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109

[여적]대북 확성기

2018.04.23 2015년 8월20일 오후 서부전선에서 북한군이 남쪽을 향해 포탄 1발을 쏘자 군 당국이 포탄 20발을 대응포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름 전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군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지 닷새 만이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한 발전상 소개와 북한 체제비판이 기본 메뉴이지만 건강상식이나 일기예보 같은 생활정보와 대중음악 등도 편성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일기예보가 의외로 효과적이라고 한다. 정보가 차단된 산속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이 확성기의 날씨예보를 접한 뒤 예보가 맞으면 방송 전체에 신뢰감을 갖게 된다는..

여적 2019.08.03

[여적]댓글 자영업자

2018.04.17 198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여의도 광장에 100만명의 군중을 동원해 대규모 유세를 펼쳤다. 자발적 지지자들만으로는 광장을 채울 수 없어 각종 직능단체나 향우회, 동창회 등을 동원하는 조직책이나 선거브로커가 필요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군중 동원 대신 온라인 공간의 평판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구매하거나 식당을 예약하기 전에 인터넷 검색이 보편화되면서 사업자들의 온라인 평판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런 수요 기반 위에서 ‘사이버 평판 마케팅’이라는 신종 사업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가 바이럴(viral) 마케팅이다.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인터넷 카페 등에 글을 올려 제품이나 식당에 대한 ‘입소문’을 퍼뜨..

여적 2019.08.03

[여적]폴 라이언의 은퇴

2018.04.12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즉 가족의 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총리직 수행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2016년 12월5일 뉴질랜드 국회 주례 기자회견에서 존 키 총리(당시 55세)가 총리직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키 총리는 “얼마 전 총리 취임 8주년 기념일을 보냈고, 국민당 대표로서도 10년을 채웠다”며 “지금이 물러나기에 적기”라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에 적절히 대처해 호평을 받아온 그가 사임이유로 가족의 희생을 꼽은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두 살 연하인 아내 브로나가 많은 밤과 주말을 홀로 보냈으며, 두 자녀도 사생활이 침해되고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브로나가 “나와 총리직 중 택일을 하라”며 최후통첩을 했다는 ..

여적 2019.08.03

[여적] 북한의 사과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빠른 속도로 복구와 재건에 성공했고, 1960년대에는 상당한 정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확립된 주체사상은 1990년대 경제난 심화로 위세를 잃었지만 여전히 북한의 유일지배 체제를 떠받치는 이념이다. 주체사상의 핵심 중 하나는 ‘수령은 오류가 없으므로 그의 교시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수령론이다. 천황을 ‘아라히토가미(現人神·사람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난 신)’라며 숭배하던 일본 군국주의 사상과 판박이다. 그런 북한에서 지배층이 고개를 숙이는 이변이 생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육성 신년사에서 자신의 ‘능력부족’을 자책했다. 김정은은 “언제나 늘 마음 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여적 2018.04.04

[여적] 1호 열차

북한 최고위층이 26일 중국 베이징을 특별열차로 방문한 동향이 포착됐다. 녹색바탕에 노란색 선이 그어진 차량의 외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 중국·러시아 방문시 타던 열차와 흡사하다. 김정일 위원장은 항공편을 기피해 해외방문 시에는 ‘1호 열차’ 혹은 ‘태양호’로 불리는 전용 특별열차를 이용했다. 열차에는 김정일의 측근, 촬영기사, 요리사, 의사, 호위병력이 동승한다. 보통은 17량이지만 방문목적과 동승인사에 따라 26량으로 편성될 때도 있다. 2001년 7~8월 김정일의 방러를 수행한 콘스탄틴 풀리코스프키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위성으로 열차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스크린과 영화감상용 스크린 등이 객차에 설치돼 있고 컴퓨터와 노래방 기기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열차 운행시에는 북한은..

