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거 본거 68

[책]특혜와 책임-한국 상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연세대 송복 명예교수는 흔히 보수로 분류돼 있어 그다지 그의 주장에 대해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그러다 그의 책 (시루, 2014년)을 보고 다시 보게 됐다. 은 올해 8월에 낸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한국상층의 '천민성'을 다양한 각도로 지적하고, 상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한국사회가 한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동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한마디로 '특혜'받는 사람들의 책임이다. 특혜받는 사람들의 책임은 세가지로 나타난다.의 세가지는 '희생'이라는 말 하나로 축약되고 그 희생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첫째 목숨을 바치는 희생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혹은 심각한 안보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 '내 목숨'을 내놓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누온 특혜의 대가다. 둘째 ..

읽은거 본거 2016.12.11

우리의 소원은 전쟁

요즘 핫한 소설가 장강명의 장편소설이다. 지난해 를 읽은 뒤 이 작가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가 최근 나온 신작이라고 해서 냉큼 사봤다. 본문만 508페이지의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술술 읽힌다. 액션영화 같은 속도감이 느껴진다. 줄거리는 김씨체제가 붕괴된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이 진주해 있는 북한 황해도가 주 배경이다. 권력의 공백이 생기고 '자본주의'가 도입되자 돈맛을 알아버린 군부가 마약생산에 나서고 조폭을 기반으로 한 지역 토호들이 마약을 남쪽으로 밀수출한다. 이 과정에서 신천복수대로 불리는 북한의 특수부대 출신 군인, 지역 조폭 사업가, 평화유지군 파견군인, 지역 상인들이 뒤얽혀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를 펼치고 있다. 장강명은 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붕괴의 가장 밝고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고른 것"이라고 ..

읽은거 본거 2016.12.05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

10년간 세차례에 걸쳐 한국 근무를 경험한 일본 외교관 미치가미 히사시의 한국비판론. 거슬리는 내용이 많지만 새겨들을 대목도 많다. 전체의 톤을 보면 아주 심하게 한국을 디스한 내용이다.근데 사실 그럴만도 하다. 지금의 한국외교는 외교라 할 수 없다. "20세기 후반의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도 일본의 식민지도 아닌 독립된 국가였다. 어엿한 두 국가가 협상 끝에 합의하고 맺은 조약을 '강제된 것'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국가간의 약속도 나중에 돌이켜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강제된 것'이라고 한다는 말인가. 국제 관계에서는 상대가 어느 나라더라도 상대국의 입장, 관련국들의 입장을 감안한다."(100p)"국제사회에서 '역사'란 '민족의 스토리'가 아니다. 이 두가지는 긴장관계에 있다. 단순한..

읽은거 본거 2016.12.05

[해외책]잘가, 우리들의 소니

일본 가전기업 소니가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 ‘워크맨’을 내놓은 것은 1979년. 이미 휴대용 녹음기가 팔리던 시점에서 단순 재생기기를 상품화하겠다고 창업자인 모리다 아키오(盛田昭夫)가 발표하자 사내 직원들은 맹렬히 반발했다. 경영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재생기능만 갖추면 헤드폰을 끼고 길거리에서도 스테레오 고음질의 음악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었다. 당시만 해도 전용 재생기기는 없었고, 녹음기는 교과서만한 크기여서 휴대하기 불편했다. 워크맨에 대해 창업자를 제외한 임직원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워크맨의 광고·선전 담당자는 단 2명에 예산도 거의 붙지 않았다. 하지만 워크맨에 호기심을 가진 젊은 사원이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워크맨을 허리에 차고 헤드폰을 낀 이 사원이 휴일 전철에 ..

읽은거 본거 2013.03.16

[첨밀밀] 문화혁명의 미몽에서 깨어난 중국인들의 '신유민(流民)사'

감미로운 등려군의 노래가 배경에 깔린 평범한 연애이야긴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거운 내용이더군요. ‘문화혁명’의 미몽에서 갓 깨어난 80년대 중국인들의 ‘신(新)유민사’ 를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는 인민복 차림의 주인공 여소군(여명분)이 대륙의 ‘무석’이란 곳에서 기차편으로 홍콩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동양권에서 가장 발달된 자본주의 도시인 홍콩의 첫인상은 별로 활기차 보이지 않습니다. 꽤나 무거워 뵈는 짐을 짊어지고 힘겹게 객차를 나서는 승객들의 처진 어깨와 어스름한 불빛의 역구내가 소군이 감당할 미래가 간단치 않음을 암시합니다. 이교(장만옥분)역시 같은날 기차를 타고 홍콩에 도착한 ‘대륙인’이지만 소군보다 빠르게 적응합니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부터 영어학원 ‘삐끼’, 유리창청소 등 닥치는 대..

