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무라야마 담화 계승 않으면 한·중과 관계회복 어려워” 일본 내 ‘담화 지지 모임’ 발족

서의동 2013. 11. 11. 19:39

“1963년 1000엔 지폐 인물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등장했는데 당시 동남아시아 유학생이 ‘조선 식민지배의 장본인으로 원한을 사 하얼빈에서 살해당한 인물을 어떻게 지폐에 등장시킬 수 있느냐’고 비판하는 것을 듣고 적잖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11일 일본 도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임’의 발족 기자회견에서 공동대표인 다나카 히로시(田中宏·76) 히토쓰바시(一橋)대학 명예교수는 “그 유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 간 역사인식에 깊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고하면서 “이 문제에 뒤늦게라도 정치적 차원에서 대응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日사민당수 "무라야마담화가 한일우호 계기제공"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퇴행적인 역사인식을 우려하는 일본 지식인들이 행동에 나섰다. 가마쿠라 다카오 사이타마(埼玉)대학 명예교수,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一橋)대학 명예교수, 아마키 나오토 전 주 레바논 대사 등 일본 지식인, 전직관료 등이 11일 도쿄의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라야마(村山)담화 계승·발전모임의 발족을 알렸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출신 정당 대표로서 이날 인사말을 한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사민당 당수가 연대의 뜻을 밝히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게 된 계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종전 50주년 기념일을 맞아 일본이 태평양전쟁과 전쟁 이전에 행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표명한 담화다. 지난해 12월 발족한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역대 정권이 계승해온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위기감을 느낀 학자와 전직 관료 등 지식인들이 담화의 정신을 사회에 환기하고 후세에 전승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모임을 결성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당시 레바논 대사를 지낸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66)는 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2003년 이라크전쟁 참전 당시 국회에서 ‘미국과의 관계만 좋으면 뭐든 괜찮다’고 발언했지만, 지금은 미국과의 관계가 좋다 하더라도 아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일본의 장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총리의 출신 정당인 사민당의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당수는 지지 인사말을 통해 “아베 정권이 무라야마 담화를 확실히 계승하지 않는다면 중국, 한국과의 진정한 관계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임은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을 후대에 전달함으로써 평화국가의 길을 계속 가도록 하기 위해 향후 역사 문제와 관련한 연구회 등을 개최하는 한편 한국·중국 학자 등과의 교류를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