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일본항공 살린 '80세 경영의 신'

서의동 2012. 5. 16. 10:00

ㆍ2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 이나모리 회장 다시 주목

파산 위기를 맞았던 공룡기업 일본항공(JAL)이 2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회생 가능성조차 의심스럽던 일본항공이 이처럼 기적적으로 재기하자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80·사진) 명예회장 능력에 새삼 일본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일본항공은 14일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영업이익이 2049억엔(2조95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0 회계연도(영업이익 1884억엔)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2년 전만 해도 영업적자가 1337억엔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기적이나 다름없는 실적이다. 



2010년 일본항공이 2조3000억엔의 빚을 떠안고 파산 직전으로 몰리자 일본 정부는 이나모리 교세라 명예회장에게 일본항공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당시 78세의 고령이었지만 정부의 ‘삼고초려’를 뿌리치기 어려웠다. 이나모리 회장은 1959년 교토(京都)에서 직원 8명으로 창업해 전자부품, 휴대폰,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전자기업 교세라를 일궈냈다. 일본 2위 통신회사인 KDDI도 그가 창업했다. 

그는 2010년 회장 취임 이후 자택이 있는 교토에서 500㎞ 넘게 떨어진 도쿄로 매일 출근하며 회사 현장 곳곳을 누볐다. 그가 목도한 일본항공은 관료주의와 무사안일에 젖은 공룡기업의 전형이었다. 간부들조차 ‘매출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경영개념이 희박했고, 정치권과 정부의 동향 챙기기에 바빴다. 회사를 바꾸는 데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의식개혁이 필요했다. 많게는 1주일에 4차례씩 ‘아메바 경영’으로 불리는 그의 경영철학을 주입했다. 아메바 경영은 큰 조직을 소그룹(아메바)으로 나눠 생산성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한 경영방식으로 조직원의 경영의식과 자발성을 키울 수 있다. 그는 이 원리를 응용한 부문별 채산제를 일본항공에 도입했다. 

45개 적자노선을 폐지하고, 4만8714명이던 직원을 3만2600명으로 33% 줄이는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사업부서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다시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며 머리 숙여 사죄했다. 스스로도 급여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3월 1년여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일본항공은 올가을 주식시장에 재상장될 예정이다. 

죽어가던 회사를 살려낸 그는 일본항공에 있기로 약속했던 3년이 되면 훌훌 털고 떠날 계획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사 재건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힘을 기울였다”며 “일본항공을 맡은 지 3년이 되는 내년 2~3월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