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중국 함정, 일 열도 한 바퀴…아베 정권에 무력시위

서의동 2013. 7. 26. 17:25

ㆍ일본은 ‘무기수출 3원칙’ 재검토


중국 해군 함정이 이달 들어 일본 열도 주변 해역을 한 바퀴 도는 일주 항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군부가 태평양과 오호츠크해 등으로 해양진출 반경을 넓히는 한편 참의원 선거 승리로 장기집권의 길을 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향해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 해군 구축함 등 5척이 이달 일본 열도를 시계방향으로 일주하는 항해를 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구축함 2척과 프리깃(호위)함 2척, 보급함 1척으로 구성된 중국 군함들은 지난 3일 대마도 해협을 통과해 북상, 지난 14일에는 홋카이도(北海道) 북단의 소야(宗谷) 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진출했다. 이어 일본 열도를 넓게 돌아 25일 저녁 오키나와(沖繩) 본섬과 미야코(宮古)섬 사이 해역을 통과해 동중국해로 진입했다. 중국 군함이 일본을 일주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 군함들은 태평양 항행 도중 일본령 무코섬과 오키나와 주변에서 해상 보급과 훈련을 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 군함이 소야 해협을 통과함으로써 홋카이도와 사할린섬 주변 해역인 오호츠크해로도 처음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24일에는 중국군의 조기경계기(Y-8) 1대가 처음으로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섬 사이 공해 상공을 왕복 비행했다. 중국군 항공기가 중국의 대미 군사 방어선인 제1열도선(규슈∼오키나와∼대만)을 넘어 태평양 쪽으로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조기경계기는 이날 동중국해에서 일본 남서 제도 상공을 통과해 오키나와 남쪽으로 약 700㎞ 떨어진 태평양까지 왕복 비행했다. 중국군의 ‘무력시위’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영유권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는 중국군의 움직임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25일 동남아 3개국 방문에 나선 아베 총리는 출국 전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그동안 없었던 특이한 행동으로 앞으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 등 주변국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군사적 역량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방위성이 냉전시기 이래로 일본의 무기수출 금지정책으로 굳어져 있던 ‘무기수출 3원칙’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방위성은 26일 발표한 ‘신방위대강’ 중간보고서에서 공산권 국가·유엔의 무기 금수조치 국가·국제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수출을 금지했던 ‘3원칙’에 대해 “안보환경에 적합한지 검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다”고 밝혔다. 

아베 내각은 올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방위대강을 확정할 계획이다. 일본의 군비 강화와 중국의 무력시위 속에 양측 간 군사적 긴장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