 지원 훈련

서의동 2013. 8. 13. 17:47

ㆍ이미 작년에… 아베 내각 ‘집단적 자위권’ 헌법 해석 변경 공식화


일본 항공자위대가 지난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한 미군 전략폭격기 지원훈련을 실시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도쿄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헌법상 금지돼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자위대는 이미 ‘금지선’을 넘는 훈련을 해온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도쿄신문은 항공막료감부(참모부)가 발행하는 내부 매체 ‘비행과 안전’ 지난해 7월호에 항공자위대 F15기 편대가 미군 전략폭격기 B52를 지원 및 보호하는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했음을 보여주는 훈련체험기가 실렸다고 소개했다.


 ‘통합·공동훈련 참가 시의 주의사항’이라는 제목의 이 수기는 자위대 제6항공단 소속의 1등 공위(대위에 해당)가 쓴 것으로, 지난해 알래스카에서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주관으로 진행된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FA)’에 참가한 자위대 F15기 편대가 B52기의 폭격을 상정한 훈련에서 과감하게 경로를 열고 끈질기게 전투를 계속해가며 B52기를 엄호했다고 체험을 소개했다. 일본은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같은 훈련에도 한국, 호주와 함께 참가하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이 훈련은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전제로 한 훈련이며, ‘전수방위(專守防衛)’의 틀을 넘어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류큐(琉球)대 가베 마사아키(我部政明) 교수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한 훈련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일본의 방위에 전략폭격기가 필요한가. 전수방위의 틀을 크게 넘어선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자위대가 지원훈련을 한 전략폭격기 B52는 과거 베트남전과 이라크 전쟁 등에서 적진에 융단폭격을 하는 역할을 해온 공격용 무기다. 일본은 평화헌법이 규정하는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공격용 무기인 전략폭격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80년 채택한 견해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하는 훈련을 금지해왔다. 일본 정부는 일본 방어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함정을 자위대가 호위하는 것은 개별적 자위권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입장이었으나 전략폭격기의 엄호 임무는 국회에서 논의된 바 없다. 이에 대해 항공자위대는 체험기에 소개된 형태의 훈련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도쿄신문은 소개했다.


아베 내각은 이날 서면 각의(국무회의)를 거쳐 확정한 정부 답변서를 통해 “전문가 간담회(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 논의를 토대로 대응을 새로 검토하고 싶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추진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자위대, 끝없는 ‘욱일승천’

ㆍ예산 급증, 공격형 무기·해병대 신설
ㆍ내각에 현역 군인, 합참서 문관 배제

일본 자위대의 ‘욱일승천’ 기세가 심상치 않다. 중국과의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을 빌미로 활동 반경과 권한이 확대되면서 평화헌법 이념을 준수하기 위한 방위원칙들을 허물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2기 정권 들어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타국의 현역 군인에 해당하는 ‘제복조’(무관)들의 중용이다. 

아베 총리는 내각관방의 안전보장·위기관리 담당에 나가시마 준(長島純·52) 항공자위대 장보(將補·한국군의 소장에 해당)를 오는 22일 임명할 예정이다. 그간 자위대에서 내각관방으로 파견되는 간부는 2좌(2佐·한국의 중령)급이었다.

자위대의 운용체제도 무관 중심으로 일원화된다. 방위성은 비상사태에 대비한 자위대 운용체제 개편 차원에서 제복을 입지 않는 문관 조직인 운용기획국을 폐지해 자위관 중심 제복조직인 통합막료감부(합참과 유사)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무관의 중용에 대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과의 센카쿠열도 갈등 상황에서 신속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표방해온 ‘문민통제’의 원칙이 약화될 우려가 커진다. 

일본이 지난 6일 진수한 헬기호위함 ‘이즈모’는 길이 248m에 기준 배수량 약 1만9500t(최대 배수량 2만7000t)으로, 최대 14대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갑판을 일부 개조하면 미국의 신형 수직이착륙기인 F-35B도 운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경량 항공모함이다. 

방위성은 ‘전수방위(專守防衛)’의 기조에 부합하는 함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항공모함이 원거리에서 전력을 전개하는 용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토 방위와는 거리가 먼 공격형 무기임이 명백하다. 이는 ‘공격형 무기는 보유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방위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해병대 창설 방안도 지금까지의 자위대 운용 범주를 뛰어넘는다. 방위성이 최근 언론에 공개한 ‘신방위대강’ 중간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중국의 해양진출과 관련해 외딴섬의 방위를 강화하기 위해 상륙작전을 담당할 해병대 기능을 자위대가 보유토록 하겠다고 명기했다. 섬 탈환을 전제로 한 해병대의 활동은 그 자체가 선제공격을 의미해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지만 아베 정권은 창설 방침을 굳혀가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검토되고 있는 ‘적기지 선제공격 능력’ 보유 방안도 전수방위 원칙을 넘어선 것이다. 

아베 정권이 안보를 강조함에 따라 이미 세계 3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방위예산이 또다시 부풀어오르고 있다. 내년 방위비는 올해보다 1800억엔(4%) 늘어난 4조9400억엔이 계상될 예정이어서 2년 연속 불어나게 된다. 

일본이 표방하고 있는 방위원칙(문민통제·전수방위·군사대국 지양·비핵 3원칙) 가운데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보유하지 않으며 영토 내에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 외에는 대부분 형해화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