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47

[기자메모] 포용과 배척… 외국인 대하는 일본의 두 얼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전문직 외국인의 영주권 자격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라는 기사를 8일자 1면 헤드라인에 올렸다. 전문직 외국인의 경력 등을 평가해 일정 점수를 얻으면 5년만 체류하더라도 영주권(현행 10년)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넘쳐나자 외국 의사의 진료행위 허용 방안도 추진해왔다. 이런 움직임은 민간부문에서 더 활발하다. 가전업체 소니가 2013년부터 신입사원의 30%를 외국인으로 채용키로 했고,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라쿠텐도 올해부터 외국인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파나소닉과 도시바 등도 이에 합류하고 있다. 이는 전향적인 흐름이다. 일본으로서는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고, 외국인들로서는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재일 ..

칼럼 2011.03.09

그가 야구배트를 들게 된 사연

국내 유명 재벌의 2세는 유학생 시절 친구들과 서울 강남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다 옆 차선의 프라이드 승용차 운전자와 동승자를 끌어내 벽돌과 화분으로 집단구타해 중태에 빠뜨렸다.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벽돌에 머리가 찍힌 동승자는 뇌수술을 받았다. 현장에서 달아난 이 재벌 2세는 몰래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붙잡혔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그는 6년 뒤에도 서울 강남에서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가 단속하려는 경찰을 창문에 매달고 질주해 전치 석달의 중상을 입혔다. 이어 지나가던 차량 3대를 들이받은 뒤 차를 버리고 골목으로 달아나다 시민들에게 붙잡혔다. 한 편의 액션영화다. 또 다른 재벌 2세는 수년 전 동업자를 산으로 끌고가 집단폭행하고 물고문까지 했다. 그는 특수 폐쇄회로(CC)TV를 공동..

칼럼 2010.12.01

친서민-민영화된 포퓰리즘

 내년 예산안이 제출되면서 이명박 정부가 입에 달고 사는 ‘친서민’의 배경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생겼다. 출발점은 공교롭게도 감세정책이다. 정부는 출범 첫해 대규모 감세정책을 내놓았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추고, 종합부동산세의 징수 범위를 확 줄였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자 재정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정부가 계획 중인 감세 규모는 임기 5년 동안 60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4대강 예산으로 매년 5조원가량이 빠져나간다. 살림살이가 나빠지면서 서민·복지예산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자 이명박 정부는 ‘서민정책의 아웃소싱’을 시도한다. 금융권과 일부 대기업들의 팔목을 비틀어 재원을 조달한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1호 상품이 미소금융이고, 2호가 ‘햇살론’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대출 부실 우려가..

칼럼 2010.10.07

어떤 취업기-1986년과 2010년

# 대학 2학년 겨울방학이던 1986년 1월 경기 부천시의 오디오 스피커 생산업체에 아주 잠깐 다녔다. 프레스 기계에서 찍혀나온 스피커 모양의 금속붙이들을 정리하는 게 일이었다. 수십 개를 간추려 작업장 한쪽에 옮겨 쌓고 돌아오면 기계가 토해낸 일감들이 또 수북이 공장바닥에 쌓였다. 몇시간 못가 손아귀와 팔뚝이 후들거렸다. 행여나 싶어 며칠간 머리를 감지 않고 가장 허름한 점퍼를 걸친 채 소사여객 버스를 타고 도착한 약대동에는 작은 공장들이 즐비했다. 사진도 붙이지 않은 이력서를 쓱 훑어본 관리사원은 다음날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하루 일당 3700원에서 점심값 600원을 떼면 3100원, 한 달 꼬박 일해도 야근을 하지 않으면 10만원이 채 안됐다. 대학가 하숙비가 12만원이던 시절이었다. 점심시간. 식..

칼럼 2010.09.13

한국경제에 꼭 필요한 싸움

사각의 링. 한 선수가 상대방을 기세좋게 몰아붙인다. 코너에 몰린 선수는 가드를 잔뜩 올린 채 공이 울리기만을 기다린다. 상대방에게 결정적 ‘한 방’이 없어 곧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버틴다. 모처럼 파이팅이 벌어지자 관객들도 시선을 주긴 하지만 화끈한 승부에 대한 기대는 접는다. 공격수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합은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승부로 끝난다. 사진출처= www.boxnews.com 최근 전개되고 있는 정부와 대기업 간의 공방을 지켜보면 이런 맥 빠진 결말로 치닫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제대로 된 한 방이 나올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글쎄요’다. 그 ‘한 방’이란 특별난 게 아니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예외없는 법집행에 나서라는 의미다. 우..

