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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마고사키 우케루 "중국은 일본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서의동 2012. 11. 19. 11:26

개인적으로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마고사키 우케루 전 외무성 국장을 지난 13일 도쿄 지요다구 자택에서 만났다. <전후사의 정체> <미국에 당한 정치가들>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탓인지, 인터뷰가 쇄도해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집에 가니 <아에라>팀이 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잠시 엿들으니 아에라 기자가 (이렇게 미국비판을 해도) 괜찮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의 책을 보면 일본의 역대 정치가, 관료, 언론인 들중에 미스터리하게 숨진 이들이 여러명 등장한다.) 나도 그에게 인터뷰 도중 "(신변이)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어봤더니 호탕하게 껄껄 웃어 넘겼다.  



“중국은 일본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에 반발해 강경태도를 보이면서도 분쟁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이를 무시하고 정면대응으로 나갈 경우 군사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 고위관료 출신인 마고사키 우케루(孫崎享·69)는 지난 13일 도쿄 지요다구 자택에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체제 이후 중·일관계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과 관련해 “1972년 수교 당시 합의한 현상유지 원칙을 일본이 먼저 깨고 국유화로 나선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중·일 간 영토문제가 존재한다’고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양국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마고사키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외교전문가로 그가 쓴 <일본의 국경문제-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센카쿠·북방영토>는 100만부가 팔렸으며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외무성 국제정보국장을 지낸 전직관료이면서도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해오고 있다.  

 

마고사키는 중·일 간 영토분쟁에 대해 “중국은 센카쿠는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강화하면서도 분쟁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이 중·일 수교 당시 중국 지도부가 제시한 현상유지론이고, 중국은 아직도 이 방식이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센카쿠 열도에 순시선을 보내 마찰을 빚고 있는 현상은 “일본이 현상유지론을 포기하고 국유화로 나간 데 대한 대응조치로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대응”이라며 “중국은 더이상 일본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마고사키는 센카쿠 문제에 대해 ‘해결을 보류하는’ 현상유지 방식에 변화가 초래된 것은 1996년부터라고 했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의 국방차관보이던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의 ‘나이 리포트’에 의거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한국·일본·베트남·필리핀을 이용해 중국에 대응하는 구도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 무렵부터 일본 정치가 가운데 ‘센카쿠 현상유지론’을 부정하는 발언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외무성도 조금씩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중·일 간 마찰과 분쟁이 일어나게 되면 일본의 군비강화와 미·일 관계 일체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이 센카쿠 영유권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해온 것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일환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미국이 1970년대 초반 센카쿠를 일본에 반환할 때 ‘일본이 영유권을 갖는다’고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도 일·중 간에 마찰의 불씨를 남겨두기 위한 것입니다. 서로 민감한 영토문제에 대해 미국이 판단을 보류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양국의 급속한 접근을 막았던 것입니다.” 당시는 다나카 가쿠에이(中田角榮) 일본 총리가 미국에 앞서 중국과 수교를 단행하던 무렵이다. 

 

마고사키는 집권 2기를 맞을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중국 전략은 두가지 노선이 서로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상호 협조하며 세계 질서를 구축해가는 ‘G2 노선’과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하려는 노선을 가리킨다. “미국 내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들이 일본에 보다 강경한 대중국 태도를 주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비중이 낮아지는 만큼 오히려 이런 일부 강경론자들의 입김이 대일 정책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아질 개연성이 있는 것이죠.

 

일본도 연말 총선을 통해 대중 강경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중·일 간 긴장이 격화될 소지가 크다. 마고사키는 “최근 미군 신문인 ‘성조기’에 양국 순시선이 센카쿠 해역에서 거의 충돌할 정도로 접근한 사진이 실린 적도 있다”면서 “중국이 강경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이 정세판단을 잘못하면 우발적으로라도 충돌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일 간 영토분쟁의 바람직한 해법에 대해 “우선은 일본 정부가 ‘중국과 일본 간에 영토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미국도 중립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영토문제가 없다’며 현실에 눈감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은 물론 차기 정권이 이를 인정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중·일 관계의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고사키는 “일본의 무역비중으로 봐도 동아시아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대미 추종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 외교가 동아시아에 무게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토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국과의 관계 발전입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알사스-로렌지역을 프랑스에 빼앗겼지만 반환요구를 하는 대신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호관계를 조성하는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일본도 독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