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일본의 한국 붐

서의동 2004. 8. 3. 15:21
일본의 한국붐 한마디로 무서울 정도다.

우선 어제 후지TV의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에서는 박용하(겨울연가에서 상혁으로 나왔던)가 특별출연했는데 여성방청객들이 거의 자지러지더라. 박용하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공항에서부터 엄청난 환영을 받는 장면이 TV장면에 비치는데 참..

시청률면에서 선두를 자랑하는 후지TV의 경우 7월초부터 재일한국인 여성과 일본인과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주간 드라마 東京灣景(도쿄만케이)을 황금시간대인 월요일 저녁 9시에 방영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한창 잘나가는 나카마유키에라는 여자배우가 재일한국인 '미향'으로 분해서 등장한다. 

근데 재미있는 건 미향은 일본사회에서 성공한 집안의 딸이고 대인 일본인은 도쿄 시나가와 항구의 창고에서 일하며 저녁에 서예를 하는 사람으로 등장하는 설정이다. 미향을 좋아하는 또다른 재일한국인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업가다. 이 사업가가 일본남자(이름을 기억못하겠다)를 만나 하는 말이 가관이다. "우리 재일한국인들은 역시 한국인끼리 결혼해야 한다. 미향도 그걸 잘 안다. 결혼하기 전에 물론 일본인을 사귈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재미로 하는 거다"라며 미향을 만나지 말 것을 종용한다. 심지어 이 재일사업가는 이 일본인을 쫓아다니는 또다른 일본여자에게 돈을 주면서 남자의 뒷조사를 시키기도 한다. 
  
일본의 어떤 방송국은 일요일밤에 한주간 가장 화제가 됐던 뉴스나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방영된 총시간을 가지고 톱10을 메긴다. 지난주인가 지지난주는 최지우의 방일관련 보도및 프로그램 방영시간이 4위였다. 어떤 시사프로그램에서는 한국남성과 사귀는 일본여성들 2명을 집중취재했다. 한 여자는 한국에 살고 있는 남자와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알게 됐는데 화상으로 계속 대화를 나눴지만 만난거는 단 두번. 두번째 남자를 만나러 서울에 가면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장면을 동행취재해서 방영했다.

그녀가 말하는 한국남자는 "일본남성과 달리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세심한데까지 신경써준다"고. 그 멘트가 있고 나서 TV화면에는 데이트를 하면서 여자의 가방을 들어주는 한국남자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또 한 커플은 여자(일본인)는 은행원이고 남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운데, 좀 안타까운게 이 남자는 일본에 말을 배우러 왔다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에 이 여자랑 사귀게 되면서 이 여자를 계속 만나기 위해 일본에 그냥 어정쩡하게 있는 상태란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면서 남자도 여자도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방영됐다. 여자쪽에서도 고민이 많아 여러번 그만두려고 했는데 결국은 계속 사귀기로 마음먹은 여자가 부모님께 인사시키기 위해 남자에게 양복을 사주는 장면이 나왔다. 덩달아 '윤손하'도 주가가 높아져 요즘 쇼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요즘일본에선 '한국'이 들어가면 무조건 장사가 된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보면 전철역 구내의 CD가판대에는 항상 후유소나(후유노소나타/겨울연가)노래가 흘러나온다. 일본신문중에서 가장 젊잖은 편인 아사히신문은 참의원선거기간중에 '나쯔노 소나타'(여름연가)라는 꽁트를 3회에 걸쳐 실었는데 고이즈미와 배용준을 교묘히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그중에서 어떤 40대 여성은 하루라도 겨울연가에 배용준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자지 않으면(집에 겨울연가 DVD같은 걸 소장하고 있는 걸로 보임) 잠이 제대로 안오는 '욘플루엔자'에 걸렸다고 한다. 우리집에서 가까운 '쯔타야'라는 비디오 체인에 가면 한국드라마와 영화가 가장 눈에 띄게 배치돼 있다. 겨울연가는 말할것도 없고, 배용준의 초기작들, 엽기적인 그녀, 이중간첩,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옆 동물원, 클래식 등등이 대대적인 선전과 함께 진열돼 있다. 

일본에서 만나는 일본인들마다 후유소나와 배용준 이야기를 안하는 경우가 없다. 요즘은 원빈,장동건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배용준 이야기를 할때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라고 얘기해주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처음엔 이런 열풍에 어리둥절하기도 했는데 어찌됐건 그리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이런식으로라도 이웃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점차 관계가 좋아지면 우리로서도 나쁠게 없지. 일단 외화획득면에서도 그렇고. 절대 CF에 배우를 안쓰기로 유명한 소니가 배용준을 모델로 쓰기로 했단다. 


딸기의 한류 단상

한류(韓流) 열풍이 어디까지 계속될까요. '겨울연가'로 불이 붙은 일본의 한류 열풍이 식을줄을 모릅니다.
'욘사마(배용준)' 열기는 '겨울연가'가 끝난 뒤 오히려 더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에서는 배용준이 출연한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일본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욘사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토크쇼마다 패널들이 욘사마 이야기를 하고, 쇼 진행자들이 한복을 입고 나오기도 합니다.
연예인들 얘기만 듣고 있자면, 과연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지난주,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한국 탤런트들 얘기를 했었습니다. 원빈과 권상우를 각각 모델로 내세운 화장품 체인들이 생겨났다는 얘기를 듣게 됐는데,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요. 
다음날 동네 놀이터에 갔더니 일본 아줌마들이 욘사마와 원빈 얘기로 수다꽃을 피우더군요. 일본 아줌마들의 화제에, 요새는 권상우도 끼었습니다. 얼마전부터 후지TV에서 토요일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방영해주고 있거든요. 이렇게 수다를 떨고 있자면 과연 여기가 어디인가 싶어집니다. 재미난 것은, '한류'라는 말 자체가 한류의 상징이 됐다는 겁니다. 일본식으로 '칸류'라 읽지 않고, 아예 우리말 발음대로 '한류'라고들 부른답니다.
후지TV에서는 드라마 뒤에 한국연예가 뉴스를 정규방송으로 편성해 지지난주부터 내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서는 한국 스타들 새 CF를 소개하면서, 권상우와 원빈이 출연한 바로 그 CF들을 나란히 보여주더군요. 탤런트 최지우 소식, 연예인들의 병역 기피 파문도 보도됐고요. '한국의 몬창(몸짱) 스타 랭킹'이란 것도 있었는데, '몸짱'이라는 말이 일본에서 유행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지우는 단연 톱스타여서, '겨울연가' 외에도 최지우가 출연중인 드라마만 현재 3개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병헌은 얼마전 방일(訪日)해 NHK 메인뉴스에서 헤드라인 바로 뒤에 생방송 인터뷰를 하는 것을 봤었습니다. 아직은 한국 연예인들에게 집중돼 있긴 하지만, 일본인들의 '한국 붐'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 좋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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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점잖은 말로 설명한 한류열풍이고.
솔직히, 일본인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권상우 원빈 나온다는 바로 그 광고들, 어제 일본 테레비에서 봤다.
NHK 하는 짓 보면-- 뭐가 공영방송이냐. 완존 미친넘들이지.
울나라에서 저렇게 방송했으면, 신문들이 씹고찧고 난리도 아니었을 거다.
미디어비평하는 단체들도 가만 안 있었을거다.
얘네들, 진짜 주책이 없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갈 정도...
뭐 우리 입장에선 좋지만
최지우 드라마를 세개씩이나 방송하다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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