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47

주식투자를 하려면

선물(先物)거래는 주식시장에서도 전문적인 투자영역에 속한다. 기초자산을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사거나 팔기로 하는 거래방식으로 주식은 물론 금이나 곡물 등도 대상이 된다. 자신이 쥐고 있는 실물이나 주식의 가격이 장래에 얼마에 팔리는 것이 유리할지를 판단해 거래하는 방식인 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 때문에 현물주식을 투자하는 이들은 꽤 늘어났지만 선물에까지 손을 대는 이는 흔치 않다. 이른바 ‘꾼’들의 영역인 것이다. 하지만 선물거래는 꽤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를 일대로 광풍처럼 휘몰아쳤던 튤립거래가 세계최초의 선물거래였고 오사카에서는 쌀 선물거래소가 18세기에 만들어졌다. ‘인간의 욕망’을 존중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와 거의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에드워드 챈슬러가 ..

칼럼 2007.10.25

유민(流民)의 시대

“동트는 새벽에 나는 달리고 있어요. 붉게 물들기 시작한 어느 하늘 아래를. 태양이여 나를 이민국에 들키지 않게 해주세요.” 멕시코계 미국인 여가수 티시 이노호사가 부른 ‘돈데보이(Donde voy·어디로 가야 하나요)’의 앞소절이다. 우수 짙은 음색과 애절한 선율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노래지만 스페인어에 익숙하지 못했던 기자는 뒤늦게 가사의 뜻을 알고 나서 전율했다. 미국 국경 순찰대의 눈을 피해 장벽을 넘어야 하는 가난한 멕시코인들의 절박한 삶의 현장을 여과없이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월경자들은 애리조나주의 사막이나 리오그란데 강을 건넌다고 한다. 고열의 사막에서 탈수증세로 죽어가거나 강에 빠져 목숨을 잃는 이들이 태반이고 용케 강을 건넜더라도 이민국 관리들과의 목숨을 건 숨바꼭질이 기다리고..

칼럼 2007.10.02

K-1과 커피프린스, 농촌

최홍만 같은 ‘씨름스타’가 뛰어들면서 종합격투기 ‘K-1’이나 ‘프라이드’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부쩍 높아졌다. 케이블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어렵지 않게 종합격투기를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 치러지는 대회는 다소 밋밋하다. 이웃 일본은 좀 다르다. 유명 여배우인 후지와라 노리카(藤原紀香)가 방송해설자로 나서 피가 튀는 링 옆에서 탄식과 환호를 연발하고 무사시 같은 파이터들이 TV프로에 게스트로 나오는가 하면 밥 샵 같은 외국선수들이 CF모델로 등장한다. 종합격투기의 발상지이고 선수층이 두껍다는 점 말고도 일본의 종합격투기 대회엔 우리에겐 없는 드라마적 요소가 있다. 선수들간의 불꽃 튀는 주먹대결 외에 ‘누가 누구에게 지고 누군 누구에게 이겼고, 이번엔 누가 누구와 붙는다는데 과..

칼럼 2007.09.13

200년과 2007년 사이

# 장면 1 = 7년전인 2000년 6월 13일 한반도는 온통 흥분에 휩싸였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포옹을 나누던 장면을 TV를 통해 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롯데호텔에 차려진 임시 프레스센터에서 대형화면을 지켜보며 취재하던 기자도 냉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손수건으로 붉게 변한 눈자위를 꾹꾹 눌러가며 기사송고를 위해 노트북을 두드리던 동료기자들의 모습, TV화면이 바뀔 때마다 ‘와’하는 탄성이 장내를 휘감던 일도 생생하다. 정상회담 수행기자로 평양을 다녀온 선배기자는 “자꾸만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끝이 찡해오고 눈가에 이슬이 맺히려 했다”로 시작되는 장문의 취재기를 싣기도 했다. # 장면 2 = 경제계 고위인사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

칼럼 2007.08.14

M&A와 한국경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삼성전자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을 시도할 것이라는 풍문이 경제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시가총액 100조원(19일 종가 기준 93조6824억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덩치를 감안하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몇 달 전 글로벌 철강회사 간 합병바람이 불면서 포스코가 M&A가능성에 시달렸음을 상기한다면 이런 시나리오가 불가능하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의 재임기간 중 여러 경제현안이 있었지만 M&A문제도 핵심현안 중 하나로 꼽힌다. 2004년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을 비롯해 KT&G에 대한 칼 아이칸과 스틸 파트너즈의 적대적 M&A위협 등 크고 작은 M&A가 회오리를 일으키며 우리 사회를 긴장시켰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M..

칼럼 2007.07.21

‘장생(長生)리스크’

오래 사는 리스크라고? 10여년전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말이다. 지금도 그리 낯익은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오래 사는 리스크’는 분명히 있다. 그것도 외환위기 이후 직장인들에게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리스크임에 틀림없다.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회사는 빨리 떠나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팽창일로에 있던 외환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60세에 퇴직한 뒤 10여년치 생활비만 있으면 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평균수명이 73.96세였다. 하지만 2005년 평균수명은 78.63세로 5세 가까이 늘어났다. 9년만에 5세 가까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10년쯤 뒤엔 80세를 훌쩍 넘길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직장정년은 평균 10년이상 단축됐다. 회사를 떠난 뒤 적어도 25년, 많..

칼럼 2007.06.26

한미 FTA 관련 원고

‘FTA No Our rice Yes Screen Quotas Yes!’ ‘우리 쌀 우리 영화 우리가 지켜가자’ 영하의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7일 저녁 6시쯤 미 대사관에서 100여m 떨어진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는 다소 이색적인 구성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스크린쿼터 사수와 FTA저지를 위한 쌀과 영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영화인과 농민 등 2500여명이 "쌀과 영화를 사수하자"며 목소리를 합쳤다. 관객 1천만명의 대흥행을 기록한 영화 ‘왕의 남자’를 만든 이준익 감독 등 영화인들은 “문화전쟁의 시대에 정부는 지난 세기의 경제논리로 문화를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결정을 비판했다. 농민들도 “생명주권인 쌀을 빼앗는 것보다 문화, 혼을 빼앗는 게 더 악랄하며..

칼럼 200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