칼럼 2010.08.04

영국철도와 인천공항의 운명

1997년 영국 런던 서부의 사우스올에서 그레이트 웨스턴 급행열차가 화물열차와 충돌해 7명이 숨졌다. 2년 뒤인 99년 10월 런던 패딩턴역 부근 래드브로크 그로브에서도 열차가 충돌해 31명이 죽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기관사가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마주오는 열차의 진로에 들어서다 벌어진 후진국형 사고로, 웬만한 국가들에 다 있는 자동보호장치만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선로 관리를 맡은 민간회사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투자하려 하지 않았다. 2000년 10월에는 햇필드 근방에서 달리던 열차가 전복됐고, 2002년 5월에는 런던 근교 포스터바 역에서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엔 선로에 발생한 균열을 방치한 것이 원인이다. 96년 철도산업이 민영화된 이후 영국인들에게 철도여행은 공포 그 자체가 돼 버렸..

칼럼 2010.07.01

천안함과 함께 침몰한 대북사업

대북사업은 가끔 ‘애국사업’으로도 불린다. 본래 조총련이 북한에 물자나 외화를 보내는 사업에 쓰이던 말이 대북사업을 가리키게 된 것은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고 숱한 리스크(위험)를 각오해야 하는 사업 속성과 관련이 크다. 잘해야 본전이고 자칫 돈을 떼일 가능성도 높아 신념없이 버텨내기 힘들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제정신이냐”는 핀잔과 오해도 받기 일쑤다. 1991년부터 북한과 교역을 해온 김영일 효원물산 회장도 사업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북한이 시멘트 납기일을 맞추지 않아 건설 성수기를 놓쳤는가 하면 서류 미비를 이유로 남한 당국이 통관을 시켜주지 않아 북한산 냉동명태를 6개월 넘게 항구에 보관하다가 폐기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시장’에 도전해 보겠다며 뛰어든 김 회장은 “초창기엔 기업..

칼럼 2010.05.27

민폐만 끼친 은행 대형화

아주 상투적인 이야기부터. 금융의 본래 역할은 돈을 돌려 실물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데 있다. 사람 몸으로 치면 돈은 혈액이고, 실물경제는 근육과 살이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살이 썩거나 근육이 괴사한다. 반대로 혈액과다도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융이 실물경제의 매개자 역할에서 벗어나 산업에 군림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공교롭게도 한 체제가 쇠퇴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영국의 패권시대가 막바지로 치닫던 20세기 초와 미국의 달러패권이 힘을 잃어가던 2000년대 초반이 그랬다. 그 시도들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도 함께 망했다. 1929년의 세계 대공황과 ‘약탈적 대출’이란 별명이 붙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

칼럼 2010.04.22

'악역'을 버리면 경제가 죽는다

광우병 논란이 한창이던 1996년의 영국. 십수년간 정부에 조언해온 아일린 루베리 박사는 3월8일 광우병(BSE) 자문위원회 회의에 문건 하나를 제출했다. 루베리 박사는 이 문건에서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인간 광우병)이 소에서 발생하는 광우병인자가 종을 뛰어넘어 발생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문건은 1985년 이후 11년에 걸쳐 광우병의 인간전염 가능성을 괴담이라며 외면해오던 영국 정부의 태도를 하루아침에 바꿔놨다. 열흘쯤 지난 뒤 스티븐 도렐 보건부 장관은 영국 의회와 국민에게 “영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실토했고, 광우병을 둘러싼 논란은 종료됐다. 루베리 박사의 소신있는 연구와 건의도 그렇지만, 이를 수용한 영국 정부의 태도도 인상적이다. 콤 케러허가 쓴 을 보며 영국에서는 어떻게 ..

칼럼 2010.03.17

당신의 계급은 무엇입니까

(한달에 한번씩 쓰는 칼럼인데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 드라마 에서 귀족학교의 학생들은 툭하면 ‘천민’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하녀들이 무릎꿇고 ‘귀족’들의 구두를 닦거나 귀족 자제의 한나절 파티 복장에 1억원을 쓰는 장면도 나온다. 지난해 이 드라마가 별 소란 없이 방영된 것을 두고 내심 놀랐다. 꽃보다 예쁜 남자들의 환상적인 판타지 때문일까. 평등지향성이 강한 국내 시청자들이 ‘오냐 오냐’ 하며 넘어간 것이 신기했다. 어쨌건 는 알게 모르게 한 가지 메시지를 던져놨다. ‘한국 사회는 계급사회다.’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도 되묻지 않고 받아들였다. ‘계급’(class)이란 주로 물질적·객관적 기반에 입각해 사회구성을 밝히는 개념이다. ‘계층’보다는 층간의 이동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칼럼 2010.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