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다보스에 간 아베 “중·일 긴장, 1차대전 직전 영·독 닮아”

서의동 2014. 1. 23. 21:13

ㆍ중 군사팽창 강조하려다 전쟁 가능성 시사 논란 불러

ㆍ“야스쿠니, ‘소위’ A급 전범 찬양 아니다” 참배 정당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일본의 긴장 상태를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독일과 비교하며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일 간 긴장을 우려하는 취지였지만, 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비치며 파장이 일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다보스포럼을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하고,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강조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2일 다보스에서 각국 언론사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1914년 당시 영국과 독일이 중국·일본처럼 매우 강력한 교역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충돌 발발을 막지는 못했다며 ‘비슷한 상황(similar situation)’이라고 설명했다. 

나란히 앉은 아베·로하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한 세션에서 나란히 앉아 강연을 듣고 있다. 다보스 | AP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어떤 종류의 ‘우발적(inadvertent)’ 충돌도 재앙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는 “불행히도 우리에겐 분명하고 명시적인 로드맵이 없다”며 중·일 간 군사소통채널을 개설하는 방안을 중국에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발언이 파문을 빚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3일 정례회견에서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중요성을 설명한 발언”이라며 중·일 간 전쟁 가능성을 거론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진화했다.

아베 총리는 또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추도 대상은 일본 군인들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전쟁 희생자들”이라며 “일본은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세계 평화를 희망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에는 전쟁의) 영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스러진 사람들의 혼이 있을 뿐”이라면서 “ ‘소위’ A급 전범을 찬양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베가 A급 전범 앞에 ‘소위’라는 말을 붙인 것은 태평양전쟁 전범을 단죄한 극동국제군사재판을 부정해온 평소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아베는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아시아에서의 군비 확장을 저지해야 한다”며 중국의 군비팽창을 견제했다.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하며 계속 참배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에 대해 23일 “야스쿠니 참배는 제국주의 시대 일본이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것과 같다”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는 23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의 국민은 역사를 뛰어넘어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고자하는 지도자를 격려하고 지지해야 한다”며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국·중국과 일본 간의 화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