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 참의원 당선 야마모토 “한국은 가까운 이웃… 서로 협력해야”

서의동 2013. 7. 22. 23:55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돼 싱겁기 짝이 없던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최대 이변은 수도 도쿄(東京) 선거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탈원전 배우’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38·사진)가 당선한 일이다. 5명을 뽑는 선거구에 20명의 후보가 몰리면서 당초 당선권 외로 분류됐으나 12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의 적극적인 성원에 힘입어 64만여표를 얻으며 4위로 당선됐다.

고교 시절인 16세에 연예계에 입문해 20년간 90여편의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고, 영화 <역도산> <마이웨이>로 한국에도 얼굴을 알린 연기파 배우 야마모토가 인생을 바꾸게 된 것은 3·11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였다. 전력회사가 주요 스폰서인 방송·연예계 현실을 익히 알고 있는 만큼 모른 척하고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어린이의 연간 방사능 피폭 허용기준을 20밀리시버트(m㏜)로 지나치게 높게 설정한 소식을 접한 뒤 트위터에 “말없이 테러국가를 거드는 역할은 그만두겠다”며 원전반대를 표명하는 글을 올렸다.

140자 단문의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했다. 예정된 TV 드라마 출연이 취소됐고, 야마모토가 소속된 연예기획사에 항의가 쇄도했다.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소속사도 그만뒀다. 그는 얼마 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순간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솟았다”고 회고했다. 짐을 훌훌 떨쳐버린 그는 후쿠시마현 어린이들의 피난지원에 나서고, 원전반대 집회에 참가하는 등 ‘탈원전 운동’에 투신했다. 배우의 길을 벗어난 뒤 머리에 동전 크기만 한 원형탈모증이 생길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2년간 일본 전역에서 시민들을 만나면서 ‘일본을 바꾸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의원 선거 때 도쿄 8구에서 출마해 자민당의 전 간사장인 이시하라 노부테루 환경상에게 밀려 낙선하긴 했지만, 7만1028표로 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기성 정당으로부터 공천 제의를 받았지만 ‘시민의 힘으로 이기겠다’며 거절했다.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자원봉사자를 모으고, 거리연설 동영상을 생중계하는 등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결과 입소문을 타면서 선거 막판에 세를 크게 불리며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도호쿠(東北)지방에서 규슈(九州)까지 전국에서 1200명의 자원봉사자가 야마모토를 도왔다. 21일 밤 도쿄 스기나미(衫竝)구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에도 그는 “이제 스타트 라인에 올라선 것을 뿐이니 들떠선 안된다”며 만세도 부르지 않았다.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12일 야마모토는 도쿄시내 유세현장에서 기자와 만났다. 그는 아베 정권이 원전 재가동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를 서두르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일본이 가려는 방향은 약자를 버리고 가겠다는 것이고, 그만큼 살기 어려운 나라가 돼가고 있다”며 “정치인들도 원전 마피아와 산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문제에 깊게 파고들어가지 않아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마모토는 “최근 일본 내에서 내셔널리즘의 기운이 강해지고 있지만 한국은 역시 가까운 이웃이고 서로 협력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