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거 본거 68

[해외책]아저씨 도감

48가지 유형으로 본 아저씨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가 올해부터 은퇴를 시작한 영향인지 일본에선 어딜 가든 중노년의 아저씨들이 넘쳐난다. 도쿄 도심의 지하상점가에는 평일 오후 6시를 조금 지난 시각인데도 이미 불콰한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는 아저씨들의 무리가 목격된다. 휴일에 공원에 가면 조끼차림에 카메라를 목에 걸고 벚꽃을 접사촬영하는 아저씨들, 이젤을 받쳐놓고 풍경화 그리기에 몰입하는 아저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본 아저씨들의 생태를 식물도감처럼 분류해 소개한 (쇼가쿠칸)이 최근 일본에서 화제를 몰고 있다. 출간한지 5일만에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재고가 동이 났고, 아마존이 집계한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올라있다. 저자는 올해 31세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나카무라 ..

읽은거 본거 2012.07.16

[해외 책]중국화하는 일본(中國化する日本)

‘중국화’ 개념으로 본 일본사 일본에 거주하다 보면 가끔씩 일본이 북한과 닮은 데가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북한의 김일성주의와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천황(일왕)이데올로기가 닮은 것은 물론이고, ‘간바레(힘내라)’를 외치는 집단성도 그렇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질서와 관행도 많이 남아 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개혁·개방을 큰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며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극히 대조적이다. 이런 일본의 역사적 연원을 ‘중국화’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 (분게이슌주)이 최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아이치현립대 준교수인 사학자 요나하 준(與那覇潤)은 이 책에서 1000년 전 중국 송(宋·960~1279)대에 구축된 질서를 ‘중국화’로 ..

읽은거 본거 2012.06.02

일본총리가 매년바뀌는 이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한 1986년부터 재무상으로 입각한 2010년 6월까지 집 근처 전철역 앞에서 25년간 매일 아침 마이크를 잡고 가두연설을 했다. 그가 총리가 되자 ‘역전 앞 학원은 노바, 역전 앞 연설은 노다’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일본 최대의 영어회화 학원 ‘노바’가 전철역 부근마다 있는 걸 빗댄 것이다. 노다 총리는 대학 졸업 후 정치인 양성기관인 마쓰시타(松下)정경숙을 거친 뒤 고향인 지바(千葉)현의 현의회 의원으로 정치생활을 시작해 국회의원이 됐다. 노다는 다른 분야의 경험없이 정치에 입문해 총리에 오른 첫 정치인이다. 현 민주당 정권에는 노다 총리와 엇비슷한 경로를 통해 정치인이 된 이들이 많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도 대학 졸업→마쓰시타정경..

읽은거 본거 2012.04.28

관보복합체(官報複合體)-일본 전직 신문기자가 쓴 일본 언론의 자화상

ㆍ일본 언론의 자기비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다음날인 2011년 3월12일 원전에서 가까운 나미에마치(浪江町) 주민 수천명이 모였다. 정부가 특별한 피난지침을 내리지 않아 주민들은 막연히 쓰시마(津島) 지구로 일제히 몸을 피했다. 주민들은 그곳에서 사흘을 머물렀고, 아이들은 낯선 동네에도 아랑곳없이 뛰어놀았다. 하지만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바람을 타고 정확히 쓰시마 지구를 향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운영하는 ‘긴급시신속방사성물질영향예측시스템(스피디·SPEEDI)’은 당시 쓰시마 지구 쪽이 위험하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대량 피폭하도록 방치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이 사태는 한달쯤 지나서야 조금씩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읽은거 본거 2012.03.24

왜 일본 편의점은 강한가?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편의점에 들르게 된다. 매일 아침 출근길엔 가벼운 아침거리와 음료수를 사기도 하고,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찾는다. 전기요금이나 의료보험료도 편의점에 내면 되고, 야구장이나 미술관 티켓을 사기도 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물건을 사무실과 가까운 편의점에서 찾을 수도 있다. 일본인들에게 편의점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금융·우편·문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사회 인프라’이다. 일본의 편의점 실적은 장기불황에도 아랑곳없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는 1988년 이후 매년 전년을 상회하는 매출실적을 기록했고, 2008년에는 백화점 업계 전체의 매출액을 앞질렀다.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 있는 (아사히신문 출판)..

