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생활임금'을 받는 일본 알바들

서의동 2015. 8. 4. 14:46


편의점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 출처: 마이나비


일본 청년들의 취업사정이 궁금해 구인사이트를 살펴보니 최저임금을 웃도는 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생활임금’에 가까운 편이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한국과 달리 4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정해진다. 지난달 29일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회의 결정에 따라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780엔에서 평균 18엔 오른 798엔이 됐다. 물가가 비싼 도쿄의 경우 888엔에서 907엔(8556엔)으로 오른다. 

 

일본의 ‘마이나비 사이트’에 올라 있는 편의점 알바 구인광고를 보면 토요스(豊洲)에 있는 세븐일레븐의 경우 밤 10시~오전 7시의 밤샘 근무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시급 1250엔에 교통비도 준다. 패밀리마트 하라주쿠(原宿)점은 시급이 1050엔~1250엔으로, ‘주 1일 이상, 하루 5시간 이상 근무’가 조건이다.도쿄 번화가인 신주쿠(新宿)역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시급은 1500엔이다. 3곳 편의점의 시급 범위는 1050엔이 최저, 1500엔이 최고치다. 최저임금의 15~65%를 더 주는 셈이다. 


세곳의 시급 1050~1500엔을 평균하면 1275엔. 하루 8시간씩 주 5일로 한달(30일)을 근무하면 22만4400엔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화로 211만원 정도다. 부부가 함께 편의점 알바를 한다면 44만8800엔, 우리돈으로 423만원이다. 도쿄의 집값이 비싼 편이지만 월세 100만원짜리 집에 산다고 해도 300만원 가량이 남는다.  

 

양국의 물가를 일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생활물가는 일본이 싼 편이다. 2ℓ들이 생수는 슈퍼에서 사면 88엔(830엔), 캔커피 110~120엔(1030~1130원), 노르웨이산 고등어 반토막 100엔(943원)이다. 대개의 슈퍼마켓에서는 저녁 10시가 넘으면 생선 같은 신선식품은 반값으로 떨어진다. 선도유지를 위해서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기로 악명높지만 근무처에서 보조해주니 부담도 줄어든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페이스북 친구에 물어보니 교통비는 집근처 전철역에서 근무지에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의 왕복 전철비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일본의 경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도 최소생활은 꾸려나갈 수 있어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정규직 뿐 아니라 비정규·파견 노동자 임금이 상승추세여서 소비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압박해온 것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어떨까.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사연들을 보면 최저임금보다 낮거나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달 2일 올라온 사연을 보자. “(중략)저는 오후 4시에서 오후 11시까지 일을 하고 시급은 4600원을 받습니다.” 18세 고교생은 금·토 밤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심야근로를 하고 있지만 시급은 4500원이라는 글을 올렸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이상의 장기근로가 아닐 경우 처음부터 최저임금을 주도록 돼 있지만 이를 엄격하게 지키는 업주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항의해도 “너 말고 할 사람 많으니 그만두라”는 핀잔만 받기 일쑤다. 노동사회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최저임금을 못받은 노동자는 전체의 12.4%인 232만명으로 사상최대치다. 반면 지난 3년간 최저임금법 위반업체 적발건수는 크게 줄었고, 위반사업장에 대한 제재는 0.3%에 그쳤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8.1% 오른 6030원으로 결정됐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임금이 올라가야 내수가 살아난다.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허언이 됐다. 자영업자들이 살인적인 임대료에 시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대폭인상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물론 있다. 그렇다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도록 임대료 규제에 나서야 하지만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조물주보다 위’라는 건물주의 횡포에는 눈을 감으면서 ‘자영업자들이 힘드니 임금노동자, 너희들이 참아라’는 식이다. 

 

‘혹시나’ 하며 최저임금 협의과정을 지켜봤던 청년들은 또한번 좌절했다. 한국사회에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은 이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조차 혐오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헬(hell·지옥)조선’이란 말이 유행하고, ‘이민계’가 성행한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자부심은 이 땅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