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총리관저에 미 원전전문가 상주

서의동 2011. 4. 22. 13:53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직후 일본의 권력중추인 총리관저(총리실)에 한때 미국의 원전 전문가가 상주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1일 보도했다. 한국의 청와대에 해당하는 일본의 총리관저가 외국인을 받아들인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일본 언론은 그러나 원전사고를 계기로 급속히 밀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일 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원자력 공학 전문가 1명이 총리관저에 주재한 시기는 3월 하순으로 미·일 원전 공조팀이 발족하기 직전부터 팀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다. 지난달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뒤 미국 정부는 상황파악을 위해 총리관저에 미국인 전문가가 상주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일본측은 처음엔 거절했다. 총리실 내부에서는 “미국이 총리실의 원전 수습과 관련한 정책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상세한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이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사고수습이 갈팡질팡하는데다가 미국의 압박이 커지자 결국 수용했다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이에 대한 경향신문의 확인요청에 “미국 전문가가 지난달 16일 이후 수일간, 필요시 관저를 방문해 원자력안전보안원 전문가들과 의견교환을 나눴을 뿐 상주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미·일 원전 공조팀 회의에는 지금까지 미측에서 그레고리 야스코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 패트릭 월시 태평양함대 사령관, 존 루스 주일 미국 대사가 출석했고 일본에서는 호소노 고시 총리 보좌관, 나가시마 아키히사 전 방위성 정무관, 후쿠야마 테쓰로 관방부장관 등이 참석했다.지난달 22일 열린 첫 회의에서는 미국 측이 격납용기에 물을 넣어 내부 압력용기를 냉각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일본 측은 물의 무게 때문에 원자로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 수용하지 않다가 결국 냉각시스템의 조기회복이 어렵자 받아들였다. 

미·일간의 밀착관계는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저농도 오염수 1만1500t을 바다에 방류하기 전 미국과 사전협의를 했던 데서도 드러난다. 일본 외무성은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현지언론들은 미 에너지부 관계자가 방류 사흘전 총리공관을 찾아 오염수 방출을 조언했고 미국은 이를 양해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동안 냉각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미·일 관계는 동일본대지진과 원전사고를 계기로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17일 일본을 공식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동일본대지진 이후 미국의 지원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최상의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일련의 흐름에 비춰볼 때 복원된 양국관계가 다소 균형을 잃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