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추진 ‘특정비밀보호법’ 국회 심의 시작

서의동 2013. 11. 7. 19:34

ㆍ공모죄 등 ‘공안통치’ 조항 야당·시민사회 저항 예상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 중인 특정비밀보호법에 대한 국회 심의가 7일 시작됐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은 임시국회가 폐회되는 내달 6일 이전에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지만, 국민 알권리는 물론 국회의 내각견제 기능까지 위축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을 안고 있어 야당과 시민사회의 저항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이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한 특정비밀보호법안은 누설 시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와 외교, 첩보행위, 테러 등의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하고, 이를 유출한 공무원은 최장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비밀 유출을 교사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어 언론인이 공무원으로부터 ‘특정기밀’을 취득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는 여지를 열었다. 또 행정기관의 장이 ‘국가안보에 현저한 지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에 비밀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고, 국회의원이라도 특정비밀을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더구나 행정부가 제3자의 검증이나 판단 없이 ‘특정비밀’을 자의적으로 지정하기 때문에 행정부가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독주할 우려가 커진다.

법안에 규정된 ‘공모죄’도 시민사회를 옥죌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주일미군이 일으킨 사고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한 시민들 간의 논의가 공모죄로 처벌될 소지가 있다. 공모죄는 범죄가 실행되지 않더라도 성립되며, 공모 여부를 판단할 기준도 애매해 자의적 처벌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 이런 독소조항들 때문에 법이 제정되면 과거 군국주의하의 ‘공안통치’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대학교수와 변호사 256명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발표해 법안이 헌법의 기본 원리를 짓밟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법을 이번 임시국회 때 통과시키지 말고 신중하게 심의하자는 의견이 82.7%로 나타나는 등 여론도 법안의 졸속처리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연내 통과를 강행할 방침을 보이고 있어 파란이 예상된다.

한편 일본 외교·안보 정책결정의 사령탑 역할을 할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창설 법안이 이날 중의원을 통과했다. 일본판 NSC는 외교·안보 분야의 중장기 국가전략 수립과 위기관리, 정보 집약 등을 담당하는 기구로, 의장인 총리와 관방장관, 외무상, 방위상으로 구성된 ‘4인 각료회의’가 기본 방침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