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젊은이들 '데모'에 눈뜨다

서의동 2011. 5. 5. 17:15
정치에 무관심한 일본 젊은이들이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데모’에 눈뜨기 시작했다. 중동의 민주화운동에 영향을 미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영향력을 발휘하며 10~30대 젊은이들을 ‘반원전’ 시위가 벌어지는 가두로 이끌고 있다.

젊은층의 ‘데모 데뷰(시위에 처음 참가하는 일)’가 ‘후쿠시마’ 이후 일본 사회의 새 현상으로 자리잡으면서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등과 무관한 평범한 회사원이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는 일도 벌어진다. 
 
골든위크(4월말~5월초의 황금연휴)기간인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시내 시부야 거리에서는 약 1000명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반원전 음악에 맞춰 “원전은 필요없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이엄마, 가족단위의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4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스기나미구에 사는 히라노 타이치(26·회사원)가 조직했다. 히라노는 평소 집회나 시위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해왔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생각을 바꿨다. 지난 3월27일 트위커를 통해 알게 된 긴자의 반원전 시위에 처음 참가한 그는 연도 행인들의 시선이 신경쓰여 구호를 외치기도 쑥스러웠지만 시위 참가자들중에 자신과 비슷한 초심자들이 대다수임을 확인한 뒤 용기를 얻었다. 
 
그는 긴자 시위를 마친 뒤 트위터에 “시부야에서 탈원전 데모를 벌일 계획이니 참가 희망자는 회신바란다”라는 멘션을 올렸다. 곧바로 호응을 보낸 동조자 4명과 커피숍에서 만나 행진코스를 정하고, 경찰에 집회·시위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역할을 분담해 번거로운 준비절차를 무난히 마무리했다. 4월30일 1000여명이 참가한 시부야 시위가 이뤄지게 된 경위다.

히라노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원전 안전신화가 허구임이 명백해졌고, 방사성물질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일반 시민들이)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탈원전에 대해) 좀더 큰 목소리를 내고 싶어 추가 시위를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재활용가게 ‘아마추어의 반란’ 대표인 마쓰모토 하지메(36)는 지난 10일 1만5000명이 참가해 ‘반원전’을 외친 도쿄 고엔지 데모의 ‘주동자’다.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마쓰모토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입국하려다 한국 당국의 입국금지 인사 명단에 올라가 인천공항에서 발이 묶여 다음날 강제귀국조처 당하기도 했다.
 
그는 가게가 있는 고엔지 거리를 거점으로 매년 한차례 정도 기발한 방식의 시위를 조직해왔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조직한 이번 ‘반원전 시위’에는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참가자의 대부분이 트위터에서 정보를 얻은 초심자들이기 때문이다. “시위를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달라”는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지바에 사는 아주머니가 전화를 걸어오기도 하고, 젊은 여성 3명이 가게로 직접 찾아와 시위방법을 묻기도 했습니다.”
 
골든위크 연휴 기간 중 도쿄는 물론 나고야, 오사카, 고베, 후쿠오카 등 전국 대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진다. 오는 5일에는 세타가야구 하네기공원, 7일에는 지바시 중앙공원과 도쿄 시부야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마쓰모토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시위는 강력한 리더가 이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원전사고 이후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기의견을 주장하고 싶어하는 참가자들이 많다”며 자발적 참가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