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집단적 자위권’ 용인 논의 착수

서의동 2013. 7. 23. 22:19

ㆍ동맹국이 공격 받아도 반격... 헌법해석 변경 내달 본격화


일본 아베 정권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타국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킨다. | 관련기사 6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정부의 전문가 회의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 간담회’를 다음달 재가동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해석 변경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국제법에 따라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는 있지만 전쟁포기, 전력보유·교전권 불인정을 명기한 헌법 9조의 해석상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헌법해석을 고수해 왔다. 이 해석을 바꿀 경우 평화헌법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전문가 간담회는 1차 아베 내각 때인 2007년 설치돼 미·일이 공해상에서 공동 활동 중에 미 함정이 공격받을 경우 자위대 함정이 방어하고,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는 탄도 미사일을 일본의 미사일 방위시스템으로 격파하는 내용 등의 보고서를 마련한 바 있다.


아베, 개헌 힘들자 ‘우회로’ 선택

ㆍ국민 동의 필요없는 자위권 논의로 평화헌법 무력화 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우경화’ 시나리오가 예상보다 빨리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저항이 만만치 않은 헌법 개정은 일단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되 국민동의가 필요 없는 집단적 자위권을 먼저 풀어 ‘전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이른 시일 안에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해석을 바꾸면 사실상 교전권을 부정하는 평화헌법 9조가 무력화되는 만큼 ‘개헌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이 다음달 정부 전문가회의인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 간담회’를 재가동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해석 변경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한 것은 헌법 9조를 고쳐 국방군을 창설한다는 개헌 구상을 실현하는 데는 적어도 6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우선 ‘우회로’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 등이 공격당했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무력을 행사하는 권리이다. 아베 정권은 전문가회의 제언을 바탕으로 헌법해석의 변경을 각료회의에서 결정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개헌은 아니면서도 평화헌법이 무력화되는 셈이다.

헌법 개정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개헌을 위해 6년간 총리직을 유지하는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2015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달성한 뒤 2016년에 치러지는 중·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6년간 정권을 맡으면서 개헌을 착실히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측근들에게 “개헌은 1~2년 안에는 불가능하고, 6년 정도는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전국 각지에서 개헌 관련 집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개헌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지 못하는 국민을 교육시켜 개헌 찬성 여론을 늘려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야 하는 작업인 만큼 조기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경화’ 청사진의 실현을 위해 아베 정권은 우선 아베노믹스 추진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이 장기불황을 끝내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 때문에 자민당을 지지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립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이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을 반대하고 있고, 주변국의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당장 국정 우선과제로 올려놓기가 부담스러운 점도 작용했다. 결국 아베 정권은 내년 상반기 무렵까지는 장기집권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경제정책에 집중하는 한편 여론추이를 봐가며 우경화 과제들을 진척시켜가는 신중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