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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의 사람·사이]<판도라>박정우 감독 “과장된 허구? 사고 터지면 현실은 그 이상”

서의동 2016. 12. 26. 11:03

연료는 늘 찬물에 잠겨있어야 한다. 열을 식히지 않으면 핵반응이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 down)’이 발생한다. 이 때부터 핵은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나 폭주한다. 


동일본대지진이 있던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는 전원공급이 끊겨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자 곧바로 멜트다운이 시작됐다. 지진으로부터 88시간만에 4개 원자로 중에서 3곳의 건물이 수소폭발을 일으키고 방사성물질이 대량 유출되는 최악의 참사로 이어진다. 도쿄특파원 업무를 시작한지 닷새 뒤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재임기간 3년간 주된 취재대상이었다. 현지취재를 몇차례 하면서 피폭 걱정이 떠나지 않던 ‘실존’문제이기도 했다.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 _ 박민규 선임기자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는 세계최대의 원전밀집 지역인 동남권에서 원전 ‘멜트다운’이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가 후쿠시마의 수십배에 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km 이내 거주인구는 17만명에 불과하지만 고리원전 반경 30km에는 22배인 380만명이 밀집해 있다. 지난 9월 동남권에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은 영화가 그리는 디스토피아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판도라>는 12월7일 개봉이래 줄곧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 23일 현재 350만명이 봤다. 영남권 관객들의 반응이 특히 뜨겁다. ‘투표독려 하듯’ 타지 친인척들에게 ‘영화를 꼭 보라’는 전화를 돌린다고 한다. 페이스북에는 눈물젖은 휴지 인증샷과 ‘두루마리 휴지 필참’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사고의 참상은 물론이고 한국사회 현실을 압축한 장면들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사고대응에 우왕좌왕하는 정부, 주민들을 체육관에 몰아넣고 문을 잠근 뒤 내빼는 경찰, 피폭위험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박정우 감독을 지난 16일 작업실인 분당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났다. 박 감독은 “영화가 과장됐다는 분들도 있지만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최고의 원전밀집 지역이라 대피도 불가능한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출장도 많이 다닌다던데.

"지진을 겪은 탓에 동남권 관객 반응이 뜨겁다. 울산의 관객수가 전국 1위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극장을 빌려 시사회를 하는
데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시나리오 자료조사는 어떻게 했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관련서적들을 섭렵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계신 김익중 동국대 교수의 자문을 받았다. 원전 설계담장자, 원전 하청기업 직원, 원전에서 근무하다 투병중인 노동자들도 만났다. 고리1호기와 똑같이 지어진 필리핀 바탄 원전도 현지를 방문해 자료를 수집했다.” 


-업계 관계자들 만나보니 어떻던가. 


“발전소의 관리직원들은 원전은 ‘100%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설계하는 분들은 특히 그랬다. 근데 재밌는게 취재후 헤어질 때 ‘정말로 안전하냐’고 재차 물어보니 ‘설계도대로 지어졌다면’이라고 단서를 달더라. 하청기업 직원들은 대부분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모른 채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탱크안을 닦으라고 해서 닦았는데 고농도 방사성물질인 원자로 냉각수였던 걸 나중에 듣게 되는 식이다.” 


“영화가 과장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오래 담아둬 부식된 드럼통을 기중기로 잡아 올리다가 드럼통 상단이 뜯어져 열려버린 사고가 나자 전 직원이 다 도망갔다. 수습작업을 한 하청업체 노동자는 결국 피폭됐다고 한다. 크고작은 사고들이 부지기수다.”



-원전에 근무했던 지인의 말로는 원전을 지을 때 공기가 촉박하자 철근을 기준치대로 넣지 않고 부지에 묻어버린 일도 있다고 한다. 


“설계도대로라면 모를까 고리원전이 지어지던 1970년대를 돌이켜보면 공사가 정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내진설계 기준이 규모 6.5라지만 지진이 그 이하로만 난다는 보장도 없다.” 


박 감독은 영화촬영을 시작하면서 스텝들에게 첫 일성으로 “진짜 원전이 폭발한 것처럼 리얼리티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민감한 소재인 만큼 반박이나 ‘까이지’ 않기 위해서다. 


