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의 현장인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지난달 중순 중국기가 미군기와 추격전을 벌이고, 일본기가 긴급발진하는 긴박한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해상에서는 중국 군함이 일본 구축함에 사격통제용 레이더를 조준하는 위협행동을 벌이는 등 해상과 공중에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조성됐다. 중국은 미군이 지난달 센카쿠 열도에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투입한 것을 ‘본격개입’으로 간주하고 이후 강경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6일 복수의 군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19일 센카쿠 열도 상공에서 미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에 대해 중국 난징군구 소속 전투기 젠-10기 두 대가 긴급발진해 집요한 추격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이에 대항해 오키나와 나하(那覇)기지에서 전투기를 긴급발진시켰고, 이후에도 중국과 일본의 전투기가 수 차례 긴급발진을 반복하는 등 긴장이 지속됐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광역정찰용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어 중국은 미군이 이를 동원해 중국 연안부의 군기지와 미사일 현황을 정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같은 날 센카쿠 열도 주변해역에서는 중국 해군함정이 일본 구축함에 탑재된 헬기에 대해 사격통제용 레이더로 조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이 지난 5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사격통제 레이더는 미사일이나 포를 발사하기 전에 목표물까지의 거리와 발사각도 등을 산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공격직전의 행위에 해당한다.
중국이 최근들어 센카쿠 해역에서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미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투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일미군은 센카쿠에 중국기의 출몰이 잦아지자 지난달 10일부터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투입했다. 중국군은 이를 센카쿠에 대한 미군의 본격개입으로 간주해 이후 강경태도를 선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8일 미·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센카쿠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시정권을 약화시키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발언한 것도 중국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국회에서 자위대 함정에 대한 중국의 사격용 레이더 조준에 대해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라며 “일방적인 도발이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날 한 뉴스사이트에서 “서로 다른 나라의 군함끼리 서로 레이더를 조준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며 “일본이 이번 사건을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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