읽은거 본거 2013.03.07

[해왜 책] 블랙기업-일본을 파괴하는 요괴

2008년 일본 기상예보회사인 ‘웨더뉴스’의 신입사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려운 기상예보사 자격시험을 거쳐 취업한 이 사원이 입사 반년만에 숨진 이유는 과로와 ‘파워 허래스먼트’(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행위)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는 입사 후 6개월을 정식사원이 되기 위한 ‘예선’으로 설정해 이 기간 중 상상을 초월하는 과다노동을 부과했다. 숨진 사원은 월 200시간이 넘는 잔업을 강요당했고, 그럼에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상사의 질책에 시달렸다. 주점 체인인 ‘와타미(和民)’에서도 같은 해 26세의 여성사원이 입사 두달만에 투신자살했다. 그는 한달간 14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했고, 휴일에도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연수에 참석해야 했다. 이런 회사들을 일본에서는 ‘블..

읽은거 본거 2013.01.12

[해외 책]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

지난해 3·11 동일본대지진과 함께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고가 일본 사회에 가한 충격은 1년9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그에 미치지는 않지만 올들어 오키나와(沖繩)에서 발생한 여러가지 일들도 일본 사회에 문제를 던졌다. 일명 ‘과부제조기’라 불리는 주일미군의 신형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의 배치와 미군에 의한 오키나와 여성 성폭행 사건 등이다. 각각 ‘에너지’와 ‘안보’를 상징하는 지역, 후쿠시마와 오키나와는 이런 이유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대 교수가 출간한 (슈에이샤)는 이 두 지역을 ‘희생의 시스템’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한다. 아직도 시간당 1000만㏃(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되고 있고, 녹아내린 핵연료가 어떤 상태로 있는지 확인..

읽은거 본거 2012.12.08

[해외책] 편히 죽으려면 의료를 멀리하라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수액주사를 놓는다든지, 위에 튜브를 꽂아 무리하게 음식을 주입하는 식의 연명치료법이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보편적인 의료형태로 정착돼 있다. 유족들에게는 “그래도 손을 쓸 만큼 썼다”는 자족감을 주고, 병원으로서도 환자를 방치하지 않았다는 변명의 근거가 되지만 정작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일본의 현직 의사가 연명치료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을 냈다. ‘편히 죽으려면 의료를 멀리하라(大往生したけりゃ醫療とかかわるな)’(겐토샤)는 노인요양시설 부속병원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임종을 지켜본 나카무라 진이치(中村仁一)가 자연의 섭리인 생로병사에 의료가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게 하는 부조리를 논박한다. 저자의 주장은 이런 것이다. 의료..

읽은거 본거 2012.11.10

[해외책] 전후사의 정체 1945~2012

2000년대 초 일본은 이란의 모하마드 하타미 당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추진한다. 자원이 빈약한 일본은 산유국인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타미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추정매장량 세계 최대 규모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사업에 일본이 참가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휘하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은 다음 개각에서 돌연 경질된다. 이란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이 하타미 대통령의 방일 추진에 발끈한 것이다. 미국은 고무라 외상이 물러난 뒤에도 압박을 풀지 않았고 일본 정부는 끝내 하타미 대통령의 방일 계획은 물론 아자데간 유전 개발 참여도 취소하고 만다. 아자데간 유전의 개발권은 이후 중국으로 넘어갔다.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 화제가 집중되고 있는 (소겐샤)의..

읽은거 본거 2012.10.13

[해외책] 그래도 일본인은 전쟁을 선택했다

독도 영유권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본이 근대국가 이후 일으킨 전쟁들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린다. 일본에서는 이 전쟁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을까. 일본의 전쟁 관련 저서 중 가장 주목받는 책은 도쿄대 가토 요코(加藤陽子) 교수가 쓴 (아사히출판사)다. 일본 근현대사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가토 교수가 도쿄시내 고교의 역사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5일간 연속 강의한 내용을 엮어 2010년 출판한 이 책은 2년이 지난 현재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이 근대국가 이후 치른 여섯 차례 전쟁의 배경과 원인, 대외정세, 당시 정부와 군부, 정치권, 여론의 움직임을 최신 연구성과와 기록을 동원해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읽은거 본거 201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