여적 2018.04.04

[여적] 붉은 완장

윤흥길의 소설 에서 땅투기로 돈을 번 최사장은 마을 저수지의 사용권을 따내 양어장을 만든 뒤 마을 한량 임종술에게 감시역을 맡긴다. 임종술은 노란 바탕에 ‘감독’이라는 파란 글씨를 새긴 비닐 완장을 찬 뒤부터 안하무인이 돼 마을 사람들에게 쥐꼬리만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팔에 두르는 완장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압제와 학정, 공포통치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군 헌병들이 흰 천에 ‘憲兵(헌병)’을 붉은 글씨로 새긴 완장을 차고 ‘불령선인’들을 색출했다. 다음달 3일로 70년을 맞는 제주 4.3 당시 사진기록을 보면 한 학교 운동장에서 팔에 완장을 두른 정부측 심문반원이 주민들중 유격대 협력자를 가려내는 장면이 있다. 완장찬 이의 마음먹기에 따라 생사가 갈렸..

여적 2018.04.04

[여적] 시진핑 사회주의

중국 공산당은 이념 학습 과정에서, 중요도에 따라 ‘주의’ ‘사상’ ‘이론’ ‘관’ ‘론’이라는 말을 뒤에 붙인다. 마르크스-레닌‘주의’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마오쩌둥 ‘사상’이고 덩샤오핑 ‘이론’이 뒤를 잇는다. 그런데 지난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99.8%의 찬성으로 통과된 개헌안에서 ‘시진핑 새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이 헌법 서문에 포함됐다. ‘시진핑 사상’이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적 도약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을 제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창건한 마오쩌둥의 사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중국특색 사회주의’는 먼저 자본주의에 성공한 다음에 공산주의를 실현하자는 사상으로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위해 제창했다. 사회주의 국가가 되긴 했지만 생산력이 낙후돼 진정한..

여적 2018.04.04

[여적] 리설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 7월6일이다. ‘북한판 소녀시대’로 불리는 모란봉악단 밴드의 시범공연이 열린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리설주는 김정은 위원장의 옆자리에 앉아 공연을 지켜봤다. 모란봉악단의 파격적인 무대도 그랬지만 이 정체모를 여성에 대해서도 전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리설주는 이틀 뒤인 7월8일 김정은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7월15일 창천거리 경사유치원 방문에 잇따라 동행했다. 이어 북한 매체들이 7월25일 김정은의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 참석을 전하면서 “김정은 원수가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왔다”고 밝힘으로써 정체가 확인됐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부인을 동반한 ..

여적 2018.04.04

[여적] 칼 아이칸

담배·인삼 제조기업인 KT&G의 주주총회가 열리던 2006년 3월17일 대전 대덕구의 KT&G 인력개발원 강당은 아침부터 긴장감에 휩싸였다. 보안요원들이 대거 배치됐고, 노조원들의 피켓시위도 벌어졌다. AP,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대거 출동해 세계적인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Carl Celian Icahn·82)의 한국 진출을 취재했다. 주총에서 아이칸 측이 사외이사 1명을 당선시켜 이사회 입성에 성공하자 국내 기업들은 전율했다. 아이칸은 한해 전인 2005년 9월부터 KT&G 지분 5.69%를 매입한 뒤 경영진에게 보유자산 처분과 배당확대 등을 요구했다. 10개월간의 분쟁 끝에 아이칸은 주식 700만주를 매각해 44%의 주가수익률에 배당금 등을 합해 1500억원의 차익을 챙겨 떠났다. 칼 아이칸..

여적 2018.04.04

[여적] 후쿠시마 제염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된 이후 일본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염(除染)’, 즉 방사성물질 제거 작업에 착수했다. 사고가 난지 2년 뒤인 2013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20~30㎞ 거리인 후쿠시마현 히로노마치(廣野町)의 제염작업 현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방진마스크를 쓴 헬멧 차림의 작업원들이 농가의 밭 표면에서 일정 두께로 흙을 긁어낸 뒤 나뭇가지, 지푸라기 등과 함께 비닐포대에 부지런히 담고 있었다. 민가의 제염작업은 더 복잡하다. 물에 적신 종이수건으로 지붕의 기와를 한장 한장 닦아내고, 고압살수기로 빗물관 내부를 청소한다. 가옥 1채를 제염하는 데 1000만원 안팎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주된 제염대상은 핵분열 물질인 세슘-137로 감마선을 ..

여적 2018.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