읽은거 본거 2012.02.18

[해외책]국력이란 무엇인가

‘내셔널리즘’이라는 용어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을 주는 낱말이다. 지난 세기 발발한 2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해 수없는 전쟁에 내셔널리즘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대공황을 계기로 급속한 군국주의로 치달으며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으로서는 더욱 껄끄러운 용어다. 이런 일본 사회에서 ‘경제 내셔널리즘’이 필요하다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의 책이 출간됐다. (고단샤)는 경제산업성 관료출신인 나카노 다케시(中野剛志) 교토대 교수가 펴냈다. 그는 일본이 협상 참가 방침을 밝힌 환태평양경제협정(TPP)에 대한 대표적인 반대론자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해 출간한 은 일본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상위랭킹에 올라 있다. ‘경제 내셔널리즘’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런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의 글로벌화는..

읽은거 본거 2011.12.09

[해외서평] 성숙일본, 경제성장은 더 필요없다

“세계 1등이 아니면 안되는 겁니까? 2등이면 안되나요?” 모델 출신으로 일본 민주당 정권의 각료가 된 렌호(蓮舫) 행정개혁상은 민주당 정부가 주도한 공개 예산심사에서 불필요한 예산의 삭감을 주도해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9년말 슈퍼컴퓨터 개발 예산의 타당성을 심의하면서 이렇게 물었다가 보수세력들의 반발에 휩싸여 예산삭감에 실패했다. 이 에피소드는 오래전 경제대국이 됐지만 만족할 줄 모르는 일본의 초조감을 드러낸다. ‘버블붕괴’ 이후 장기불황에 중국 경제의 부상 등을 거치면서 ‘일본은 계속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협정(TPP)협상을 두고 “이번 버스에 타지 않으면 뒤처지고 만다”는 논리도 이런 심리를 한껏 자극한다. (아사히신문..

읽은거 본거 2011.11.12

'지붕킥'의 그 체육코치는 어디로 갔을까?

잠시 드라마 이야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정준혁이 다니던 고교에 체육코치가 있다. 그는 준혁에게 뭘 갖다주러 학교에 갔던 세경이의 놀라운 운동신경에 감탄해 소프트볼 선수로 키우려 한다. 세경은 소프트볼 체육특기생으로 잠시 학교에 다니다 그만둔다. 그 코치의 계약기간이 끝나 소프트볼팀이 해산했기 때문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금메달 3개를 따며 선전하는 모습을 한숨을 참으며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새벽에 출근하자마자 운동장 쓰레기부터 줍는 ‘체육코치’들이다. 한 고교 코치는 쓰레기를 보고 지나치다 교장에게 ‘너 뭐하는 XX야’라고 욕을 먹었다. 청운의 꿈을 꾸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용’이 되지 못한 수많은 학교의 체육코치들 중 상당수가 1년 계약직으로 중고교생들을 가르친다. 아무리 ..

읽은거 본거 2010.11.22

진보여! 숫자에 강해질 지어다

한국사회에서도 정책의제가 개발에서 복지로 바뀌는 변화의 흐름이 뚜렷해졌다. 6월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이슈는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의 정책전환을 요구하는 민심의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는지 한나라당내에서 잠시 감세 철회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역시나’ 본질은 변할 수 없는 법,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어쨌건 한나라당 내의 복지담론, 감세철회나 정부의 ‘친서민’정책은 보수진영도 복지요구를 끌어안아야 할 상황임을 잘 드러낸다. 얼마 전까지도 정부와 여당은 복지확충 요구에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자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논리를 펴왔다. 숫자에 약한 진보진영들는 반박논리를 찾지 못해 속수무책이었다. 국가재정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현실적인 대안을..

읽은거 본거 2010.11.02

[방가방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유쾌한 데몬스트레이션

의 주연 김인권을 에서 처음 봤다. 공부도 그렇고 배경도 변변치 않은 1년 꿇은 복학생 역으로 나왔는데 수업중에 장군의 아들(유신시대에서 장군의 아들을 건드리다니 약먹었다)인 동급생의 뒤통수를 볼펜으로 찍는 장면은 정말 리얼했다. 이후 별로 영화볼 기회가 없었지만 이 '볼펜 마빡 찍기' 신은 워낙 강렬해서 잘 잊혀지지 않는다. 김인권은 청년실업자가 외국인노동자로 위장취업하면서 겪는 소동을 그린 에서도 기대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웰메이드라고 하기엔 2% 부족한 영화지만 그의 연기는 군더더기 없이 리얼했다. 무거운 주제인데도 어깨에 힘을 빼고 만들었다는 점은 점수를 줄 만 하다. 외국인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든다면 코미디 영화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물론 거슬리는 장면들도 꽤 있고..

읽은거 본거 201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