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무명 의원들에 휘둘린 한국 외교

서의동 2011. 8. 1. 17:45
김재신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다음날인 지난 30일. 일본 주요 일간지들은 이 뉴스를 대부분 단신처리했다.
 

입국불허뒤 일본으로 돌아가 기자회견하는 신도 요시타카 등 자민당 의원/경향신문DB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이 각각 2면 박스기사, 4면 2단 기사로 처리한 정도가 눈에 띄었을 뿐 최대 발행부수의 요미우리신문은 국제면에 1단 기사로 실었다. 이날 일본 언론들은 동일본대지진 부흥계획과 원자력발전 관련 기사를 1면 주요뉴스로 다뤘다. 
 
울릉도 방문단장격인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의원이 같은날 “그래도 울릉도에 가겠다”고 밝힌 기자회견 내용도 31일자 일본 신문들은 다루지 않거나 1단으로 실었다. 강경보수 계열인 산케이신문 만이 29일자 사설과 30일자 신도 의원 인터뷰 등을 통해 비중을 두었을 뿐이다. 일본 언론의 전체적인 기조를 보면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은 정국의 종속변수조차 못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 언론들은 30일자에서 김 차관보의 무토 대사 초치를 종합면에 사진까지 곁들여 주요기사로 보도했고, 지난 1주일간 꾸준히 키워왔다. 상대방은 돌 하나 던져놨을 뿐인데 장관에 대통령까지 나서 과잉반응을 보이면서 단숨에 정국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이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 당초 신중했던 외교당국의 입장마저 헝클어졌다. 이 장관은 31일 울릉도로 떠나면서 트위터에 “전범 후예들이 감히 대한민국을 시험하려고 한다. 그들이 디딜 땅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6일 “공식적으로 외교통상부가 일본정부에 신변 안전상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통보하고 협의하라”며 힘을 실었다.
 
일본내 한국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과민반응에 어리둥절하는 분위기다. 한국 특파원을 지낸 바 있는 한 일간지 간부는 “여당의원도 아니고 야당의원, 그것도 평의원이 독도도 아닌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는 데 왜 대통령까지 나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자신이 있다면 울릉도의 독도박물관을 흔쾌히 보여주면 될 일”이라며 “무슨 정치적 사정이라도 있는 거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런 대조적인 분위기 속에 이름조차 알려진 바 없었던 신도 의원은 한국에서 일약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또 독도문제가 재차 양국 현안으로 불거지면서 한국 외교는 독도의 분쟁수역화를 노리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며 참패했다.자민당 의원들은 울릉도 방문을 하기도 전에 정치적 목적을 100%달성한 꼴이다.

한 한·일관계 소식통은 “저 사람들은 울릉도에 가겠다고 딱 한마디 했을 뿐”이라며 “그 한 마디에 우리는 특임장관이 머리띠를 매고 반대하고 있고 온 나라에 풍파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