-영화에서는 원자로가 위험해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하는 데 도로가 꽉 막혀 옴짝달싹 못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 사고대응 시스템을 들여다 봤는데 허술했다. ‘사고가 안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느낌이다. 고리원전은 비상시 대피루트가 31번 국도 외길이다. 사고가 나도 대피도 제대로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영화에서 보면 사고가 나자 정부가 일단 은폐하고 본다. 후쿠시마 원전도 당일 멜트다운이 시작됐지만 정부 대변인이 한 달 뒤에도 멜트다운 사실을 부정한다. 방사성물질 유출에 따른 피폭은 물론이고, 핵연료봉, 방사능 오염수 처리 등 수습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국은 일단 감추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번 멜트다운이 되면 그 이후는 무의미한 과정이다. 일본의 경우 ‘사고수습 과정의 사투’라는 식으로 미화하곤 했지만 지금도 방사성물질은 계속 배출되고 있다. 원전부지에 오염수 저장탱크는 있지만 상당수가 바다로 빠져나갔다. 제염(除染)을 한다지만 지표면의 흙을 긁어내 쌓아두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방사능에 오염된 벽이나 기와를 고압살수기로 청소하는데 콘크리트 재질에 미세하게 뚫린 구멍에 방사성물질이 들어가 있어 고압살수기로 씻어내도 제거되지 않는다. 건물청소를 해도 숲에는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남아 바람이 불면 날아온다. 원전사고가 나면 원상복구는 불가능한 것이다.  


“인류가 원자력을 컨트럴할 역량이 안된 상태에서 후세들이 통제기술을 개발할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면서 일단 돌리기 시작한거다. 근데 아직 그런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다. 이런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하는데 무책임하게 계속 지어댄다.”





-제작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차피 정진영 선배(현장소장 역)가 하도 떠들고 다니니(웃음). 큰 예산이 필요한 블록버스터인데 ‘미운털 박힐’ 위험을 감수할 투자자는 없을 거고, 헛고생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공부한게 아까워 일단 책(시나리오)은 써놓고 좋은 세상 오길 기다리자는 심정이었다. 혹시나 해서 책을 투자사들에 돌렸는데 뜻밖에 ‘겁날게 뭐 있어. 영화하는 사람들이 이런 건 해야지’하는 반응이더라. 이런 이슈가 오히려 상업적 흥행요소가 있다고 투자자들은 봤을 것 같다."


"<판도라> 투자사인 NEW는 <변호인>으로 정부에 당해봐서 그런지 면역력이 있고 노하우도 있었다. 시나리오는 좋다면서도 막상 투자하자는 의견엔 직원 절반만 동의했다. 대표가 하루 더 고민한 뒤 ‘영화하는 사람이 이런 건 해야지’하고 결심했다. 보통은 ‘○○창업투자’ 같은 모태펀드가 일부를 맡는데 안들어오더라. 그래서 NEW가 초기에 모든 돈을 대서 출발했다. 대표가 ‘영화 망하면 회사도 망한다’고 하소연 꽤나 했다."


-촬영섭외도 쉽지 않았다던데.


“발전소 실물이 보이는 고리원전 1호기 근처 한 마을을 섭외했는데 촬영이 임박해 ‘안된다’고 하더라. 원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마을지원을 끊겠다는 압력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지형이 비슷한 강원도 고성에서 찍었다. 원자로는 춘천의 부지에 4층 높이까지 실제로 짓고, 그 위로는 CG로 구현했다. 폐연료봉 저장수조는 광주광역시 세트장에 지었다. 고속도로는 대전 유성, 시민들이 부산역으로 몰려드는 장면은 실제 부산역이다. 부산역 플랫홈, 여객선 선착장, 인천공항 로비 장면은 각각 꼬박 하루 걸려 찍었다.”


-한수원은 영화제작 사실을 미리 알았나. 


어차피 알 것이니 협조도 받을 겸 미리 알렸다. 근데 이미 알고 있더라. 나중에 들었지만 청와대도 미리 알았다더라. 한수원은 실제로 될지 반신반의했던 것 같다. 처음엔 ‘맘껏 찍게 예산 대줄테니 원전 안전하다는 영화 찍을 생각 없느냐’고 회유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제발 원자로 폭발만 시키지 말아달라’였다. 설비결함으로 냉각수가 조금 새는 걸 막는 스토리로 바꾸면 고리 1호기 안에서도 찍게 해주고 다 협조해 주겠다고. 물론 거절했지만.”


