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진가 안세홍씨 “일본 우익 압력에도 위안부 할머니들 아픔 공유에 최선”

서의동 2012. 6. 25. 17:21

ㆍ일본 법원 판결로 ‘위안부 사진전’ 열게 된 안세홍씨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과 아픔을 공유하자는 뜻에서 전시회를 열기로 한 것이니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6일부터 일본 도쿄의 ‘니콘살롱’에서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을 열게 된 재일한국인 사진작가 안세홍씨(41)는 24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알게 모르게 성원해준 일본인들을 위해서라도 예정대로 치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26일부터 7월9일까지 카메라업체 니콘이 도쿄 신주쿠에 개설한 갤러리 ‘니콘살롱’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38장을 전시한다. 이번 사진전은 천신만고 끝에 열리게 됐다. 니콘 측은 일본 우익들의 압력이 가중되자 전시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러나 일본 도쿄지방재판소가 지난 22일 안씨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니콘 측에 전시회 개최를 명령했다. 니콘 측은 ‘사진전을 정치활동으로 활용하려 한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전시공간은 제공키로 한 것이다.

“니콘 측은 일단 갤러리를 열어주겠지만 전시회에는 협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시장에 변호사를 상주시켜 ‘정치적 활동’ 여부를 감시하겠다고 합니다. 꼬투리를 잡아 전시를 중단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안씨는 니콘이 제기한 ‘정치’에 대해 “촬영의 순간에는 정치가 개입될 수 없다. 사진을 본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씨는 그동안 일본 우익들의 집요한 압박에 시달렸다. 지난달 하순 인터넷에 나고야의 집주소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통째로 노출됐다. 이후 협박전화와 e메일, 편지가 쇄도해 한때 가족들이 피신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미에(三重)현 요카이치(四日市)시에서 열린 강연회를 고비로 잦아들던 협박공세는 법원 결정 이후 다시 거세지고 있다. 

“지금도 발신자 표시가 없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도쿄에서 전시회를 여는 기간에도 가족들을 피신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안씨는 든든한 원군을 얻었다. 영국의 한 사진작가가 안씨 지지 사이트를 개설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니콘 측에 항의했으며, 566명의 사진작가들이 지지를 보냈다. 일본 비주얼저널리스트협회(JVJA)와 ‘국경 없는 기자회’ 등도 안씨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고, 기자회는 안씨를 대신해 일본 정부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기도 했다. 안씨의 페이스북에는 일본인들의 격려글이 이어지고 있다.


안씨는 1991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을 찍어왔고, 2001년부터 2005년까지 7차례 중국을 방문해 중국에 남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전시회 이름은 ‘겹겹(重重)-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겹겹이 쌓인 할머니들의 주름, 70년 전에 당했던 고통이 풀리지 못하고 겹겹이 쌓여 큰 덩어리가 된 현실, 많은 사람들의 작은 관심이 겹겹이 쌓여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