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한일비교](15)도쿄의 농업소년

서의동 2013. 9. 22. 11:37

가족끼리 친한 고바야시네 집 3층 옥상에서 지난 20일 바베큐 파티가 열렸다. 옥상은 가로 세로 각 5m정도의 면적인데 3분의 2가량이 화분들로 메워져 있다. 일본에서 맥주 안주로 흔히 나오는 에다마메(콩종류), 토마토, 피망, 고구마, 가지, 허브 등이 이곳에서 자란다. 쌀도 조금이지만 직접 재배한다.  


이 옥상 텃밭을 관리하는 이는 이집 장남인 초등학교 5년생 소라(宙)다. 소라군은 태어날 때부터 지독한 아토피여서 밀가루나 계란을 먹을 수 없었던 탓에 고바야시 가족은 음식에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그런 영향도 있었는지 5년전부터 옥상에서 화분에 무농약 채소를 재배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 옥상 농업을 소라군 혼자서 다 해낸다. 파종부터 수확은 물론 판매까지. 집에서 다 먹을 수 없는 잉여 농산물을 수퍼에 내다 팔기도 하고, 올 여름방학때는 어린이 농업잡지 <노라노라> 편집부에 들고 가서 다 팔고 왔다. <노라노라>가 소라네 가족의 옥상농업을 취재해 실은 인연으로, 소라군이 피망, 토마토, 가지, 허브 등을 들고 편집부를 찾아오자 놀랍고 신기해 한 편집부 측이 사내방송을 해서 건물옥상에 자그마한 즉석장터를 개설했고, 모두 팔렸다고 한다. 

 

소라는 이제 도쿄 '어린이 농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이 됐다. 최근에는 도쿄FM 라디오가 직접 고바야시 집을 방문해 소라군을 인터뷰해 방송하기도 했다. 소라군의 어머니인 다카코씨가 보내준 라디오 출연 파일을 들어보니 소라군은 훌륭한 농업소년(일본식 표현으로는 '아그리 키즈')이 돼가고 있었다. 스스로도 이 옥상농업을 즐기고 있다. 


소라는 방송 인터뷰에서 장래에 농부가 되겠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의 농업이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것이 걱정이에요. 농약을 치지 않은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고 싶어요. 외국 농산물에 의존했다가 관계가 나빠지면 먹을 것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바베큐 파티에는 옥상에서 수확한 피망, 가지, 시장에서 사온 꽁치와 일본식 떡, 우리 가족이 사간 육류에 와인, 맥주로 풍성한 식단이 마련됐다. 고바야시네 가족은 소라군 밑에 여동생인 초등학교 2년생 하나짱, 막내인 유치원생 카오리짱이 있다. 하나짱은 어릴적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 배우 쿠사나기 쯔요시(초난강)이 쓴 한글본을 자주 본다. 울딸이 모처럼 원어민 발음(^^)으로 한글 지도를 해줬다. 고바야시 학교 선배로 대학교수인 가토상 부부와 이케가미 스님도 같이 해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