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경제 33

[촌철경제]IT산업을 '테러'한 테러방지법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자 인터넷에서는 안드로이드폰 대신 아이폰을 사용하거나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 같은 해외 메신저를 사용해야 한다는 대응수칙이 돌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테러위험 인물에 대해 출입국, 금융거래 정지요청, 통신이용 관련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톡이나 안드로이드 기반의 국산 휴대폰을 사용하기 꺼려진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텔레그램은 카카오톡과 달리 상대방과 대화가 끝나면 대화가 자동 삭제되는데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우려도 덜 수 있다. 테러 용의자가 사용한 아이폰 잠금장치를 풀어달라는 미국 FBI의 요구를 거부한 애플사의 방침으로 아이폰에 대한 신뢰는 더 높아지고 있다. 테러방지법이 본격 시행되면 메신저나 휴대폰 ‘갈아타기’가 대거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촌철경제 2016.03.04

[촌철경제]'레트로' 혹은 '고인물' 한국경제

‘레트로(Retro)’현상은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체제, 전통 등을 그리워하여 그것을 본뜨려고 하는 것을 가리킨다. 대중문화에서는 영화 , 드라마 등이 꼽힌다. 지난해 초 무한도전의 가 히트하면서 1990년대 음악들이 다시 등장한 것도 레트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레트로 풍조는 대중문화 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서 목격된다. 혁신과 창조적 파괴의 에너지가 사라진 경제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준금리 인하나 부동산 경기부양 등 낡은 카드들이 등장한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우지만 창조경제를 추진하는 방식은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성향이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이기 때문일까?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이후 대기업의 반열..

촌철경제 2016.03.02

[촌철경제]'헬조선' 만드는 임금격차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확대→대입 무한경쟁→가계의 교육비 부담 급등→성공신화의 소멸→금수저·흙수저의 사회. 한국사회를 ‘헬조선’으로 만드는 순서도는 대략 이렇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80%정도이던 중소기업의 대기업 대비 평균 임금은 지난해 62%로 추락했다. 대기업 사원이 100원을 받으면 중소기업 사원은 62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임금격차가 커지는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납품단가 후려치기, 하도급 대금 미지급, 핵심인력·기술탈취 등 대기업의 전방위적 ‘갑질’에도 원인이 있다.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업생태계를 만들면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격차도 줄어든다. 가계 소득이 늘어나고 내수도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한다. 혁신센터를 짓..

촌철경제 2016.03.01

[촌철경제]해외소비 사상최고, 만연하는 '탈한국' 심리

지난해 해외소비가 사상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허리띠 졸라 아낀 돈으로 해외에서 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물가가 비싼데다 볼거리도 많지 않고, 서비스도 불친절한 국내에서 돈을 쓰느니 차라리 해외에서 대접 받으며 쓰겠다는 심리다. 폐색감에 휩싸인 한국을 휴가 때 만이라도 벗어나겠다는 이들을 나무라기도 어렵다. 어쨌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 중 상당부분은 노후대비로, 대출금 상환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해외소비로 돈이 빠져나가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섣불리 ‘국내에서 휴가가기 캠페인’ 같은 걸로 해결될 수도 없다. 한국인들이 한국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근본원인이 뭔지를 우선 찾아내야 할 것이다.

촌철경제 2016.02.29

[촌철경제] 디플레가 빚어낸 '기저귀 가격전쟁'

100엔숍, 유니클로, 저가 덥밥체인 요시노야(吉野屋). 일본의 장기불황이 낳은 히트기업들이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자산과 임금소득이 줄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자 싼 것만 찾는 심리가 확산됐다. 이 당시 생겨난 유행어가 ‘가격파괴’였다. 유니클로나 요시노야는 ‘시대의 우울’을 자양분으로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저가업체의 성공은 ‘임금파괴’로 유지됐고, 돈이 없어 결혼도 연애도 못하는 ‘초식남’을 양산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와 소셜커머스 업계 1위 쿠팡간의 기저귀·분유 가격전쟁을 보면 국내에서도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소비자들은 당장 좋겠지만 이 저가경쟁을 떠받치는 저임 노동력은 누군가의 아들, 딸이라는 점에서 씁..

촌철경제 2016.02.28

[촌철경제] 병든 경제, 금고구입 '열풍'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괴멸된 일본의 마을들에서는 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자경단이 마을 입구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일본에는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집안 금고에 보관하는 집들이 많은데, 외부인이 폐허가 된 집터를 뒤져 금고를 훔쳐갈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디플레이션과 저금리가 20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은행에 돈을 맡겨두기 보다 금고에 보관하는 풍습이 생겨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저금리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은행 대신 금고에 돈을 보관하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개인금고 판매율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의 5만원권 발행규모가 20조원에 달하지만 회수율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누군가의 금고속에 들어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돌아야 하는 돈이 돌지 않는 경제가 잘 돌아갈 턱이 없다.

촌철경제 2016.02.24

[촌철경제]한국이 '현금인출기'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에 붙여진 별명은 ‘현금인출기’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외국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돈을 빼가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3분기에만 한국에서 12조원이 빠져나갔고 최근에도 외국인 자금이탈이 심창치 않은 걸 보면 올해에도 현금인출기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 같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나가느라 원화가치도 빠르게 떨어진다. 현금인출기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높아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내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수출중심에 내수비중이 작아 세계 경기변동에 취약한 경제구조도 원인이다. 힘들여 벌어들인 달러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현상은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수를 키워 외풍에 덜 흔들리는 경제체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도 있다.

촌철경제 2016.02.23

[촌철경제]'안 쓰면 썩는 돈'은 어떨까?

의 저자 미하일 엔데는 쓰지 않으면 가치가 줄어드는 화폐를 탐구했다. 돈을 담아두지 않고 활발하게 유통시키는 것이 건전한 경제라고 그는 에서 강조했다. 엔데가 창안한 게 아니라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한 도시에서 이런 방식의 지역화폐를 도입해 경제를 살린 예가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예금 등의 형태로 보유한 돈이 1년만에 70조원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규제완화를 외쳤지만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고 돈을 쌓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다면 움켜쥔 돈을 가계부문으로 넘겨 쓰도록 하는 것이 한국경제를 위해 필요한 선택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돈풀기’로 돈이 넘쳐난다. 오죽하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제는 ‘쓰지 않으면 가치가 ..

촌철경제 2016.02.22

[촌철경제]'사드 난기류'와 중국 '센카쿠 반일시위'의 기억

2012년 여름 일본 정부가 중국과 영유권 마찰을 빚어온 센카쿠(尖閣) 열도를 국유화하자 중국에서는 대대적인 반일시위가 벌어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과 상품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진행됐다. 성난 군중들이 일본산 자동차를 불태우고 일본 할인점 매장을 마구 때려부수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중국은 사회주의 색채가 남아 있어 기업과 민간이 정치적인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부가 강제적인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특정 국가나 기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여론이 쏠려가는 ‘군중심리’ 현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간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안하면 2012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반일선풍’이 올해 한국에서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보복조치..

촌철경제 2016.02.21

[촌철경제]"한차원 다른 경계감"...외환시장에 낀 '지정학 먹구름'

사드배치, 개성공단 폐쇄 등 한반도리스크가 경제에 본격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우선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 여파로 19일 원·달러 환율은 1240원에 육박했다. 설 이후 국내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거론되자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미리 빼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한차원 다른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는 사드배치에 대해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컸지만, 보복조치에 앞서 미·중 갈등이 국내 시장에 선제적으로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 같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좋아진다는 것은 세계 경기가..

촌철경제 201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