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방사능 핫스팟' 공포 일본 수도권까지 확산

서의동 2011. 6. 16. 13:13
 도쿄 소재 외국계 증권사 직원인 한 여성(37)은 이달 초 회사를 그만뒀다. 7살, 4살 두 아이의 엄마인 그가 사는 곳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00㎞ 가량 떨어진 지바현 마쓰도(松戶)시.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방사선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방사선측정기를 구입해 재봤더니 아이들 방이 0.2마이크로시버트(μ㏜)로 정부 발표치의 5배, 연간 환산치는 1.752밀리시버트(m㏜)로 연간 피폭 한도(1m㏜)를 웃돌았다. 불안에 시달리던 그는 5월 하순 시의 측정 결과 마쓰도역 주변 숲과 광장의 방사선량이 0.524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아이들과 함께 고향인 규슈의 가고시마현으로 피난하기로 결심했다.
 


 일본에서 ‘방사선 핫스팟(hot spot)’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핫스팟이란 방사능 오염원에서 상당히 떨어진 지역 중에서도 주변에 비해 유독 방사선량이 높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현 일대에서 주로 나타나던 핫스팟이 수도권으로 남하했다. 지바현은 물론 도쿄의 상당 지역에서도 방사선량이 연간 피폭한도를 넘어섰다. 일왕이 사는 황거(皇居) 부근도 방사선량이 연간 한도를 넘어섰다.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도 300~600㎞ 떨어진 지점에서 방사선량이 자연계의 5000배에 달하는 핫스팟이 형성된 바 있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지난 5~8일 도쿄내 주요 지점을 측정한 결과 치요다구의 황거 니주바시 주변의 방사선량이 시간 당 0.2μ㏜(연간 1.752m㏜)로 측정됐다. 도쿄 해변의 관광지 오다이바는 지난 8일 측정결과 시간당 방사선량이 0.19μ㏜로 나타났고 미나토구의 도쿄타워(0.19μ㏜), 시부야역 광장(0.12μ㏜) 등도 모두 연간 기준치를 넘어섰다. 이 지점들은 많은 인파가 몰리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원전 사고 직후 수돗물에서 유아 섭취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요오드가 검출됐던 도쿄 가츠시카구의 가나마치 정수장에서는 시간당 0.51μ㏜가 측정됐다. 앞서 일본공산당 도쿄도의회 의원단이 지난달 도쿄 각지를 측정한 결과 동북지역인 가츠시카구가 시간당 0.391μ㏜(연간환산치 3.4m㏜)로 허용기준의 3.5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처음엔 남동풍을 타고 북서쪽으로 향하다가 산맥에 부딪혀 기류가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방사성 물질은 이후 북풍을 타고 남하하다 고층건물들에 부딪힌 뒤 하강기류와 비에 의해 지상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주부대 다케다 구니히코 교수는 “방사성물질이 지상 200m높이로 떠다니다 지바현 가시와시나 마쓰도시 등의 고층건물들에 부딛힌 뒤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 시내에서도 고층빌딩이 밀집한 니시신주쿠 쪽의 수치가 비교적 높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는 것이다.

 군마대 하야가와 유키오 교수는 방사성물질이 지난 3월21일 간토지방에 내린 비를 타고 지표면에 강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바현 가시와시에 있는 도쿄대 가시와 캠퍼스의 방사선량이 지난 3월20일 시간당 0.12μ㏜였다가 다음날 0.74μ㏜로 껑충 뛰었던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도쿄도가 방사선량 측정지점을 100여곳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각 지자체들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