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후쿠시마 오염수 유출 ‘국제적 환경재앙’ 비화

서의동 2013. 8. 22. 18:55

ㆍ태평양 유입 국제사회 우려 확산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사고가 국제적인 환경사고로 번지고 있다. 원전운영 담당사인 도쿄전력이 외국에 기술지원을 요청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고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확산되며 한국에 이어 중국도 유출사고 관련자료를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지금까지는 2011년 발생한 방사성물질 대량 유출 참사의 부수적인 일본 국내 문제로 간주돼 왔으나 오염수의 대량 해양 유출이 잇따르면서 심각한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21일 밤 공표한 자료에서 지상 저장탱크에서 누출된 오염수가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300t이 누출된 저장탱크 근처 배수구 안에서 시간당 약 6m㏜(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이 측정된 점을 들어 “오염수의 바다 유출이 절대로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유출 당시, 오염수 확산을 막기 위해 탱크 주변에 설치했던 콘크리트 차단보의 배수 밸브 24개가 모두 열려 있었다고 도쿄신문이 22일 전했다.

ㆍ한·중, 사고 자료 일 정부에 요청

도쿄전력 아이자와 젠고(相澤善吾)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유출을 막기 위해 관리방안을 바꾸고 국내외에서 전문기술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또 이날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과 세슘의 해양 누출량이 최대 30조㏃(베크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연간 배출 관리기준(2200억㏃)의 100배를 넘는 수치이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담화를 발표해 “방사성 오염수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2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태평양에 유출되고 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일본 정부에 상세한 자료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9일 원전 오염수 유출사고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자료제공을 요청한 바 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누출 추가 확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대량유출 문제에 일본 정부가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또다른 저장탱크 2기에서도 오염수 누출이 확인되는 등 파장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전사고 수습을 도쿄전력에만 맡겨온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상 저장탱크에서 방사능 오염수 300t이 누출된 저장탱크 등에 대한 현지조사에 착수했다. 규제위 관계자들은 도쿄전력 측으로부터 오염수 누출사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저장탱크군 등을 조사 중이다. 경제산업성도 오염수 유출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짐에 따라 저장탱크 제작공법 변경을 도쿄전력 측과 협의하는 등 긴급 대응책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염수가 대량유출된 저장탱크와 같은 구조의 탱크 2기에서도 오염수가 누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간이 저장탱크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용접을 하지 않은 채 볼트로 철판의 이음매를 연결해 만들어 내구성이 취약한 간이 저장탱크는 원전부지에 350기 설치돼 있다. 
 
또 방사능 오염수 누출 당시 저장탱크 주변 콘크리트 차단보의 배수 밸브가 열려 있었던 것이 해양누출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도쿄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4월 규제위원회의 전신인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밸브를 잠근상태로 있다가 비가 오면 물이 계속 차있게 돼 오염수가 유출됐는지를 구분할 수 없다”고 설명했고 보안원은 이를 충분한 검토없이 받아들여 사고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정부가 도쿄전력에 더이상 사고수습을 맡기지 말고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의 고노 다로(河野太郞) 중의원은 2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전력의 파산처리가 불가피한데도 그냥 놔두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도쿄전력을 법적으로 정리한 뒤 정부가 직접 안전대책과 폐로작업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아이들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는 전국네트워크’의 곤도 나미미(近藤波美)사무국장은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위해 서둘러 발표한 사고수습 선언을 철회하고, 긴급사태를 선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오염수 유출사태가 심각성을 더하면서 원전 재가동과 원전기술의 해외수출 등 아베노믹스의 한축인 원전정책에 암운이 드리우게 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