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전자업계 '총붕괴' 상태

서의동 2012. 2. 4. 17:04

‘전자왕국’ 일본의 자존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총 붕괴 상태’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엔화의 고공행진과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부진한 데다 한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온 것이 주요 원인이다. 실적저하가 지속될 경우 투자 감소 및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일본 경제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3일 집계한 주요 가전업체들의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실적 전망을 보면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소니는 TV 사업 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2200억엔의 적자(순손익 기준)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역대 최악의 적자였던 1994 회계연도(2933억엔)와 2010 회계연도(2599억엔)에 이은 역대 3번째로 큰 적자 규모이다.

삼성전자와의 TV용 LCD 패널 합작공장 철수를 비롯해 TV 부문 손실만 23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는 연결 결산에서 4년 연속, TV 사업에서는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샤프도 2011 회계연도 적자가 역대 최대인 29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의 적자도 역대 최악이었던 2001년(4277억엔)보다 훨씬 많은 7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TV와 반도체 부진이 실적 악화를 가중했다. 이 밖에 NEC는 1000억엔,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는 650억엔 순손실이 예상된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가 절상된 이후 해외 진출에 의한 생산거점의 분산과 합리화로 엔고 국면을 극복해왔다. 하지만 2007년 달러당 124엔이던 엔·달러 환율이 4년 만에 50엔이나 절상됐으나 경비 절감으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이익이 급감했다. 

실적 악화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NEC는 국내외에서 1만명의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전자부품업체인 TDK는 국내 7개 공장의 문을 닫고 국내외에서 1만1000명의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아사히신문은 “실적 악화로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가 줄어들면서 품질이 하락해 다시 실적 악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라이벌인 삼성전자에 세계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면서 “전자업계가 총 붕괴 상태”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