“내가 한수원 사장이라도 눈에 가시였을 거 같다. 신월성 원전 홍보관에서 10분짜리 홍보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원전 안전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었다. 아마도 한수원은 모든 국민에 원전의 안전성을 각인시키고 싶은데 이런 영화 한편이 뒤집는 이야길 해버리니 제법 신경쓰였을 거다.”


-영화 만들 때 여러모로 심적으로 부담이 컸겠다. 


“영화 끝나고 사찰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느냐.


"그건 귀여운 수준이다. 시작하면서 법률자문과 조언을 많이 받았다. 시나리오도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는지 체크받고, 영화속 지명도 바꿀 건 바꾸고. 계좌도 깔끔하게 정리하라고 해서 정리했다. 나름 대비도 해온 셈이다. 한편으로 영화를 이렇게까지 찍어야 하나 싶긴 했지만 반골기질이 발동했다."



감독과 한컷 @박민규 선임기자


-한수원이 영화에 대해 여러 반론들을 내놨다. 


영화에서 등장한 사고 과정에 대해 맞느냐 안 맞느냐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거 말고 다른 원인으로 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노후원전에서 가장 위험한 설비는 증기발생기다. 원자로를 통해 끓은 물이 증기발생기 관을 통과한 뒤 그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건데 이 증기발생기가 매우 가늘다. 근데 오래 되면 방사능이 강철을 부식시켜 충격에 깨져 버릴 수 있다. 그런데가 트러블이 생겨도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수원이 가능성이 낮다고 하는데 가능성이 0%가 아니면 언제든 사고는 날 수 있다. 김익중 교수도 ‘과학적으로 타당하냐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자기한테 보내라. 심야토론해서라도 반론제기할 수 있다’더라. 이 영화를 가지고 과학적이냐 아니냐고 하는것은 논점을 흐린다.“


박 감독은 사람들이 원전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는데 새삼 놀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원전이 몇기가 있는데 이중 몇기가 몇십년 됐고 하는 걸 모른다. 고리1호기가 부산에 있지만 부산 사람들조차 어디 있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해운대에서 불과 20㎞거리다. 문제는 영화를 보고 원전현실을 처음 알았다는 관객들이 많다는 점이다. 근데 ‘슬픈 일이긴 한데 현실은 이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겠느냐’는 반응이 많다. 정부의 무능, 원전운영의 허술함이 영화보다 더할 거라고 관객들은 생각한다. 그만큼 국가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다. 이런 불신은 아주 오래전부터 학습돼온 거다. 배 하나도 못구하는 나라가 이런 원자로 하나 터지면 어떻게 수습하겠느냐는 생각들이다."


-관객들과 대화를 많이 했을텐데 어떤 반응들이 많은가. 


"‘대비책이 없는 거냐’는 질문들이 꽤 있다. 지진을 겪은 동남권 관객들에게는 정말 리얼한 거다. 영화 자체도 보기 불편할 정도로 강하고 무섭지만 마지막에 자막을 보고 더 놀라는 관객들이 예상보다 많다. 9개 광역단체에서 24기가 돌아가고 있는데, 6개를 더 짓고 있다는 것 등등. 간단한 팩트인데도 생전 처음보는 분들이 너무 많더라. 이런 거 접해본 사람이 관심있는 사람들 말고는 없었던 거다."


"관객 반응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게 원전 종사자들도 나름 자부심을 갖고 일하실 거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위험이 있으니 안전을 더 챙겨야 한다, 이런 문제가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 보라’는 거다. 몇십년 앞을 보고 원전보다 신재생에너지로 가자. 원전 1기 짓는데 4조원 드는데 그 돈을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에너지 정책 전환의 큰 계기가 될 수 있었는데 그냥 넘겨버렸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는데 영화가 ‘부싯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탈핵’이란 말이 목구멍까지는 올라와 있지만. (그건 관객들이 반응할 문제다)"



-영화는 원자로 폭발이후 응급조치까지만 전개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 대량의 오염수가 등장한다. 사용후 핵연료 최종처분장도 각국이 짓지 못하고 있다. 값싼 에너지라곤 하지만 이런 점에 대한 인식이 없는게 현실이다. 그동안 은폐해온 사고들도 적지 않다. 


