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도난 유물” 환수 여론 일 듯
“실물을 보니 6가지 제왕투구의 특징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조선의 군사최고직인 대원수(왕)가 쓰던 투구임이 확실합니다.”
1일 일본 도쿄시내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조선 국왕의 갑옷과 투구를 처음으로 직접 마주한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박물관이 왕실 물품임을 확인했고, 제작시기 등을 추정해볼 때 고종이 사용하던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투구꼭대기에 봉황무늬 백옥 장식이 있고, 갑옷에 호박단추와 금으로 된 용장식 5개 등을 보면 국왕이 쓰던 물품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 측은 조선왕실 유물이라는 사실은 명시하지 않은 채 ‘용 봉황무늬 두정 갑옷과 투구’라는 명칭의 19세기 조선물품이며, ‘오구라 컬렉션’으로부터 기증받았다는 안내문을 붙여놨을 뿐이다. 전시에는 고종이 썼던 익선관과 오구라 컬렉션 목록에 ‘명성황후를 시해한 자객이 당시 방에서 들고 나온 소반’으로 설명돼 있는 풍혈반도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20건의 유물 중 10건은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1870~1964)가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수집한 문화재인 ‘오구라 컬렉션’에서 기증받은 1040점의 일부다. 한국은 1965년 한일조약 체결 전 문화재 반환협상에서 오구라 컬렉션에 포함된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개인재산’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박물관 측은 투구와 갑옷을 수장고에 보관해오다 혜문 스님 등의 열람요구가 잇따르자 이날부터 12월23일까지 ‘조선시대의 미술’이라는 기획전시 형태로 공개한다.
하지만 한국엔 없는 조선 국왕의 투구와 갑옷이 일본에서 공개됨에 따라 환수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도난품을 기증받거나 구매하면 안된다고 규정한 국제박물관협의회 규정에 비춰볼 때 도쿄박물관이 조선왕실 유품을 기증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혜문 스님은 “오구라 컬렉션으로부터 기증받았다면 박물관 측이 도난품임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안민석 의원은 “박물관이 반입경위를 조사해 밝히도록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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