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늘

[어제의 오늘]최초의 유성영화 <재즈싱어>개봉

서의동 2009. 10. 6. 10:19
ㆍ‘배우의 목소리’ 스크린에 담다

“잠깐, 잠깐만. 아직 넌 아무것도 못들었다니까.(Wait a minute.Wait a minute.You ain't heard nothin' yet)”

1927년 10월6일 개봉된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싱어>의 주인공 알 존슨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비록 이 영화에서 배우가 말을 하는 장면은 두 대목에 불과했고, 나머지 장면은 다른 무성영화처럼 자막으로 처리됐지만 <재즈싱어>는 토키(Talkies) 즉, 유성영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기념비적 작품이 됐다.

<재즈싱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5대째 내려온 가업인 칸토르(유대교의 예배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를 물려받을 예정인 유대인 소년 재키 라비노비츠는 재즈 가수를 꿈꾸며 아버지의 반대를 뿌리치고 가출한다. 재키는 13세 때부터 업소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가수의 꿈을 키워나간다. ‘잭 로빈’으로 이름을 바꾼 재키는 뉴욕에서 브로드웨이의 큰 공연의 주연을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첫 공연 전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귀향해 아버지 대신 유대교 예배에서 노래를 부르며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다. 로빈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켜 첫 공연을 펑크냈지만 브로드웨이의 인기가수로 성공하게 된다.

<재즈싱어>가 탄생할 당시 영화산업은 위기에 몰려 있었다. 변사의 해설이나 생음악 연주 등으로 무성(無聲)의 한계를 보완하던 영화는 라디오의 등장으로 대중들로부터 조금씩 외면당하고 있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영화사들은 화면에 소리를 입히기 위한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였고, 영사기에 축음기를 연결시킨 바이타폰이 등장하면서 유성영화의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다. <재즈싱어>에 앞서 1926년 바이타폰을 사용한 <돈 주앙>이 제작됐지만 칼 부딪치는 음향효과에 그쳤을 뿐 배우들의 목소리까지는 담아내지 못했다.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 픽처스사는 <재즈싱어>로 35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단숨에 메이저 영화사로 떠올랐고, 침체됐던 영화계는 활력을 되찾았다. 무성영화 시절 경우에 따라 오케스트라를 불러야 하는 등 ‘음성생산’ 부담이 만만치 않던 극장주들도 유성영화의 등장을 크게 반겼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넘어가던 시절의 할리우드 분위기는 1952년에 개봉된 진 켈리 주연의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잘 드러난다. 일부 영화예술가들은 예술성이 음성에 의해 파괴된다며 반대하기도 했지만 1930년대 이후 토키영화가 보편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