“영화를 통해 오래된 원자로의 사고위험성, 또 허술하게 방치돼 있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부각시키려 했다. 원전사고는 ‘완전복구’라는건 없다. 체르노빌도 후쿠시마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복구가 안된다. 근데 영화를 그렇게 끝내면 관객들이 ‘이건 뭐냐 완전 절망 아니냐’ 이런 마음이 들 거다. 나는 상업영화를 하는 감독이고 되도록 많은 분들이 봐주셔야 힘이 되니까 상업영화의 틀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좌절 대신 이런 사고는 나기 전에 막아야 하는 구나. 결국 가족들 생각해서 막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시라고 가족애를 넣은거다. 물론 신파라고 욕을 먹긴 했지만 그렇게 마무리지은 거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주인공이 죽더라도 오염된 강물은 흘러갑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게 맞다. 아무튼 결말에 대해 고민 엄청했다."


-영화의 몇 장면은 한국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원자로 상한다며 바닷물 투입을 반대하는 원전마피아들, 방송에 나온 전문가들이 ‘이 나라를 빨리 떠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하자 총리(이경영 분)가 ‘개나 소나 마음대로 지껄인다’고 화를 낸다. 마을 주민들을 체육관에 몰아넣고 문을 잠궈버린 것은 세월호와 판박이다.  


"어느 때부턴가 사람목숨을 소중하게 여겨지 않는 세상이 돼버렸다. 누가 사고로 죽어나가도 내가 아닌게 다행이라며 넘어가는. 엄밀히 따지면 원전도 나라를 운영하는 지도자가 국민 목숨 소중한걸 알았다면 절대 저렇게 못짓는다. 국민을 생명체가 아니라 머릿수로 보는거다. 그러다 보니 원전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지어진 거다. 사람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지도자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지금 사람들이 모여 힘이 되는 것처럼 안전에 관한 것도 당연히 요구할 권리다. 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면 정책하는 분들이 들여다보고 다음 정책으로 내세우고 할 것이다. 우리가 쟁취해야 할 가장 최소한의 목표는 죽을 걱정 안하고 사는 거 아닌가."


-영화에서 재혁(김남길 분)이 “위험하다고 할 땐 말을 안듣다가 사고나면 은폐하고, 마지막 수습은 국민 그것도 맨 밑바닥 사람에 맡긴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면서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19살 청년이 생각났다. 


“한국사회의 흐름에서 뭔가 사고방식의 일대전환이 있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불행한 시기인데 구심점이 될 지도자는 없고 대신 시민 수준이 높아졌으니 스스로 깨닫고 운동을 벌여야 한다. 계속 이렇게 가면 세월호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내가 ‘누굴 가르치려 드느냐’는 욕을 먹더라도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다음 세대에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는게 더 중요하다’는 거였다. 그런 식으로 조금 세상이 변했으면 한다. 내가 능력이 안되다 보니 못알아들을까봐 자꾸 가르치려 들고 하는 게 문제인데 그건 제 공력이 낮은 것이니. (대사가 좀 설명적이긴 했다)"




-우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페이스북에 눈물 닦은 휴지를 인증샷처럼 올리는 이들도 있더라. 시사회할 때 일본 후쿠시마 주민이 오셨는데 거의 통곡을 하더라. 일본에선 만들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줘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판도라 보려면 꼭 휴지를 가져가라고 한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가 ‘반핵 운동가들이 계속 이야기해왔지만 실감하기 어려웠던 우려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영화를 평가하더라.


"영화의 목표는 소박했다. 우선 ‘무사히 완성이 되는 것’. 그 다음은 정상적으로 개봉되는 것이 최소목표및 바램이었다. 영화에 대한 욕은 다 감수할 수 있는데 아 우리 원전현실이 이렇구나라는 걸 되도록 많은 분들이 알게 돼 원전정책이 조금 방향을 잡고 한다면 어마어마하게 스스로를 대견해할 거다. 삼척시와 부산시에서는 공무원들이 단체로 본다더라. 한수원도 직원들에게 보라고 했다더라. 더불어민주당 탈핵 의원들이 박원순 시장과 봤다고 한다. 대선주자들이 다음정책에 반영해서 공약으로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시니 그래도 생각했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이 되는구나 흐뭇하다. 지금보다는 원전이 줄어들고 독일처럼 원전없이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면 후손에게 ‘내가 그 부싯돌 역할을 했다’며 스스로 대견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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