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후쿠시마 원전 르포] 상처 가린 4호기 수조엔 연료봉 수천 개 잠겨 있어

서의동 2013. 11. 8. 19:38

ㆍ이달 중 사고 후 처음 반출작업 시작

ㆍ오염수 문제 구역선 벌목작업 한창

지난 7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건물. 주일 외국인 특파원 공동취재단은 핵연료봉 저장수조가 있는 건물 4, 5층을 둘러봤다. 가로, 세로 10m 크기의 수영풀처럼 생긴 저장수조의 물밑에 연료봉들이 보였다. 수조에는 4m 길이의 연료봉 1533개(폐연료봉 1331개)가 잠겨 있다. 도쿄전력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으로 이달 중 4호기 수조에서 연료봉 반출작업을 시작한다. 

천장에 새로 설치된 대형 크레인으로 수조 속의 연료봉을 꺼내 전용용기에 담은 뒤 지상으로 내려 ‘공유수조’로 운반한다. 한 번에 22개씩, 내년 말까지 1년 넘게 반출작업이 지속된다. 자칫 떨어뜨려 연료봉이 파손되기라도 하면 방사성물질이 대량 누출되는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사고 당시의 수소폭발로 건물잔해가 수조에 대거 떨어졌으나 큰 잔해는 철거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노 아키라(小野明·54)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은 “잔해에 따른 연료봉 손상 여부를 점검했지만 특이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잔해가 남아 있어 반출 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주일 외국인 특파원 공동취재단이 7일 일본 도쿄전력 직원의 안내로 방사능 오염수 유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후쿠시마 | 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처음 공개됐을 때 지붕과 벽이 날아가 폐허의 몰골이던 4호기 건물은 철제 구조물과 철판 등으로 ‘상처’를 많이 가렸지만 깁스 붕대로 부러진 뼈를 지탱한 듯한 모습이었다. 4호기 건물 내부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09μ㏜(마이크로시버트). 연간으로 환산하면 954.84m㏜(밀리시버트)로, 일반인의 피폭한도(1m㏜)의 900배가 넘는다. 하지만 수조 부근은 283∼306μ㏜로 치솟았다. 3시간 남짓 머물면 1년치 방사선량 한계에 노출되는 셈이다.

공동취재단은 오염수 문제의 시발점인 H4 구역도 찾았다. 도쿄전력은 저장탱크 부지의 추가확보를 위해 벌목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오염수 정화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의 재가동이 본격화되면 그나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3개의 알프스가 모두 가동하면 2015년 3월까지 오염수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오노 소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보여온 미숙한 대응을 생각하면 세계인을 안심시키기엔 부족해 보인다.

원전 인근 해안가에 다가서니 방사선량 수치가 급격히 치솟았고, 3호기 근처는 820μ㏜에 달했다. 오염확산을 막기 위해 바다에 설치한 붉은 차단막이 눈에 들어왔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말대로 오염수의 영향이 ‘컨트롤’되고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후쿠시마 제1원전 공동취재단·서의동 특파원 phil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