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실시된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지원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65·사진) 전 후생노동상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지원을 받은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했다. 선거 승리로 아베 정권은 원자력발전 재가동의 명분을 얻게 된 반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정치적 제자’인 아베 총리와의 대결에서 패함으로써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NHK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마스조에 후보는 공산당·사민당 추천의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변호사와 호소카와 후보,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전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 격)를 큰 차로 따돌렸다. 선거기간 중 ‘탈원전’ 이슈가 쟁점화되지 않은데다 호소카와와 우쓰노미야의 막판 단일화 추진이 실패하면서 표가 분산된 것이 여권후보의 승리로 이어졌다. 하루 전 도쿄 전역을 강타한 45년 만의 폭설 영향으로 투표율이 2011년 선거 때보다 10%가량 낮아진 30%대에 그친 것도 조직표를 앞세운 마스조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이면서도 아베 내각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지원한 마스조에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아베 정권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원전 재가동’ 정책도 탄력을 받게 됐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전 총리는 유세현장에서는 큰 지지를 얻었지만 아베 총리가 직접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여당의 총력지원에는 역부족이었다. 호소카와 후보는‘탈원전’뿐 아니라 아베 정권의 동아시아 외교의 문제점을 질타하면서 당선될 경우 중국 베이징과 한국 서울을 방문해 자치단체 차원에서 관계 복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으나 이런 구상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다만, 고이즈미 전 총리는 오는 4월 실시되는 교토(京都) 부지사 선거 등에서 ‘탈원전’ 후보를 지원하는 등 ‘탈원전 운동’을 이어갈 뜻을 보이고 있어 아베 정권과의 대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스조에는 대학교수, 정치평론가 등을 거쳐 2001년 참의원에 당선된 뒤 2007년 아베 1차 내각에 후생노동상을 지냈다. 그는 선거기간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성공, 수도권 지진 등에 대비한 방재대책 강화, 사회보장 대책 등을 강조했다. 도쿄도지사의 임기는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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