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한일비교](18)가끔 '아베군'으로 불리는 아베 총리

서의동 2013. 11. 13. 11:14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로 부른 것을 두고 '예의가 없다'는 등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가 아닐 경우 흔히 아베상으로 통한다. 상(さん)은 우리의 씨에 해당되는 말이니 '아베씨'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NHK의 국회 중계를 보면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위원장이 총리에 대해 '000군(君)'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떻게 총리를 군이라고 부르는가 처음엔 좀 놀랐다. 군은 동년배나 연하에 붙이는 가벼운 존칭이다. 심지어 일본의 어느 민방 TV는 아베 총리 취임 1개월을 맞아 아베 총리를 학급 반장으로 비유해 평론가들이 성적을 매기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는데, 캐스터가 '아베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학급반장이라는 가정이 깔린 것이지만 그래도 일본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극언으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아베 총리를 '아베군'이라고 부른다. 아베 총리보다 연배이고, 워낙 파격적인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문제삼는 이들은 없다. 지난 9월말 언론인터뷰에서는 도쿄 올림픽 유치와 관련해서 "도쿄전력의 실수를 아베군이 잘 수습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일상생활에선 서비스업종 종사자들이 손님에 대해 오갸쿠사마(お客様)라는 극존칭을 쓰고, 가끔씩 광고성 편지에 보면 000도노(殿)라고 쓰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000상'으로 통한다. 그래서 나도 '서상'으로 불린다. 그대로 번역하자면 '서씨'인 셈인데 성과 이름 전체에 씨를 붙여 부르는 한국어 습관에서 보자면 어색하고 실례인 듯 느껴지지만 이곳에선 보통이다. 


일본에선 직함에 '님'자에 해당하는 '사마'나 '상'을 붙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부장님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선 '부초상(部長さん)'이란 말이 없다. 직급이 높건 낮건 마찬가지다. 가끔 연배가 높은 이들에게 '센빠이'(先輩)란 말을 쓰기도 하지만 '선배님'이란 말은 일본어에 없다. 


'님'자를 붙이지 않는 습관은 특히 타인에 대해 자신의 가족이나 회사사람을 부를 때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에 전화를 걸어 "다나카상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을 때 만약 외출했다면 "다나카는 외출했다"고 응답한다. 찾는 대상이 부장이고, 전화를 받은 사람이 그보다 낮은 직위라고 하더라도 '다나카상'이라고 하지 않는다. "김부장님 계시냐"고 전화했을 때 하급직원이면 "김부장님 안계신다"고 응답하는 한국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