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되살아난 길거리 악마 공포

서의동 2010. 12. 17. 20:11
 일본 사회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다시 재발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러 죽거나 다치게 하는 ‘도오리마(길거리 악마) 사건’의 범인들 중에는 20~40대 실직자들이 적지 않아 비정규직 확산 등 일본 노동시장 불안심화와 관련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7시40분쯤 이바라키현 도리데시 전철역 부근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사이토 유타(27) 용의자가 에도가와학원행 시내버스에 뛰어들어 흉기를 마구 휘둘러 등교길 중고교생 11명이 부상했다. 그는 이어 또다른 버스에서 승객 2명을 다치게 했다가 시민들에 의해 붙잡혀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이토 용의자는 학생 50여명이 타고 있는 버스의 뒷문으로 뛰어들어 학생 1명을 폭행한 뒤 흉기를 꺼내 학생들에게 휘둘렀다. 그는 버스에 내려 길가던 행인을 폭행한 뒤 이어 도착한 버스에도 뛰어들어 흉기를 휘두르다 승객과 격투끝에 붙잡혔다. 용의자는 경찰에서 “내 인생을 끝장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범인은 일정한 주거가 없는 무직자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거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 살상하는 일본의 ‘도오리마 사건’은 2000년대 이후 빈발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발생한 도오리마 사건은  모두 74건에 달한다. 파견노동자 대량해고 사태가 있었던 2008년 14건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 4건으로 주춤하다가 올들어 6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아키하바라 살인사건 현장검증 장면 출처 = 위키피디아



 도오리마 사건의 범인들 중에는 20~40대의 실직자나 비정규직 등 불안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지난 6월에는 일본 히로시마 마쓰다 자동차 본사 공장에서 파견노동자였던 히키지 토시아키(42)가 승용차를 몰고 공장 안으로 돌진, 출근하던 공장직원 11명을 치어 이중 1명을 숨지게 했다. 그는 경찰에서 “회사에서 4월에 해고된 뒤 앙심을 품어왔다”고 말했다. 2008년 6월에는 자동차 부품회사 파견노동자인 가토 도모히로(28)가 도쿄의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의 ‘보행자 천국’을 트럭으로 밀어붙인 뒤 흉기를 휘둘러 7명을 숨지게 하고 1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가토는 해고의 불안감에 시달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도오리마 사건의 증가가 1990년대 불황으로 종신고용이 무너지고 비정규직 등 불안노동이 급격히 확산된 반면 사회보장은 선진국에 크게 미달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본 청년층(15~24세)의 실업률은 지난 7월 말 9.1%로 한국(8.5%)보다 높다. 또 2003년 제조업에 대한 파견근로가 허용되면서 1990년 20.2%이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2008년 34.1%로 급증했다. 민주당 정부들어 어린이 수당 신설 등 사회보장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재정악화 등의 이유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노동시장 불안과 양극화, 열악한 사회보장 제도 등이 불안노동층의 사회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마미야 가린 ‘반빈곤네트워크’ 부대표는 “저임금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형태가 급증하면서 가계빈곤이 심화되고 있다”며 “최근의 도오리마 사건도 불안정 노동확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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