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정치권 일각 '원전사수' 움직임

서의동 2011. 5. 6. 17:17
일본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가 아직 수습의 가닥조차 잡지 못한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민당 내 일부 의원들이 ‘원전정책 사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집권당 시절 원전정책을 추진하면서 관련업계와 이해관계가 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근 조성되고 있는 ‘원전 반대’ 여론에 제동을 걸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일부의원들로 구성된 ‘에너지 정책합동회의(에너지회의)’가 최근 발족, 활동에 들어갔다. 자민당 내 ‘경제산업부회’, ‘전원입지및 원자력 등 조사회’, ‘석유 등 자원·에너지 조사회’ 등 당내 소모임들을 통합한 것이다. 에너지회의는 전력정책 및 에너지 전략의 재구축 논의를 위해 결성됐다는 명분을 세웠다. 하지만 한 자민당 간부는 “원전을 지키기 위해 만든 모임”이라고 털어놨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경제산업상을 지낸 아마리 아키라 중의원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통상산업상(현 경제산업성) 출신인 호소다 히로유키 전 관방장관이 위원장 대리를 맡았다. 지난달 12일 모임에서는 현 도쿄전력 고문인 가노 토키오 전 참의원 의원이 자문역(참여)로 모습을 드러내는 등 ‘원전 마피아’들이 대거 집결했다. 에너지 회의는 황금연휴가 끝나는 대로 ‘중장기 에너지 전략’ 논의를 시작하는 등 본격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아마리 위원장은 “방대한 추가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원전대신) 대체에너지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를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을 국책사업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자민당은 집권 첫해인 1955년 원자력기본법을 제정했고, 74년 원전을 유치하는 자치단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도 마련했다. 전력업계는 자민당에 꾸준히 정치자금을 제공해왔다. 특히 전기산업연합회는 1980년대 전반부터 10여년간 약 65억엔(약 845억원)을 당 기관지 광고비 명목으로 자민당에 헌금한 바 있다. 
 
원전추진파의 움직임에 자민당 수뇌부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가 원전사고 초기인 지난 3월17일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원전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가 1주일 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제조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말을 바꾼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같은 당내 흐름에 대해 자민당내 ‘탈원전파’인 고노 타로 중의원 의원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자민당은 이권으로 원전행정을 왜곡시켜왔다”며 “지금 자민당이 해야할 일은 대국민 사죄”라고 비판했다. 
 
한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냉각수를 건물 밖에 설치한 공냉식 제열장치로 식히는 냉각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고 8일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이르면 이달중 가동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순조롭게 가동될 경우 원자로내 수온을 100도 미만으로 낮추는 ‘냉온정지 상태’에 들어갈 전망이다. 
 
도쿄전력은 또 1호기 원자로 건물 내부에 12명의 작업원을 투입해 환기를 위한 대형호스를 밖으로 연결되는 공기정화장치에 접속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원자로 건물 내부에 작업원이 투입된 것은 사태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