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대지진1년] 기득권에 밀린 원전정책..재가동 추진

서의동 2012. 3. 6. 10:35

일본 에너지산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경제산업상은 지난 1월26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여름 전국 원자력발전소가 전혀 가동이 안되더라도 지난해처럼 절전을 하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 원전에 비판적인 에다노 장관의 말은 일본 사회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는 최근 다시 입장을 바꿨다. “주민동의가 필요하다”는 전제는 변함이 없지만 일부 재가동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바꾼 것이다. 그의 말바꿈은 원전정책의 향방을 둘러싸고 일본 정치권 내부에서 진통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버금가는 대재난을 겪었음에도 일본 정부는 원전정책에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 내 여론은 70% 이상이 원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과 산업계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원전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긴 했지만 ‘원전 기득권층’의 압력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다음달이면 가시와자키카리와(柏崎刈羽) 원전 6호기(니가타현)와 도마리(泊) 원전 3호기(홋카이도) 2기의 가동 중단으로 일본 원전 54기 전체가 멈춘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으로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춘 간사이(關西)전력 산하 후쿠이(福井)현 오이(大飯) 원전 3호기와 4호기에 대해 재가동 수순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안전평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각 원전은 긴급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신뢰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원 상실 사태가 일어났을 때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한 비상전원 차를 확보하지 못한 원전이 상당수다. 쓰나미에 대비해 방파제를 더 높이 쌓는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앞으로도 2년 이상 걸린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전국 원전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비상사태 시 수소폭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무리한 원전은 한 곳도 없었다. 방파제 보강공사도 연내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은 3곳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대참사를 막을 정도로 안전성을 확보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원자력자료정보실 반 히데유키(伴英宰)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인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동일 규모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면 시기상조”라고 마이니치신문을 통해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