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도발 끝에 정상회담 제안

서의동 2013. 8. 20. 18:49

ㆍ일, 주일대사 통해 입장 전달


일본 정부가 9월 중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한국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집권 이후 보인 역사인식 왜곡 행보에 비추어 “뜬금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20일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19일 이병기 주일대사와의 만찬을 겸한 회동에서 ‘내달 5~6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롯해 다자 간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대사는 “본국에 일본의 생각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양측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아베 신조 총리의 전몰자 추도식 발언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박 대통령이 대일관계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평가했고, 이 대사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하지 않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몰자 추도식 때 아시아 각국에 손해와 고통을 준 사실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는 인식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아베 총리의 측근인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 외무성의 핵심 당국자들이 동석했다. 일본 외무상이 외국대사를 불러 만찬을 하고, 이 자리에 차관과 담당국장이 동석한 것은 외교관례상 드문 일로, 아베 정권이 한국과의 관계복원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하라 국장이 이번주 중 한국을 방문해 외교부 당국자들과 협의를 할 예정이어서 정상회담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ㆍ정부, 부정적 기류 속 시큰둥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한·일 관계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은커녕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언행을 일삼던 아베 정부가 아무런 태도 변화 없이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을 두고 “뜬금 없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아베 정부는 지난해 말 출범한 이후 지난 15일 전몰자추도식에서 ‘가해와 반성’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지난 4월엔 침략 정의가 확실치 않다며 역사 부정을 노골화하고 식민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를 한때 계승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역사인식에 대한 왜곡을 일삼아 한국의 반발을 사왔다.

<도쿄 | 서의동 특파원·유신모 기자 phil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