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도쿄시민 1만여명 '반원전' 시위

서의동 2011. 4. 11. 11:40

고엔지에 모인 시민들

10일 일본 도쿄시내에서 1만여명의 시민들이 원자력발전소 가동 반대집회를 갖고 가두행진을 했다. 일본에서 이처럼 대규모 집회와 데모가 벌어진 것은 드문 일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체르노빌에 버금가는 대참사가 발생했지만 정부 내에서 원전정책에 대한 방향전환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자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하마오카 원전 가동중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등이 도쿄 미나토구 시바코엔(芝公園)에서 개최한 원전반대 집회에는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해 원전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또 스기나미구 고엔지(高円寺) 중앙공원에서도 1만여명이 운집해 원전정책 폐기를 외쳤다. 고엔지 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 ‘아마추어의 반란’은 집회를 알리는 웹사이트를 통해 “지금까지 정부는 원전은 안전하며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해왔지만 결국 이런 엄청난 사고가 났다”며 “원전은 한시라도 빨리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바코엔 집회에 여고생 딸 등 가족과 함께 참가한 가메이(47)는 “정부는 원전정책을 폐기하면 전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이는 원전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핑계일 뿐”라며 “원전없이도 저탄소대책을 유지하면서 전력수요를 감당할 능력이 된다”고 말했다. 간나즈키 스키코(39·여·도쿄 메구로)는 “원전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렇게 큰 사고가 날 때까지 적극적으로 (원전)반대에 나서지 못한 책임을 느낀다”며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치사량에 가까운 피폭을 당하면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이 있는데 정부가 원전정책을 고수하는 한 이런 비극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국민은 너무 점잖아서 정부 정책에 제대로 비판을 하지 않았지만 그 때문에 전세계에 폐를 끼치고 말았다”며 “앞으로는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2시쯤 집회를 마친 뒤 도쿄전력이 있는 지요다구 우치사이와이초, 긴자 등 도심으로 진출해 “원전을 멈추라” 등 구호를 외치며 오후 늦게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홋카이도의 삿포로시와 가마쿠라 도야마 등에서도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 

한편 방사성 물질을 대량 방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역의 일부 학교가 여전히 높은 방사선량 수치 탓에 이달말 이후에도 한동안 학교 문을 열지 못할 수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일본총리 자문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후쿠시마현의 학교시설 방사선량에 대해 “일부는 개학을 추천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고 9일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기준으로 삼은 아동의 연간 방사선 노출량은 20밀리시버트(m㏜)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원래 4월초에 1학기 수업을 시작하지만, 후쿠시마현 등 대지진 피해가 집중된 지역의 학교는 개학이 대부분 4월 말로 미뤄진 상태다. 

또 이바라키 현에 이어 후쿠시마 현 앞바다에서 잡힌 까나리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이와키시 해변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잡힌 까나리 시료 4건 중 1건에서 1㎏당 세슘 570베크렐(Bq)이 검출됐다. 식품위생법상 기준치는 1㎏당 세슘 500Bq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