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피해 배상’ 판결에 당혹 속 함구… 입장정리에 고심
일본 정부는 24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판결이 내려지면서 당황하는 분위기다.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한·일관계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등장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본 외무성 국제보도관실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북동아시아과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조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바로 반응이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혀 입장정리에 애를 먹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자 일본 정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한국 사법부가 잇따라 예상을 뒤엎는 판결을 내놓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기본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청구권협정으로 배상문제는 물론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의 임금 미지급 문제까지 해결된 만큼 기업이 개별적으로 배상을 하거나 미지급 임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며 “만약 배상을 해야 한다면 이는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지난해 12월 교토(京都)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위안부 문제로 설전을 벌인 이후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일관계에 또다시 암운이 드리우게 됐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한·일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소송 피고 측인 미쓰비시중공업은 공식적인 반응을 삼가면서도 한국 법원의 판결 내용을 분석하는 등 대응전략에 부심했다. 회사 홍보담당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뭐라고 코멘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