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탱크, 지반침하 사고냈는데 이설했다”

서의동 2013. 8. 25. 18:58

ㆍ일본 언론 “총체적 부실 관리”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대량의 고방사능 오염수가 새어나간 저장탱크가 당초 다른 장소에 설치됐다가 지반침하가 일어나 현재 장소에 이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반침하 과정에서 탱크 바닥 부분이 손상된 ‘밑빠진 독’이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도쿄전력은 이상이 없다며 재활용한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3·11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부지의 지반이 약해진 것과도 관련이 있어 1000여기에 이르는 저장탱크에서 추가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300t의 오염수가 누출된 문제의 지상탱크가 최초 설치장소에서 해체돼 현재 장소로 옮겨져 설치됐다고 발표했다. 탱크 설치작업은 동일본대지진 발생 3개월 후인 2011년 6월 원전 부지 내에서 시작됐다. 




도쿄전력은 완공된 탱크에 누수가 되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물을 담았다가 콘크리트 기초 부분에 약 20㎝의 지반침하가 발생하자 탱크 3기를 해체한 후 지금의 위치로 옮겨 재설치했다. 지반침하로 탱크의 강재가 뒤틀리면서 접합부에서 누수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지만 해체·시공업체가 ‘사용해도 문제없다’고 보고했고, 도쿄전력이 이 보고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누수사태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이번 사고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전 부지가 평균 70㎝ 정도 내려앉는 등 지반이 약해진 것과도 관련이 크다. 약해진 지반이 강철제 저장탱크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워 침하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1050기에 달하는 오염수 저장탱크에서 유사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구나 사고가 난 탱크는 강재의 이음매를 용접 대신 볼트로 연결하고 고무패킹을 끼운 가설탱크로, 태양광선과 탱크 내 고온으로 고무패킹 등이 열화돼 내구성이 약하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같은 구조의 탱크가 350기에 달한다. 

원전사고 복구사업에 참가한 현지 시공업체 관계자는 25일자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탱크에 대해 “공사기간도 짧고 돈도 되도록 들이지 않고 만들어 장기간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도쿄전력은 누출 사실이 확인된 오염수 저장탱크를 하루 2번씩 순시해왔다면서도 점검 기록은 만들지 않은 사실이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현지조사에서 드러났다. 도쿄전력의 총체적인 관리부실이 국제적인 환경재앙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도쿄전력이 원전에서 약 500m 떨어진 항만 입구에서 지난 19일 채취한 바닷물의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농도가 1ℓ당 68㏃(베크렐)로, 1주일 새 최고 18배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쿄전력이 해양 방사선량 모니터링을 강화한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다.


아베, 오염수 유출에도 원전세일즈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누출사태가 국제적인 우려를 사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중동 순방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24일 밤 셰이크 칼리파 빈 살만 알 칼리파 바레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이사회(GCC)와 각료급 전략협의를 조기에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5일 전했다. 


바레인은 걸프협력이사회 의장국이다. 일본·걸프협력이사회 각료급 전략협의에서는 에너지, 안전보장, 의료, 투자, 교육 등 분야가 의제로 논의된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걸프협력이사회와의 전략협의를 통해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회원국들과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 등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등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총리가 중동 국가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원자력 안전분야 협력 등 경제외교를 전개할 예정”이라며 아베가 이 기간 중 ‘원전 세일즈’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이 지난 5월 발표한 인프라시스템 수출 전략에도 중동 원자력수출 방안이 담겨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수습불능 상태인데도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는 아베를 두고 ‘죽음의 상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