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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성균관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세계를 뒤흔든 1주일이었다.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시진핑(習近平) 천하가 개막됐음을 세계에 선포한 이벤트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신의 이름을 넣은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당의 헌법인 당장(黨章)에 삽입하면서 마오쩌둥(毛澤東)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라섰다. 시진핑은 최고 지도그룹인 중앙위 상무위원 7명 중 3명, 정치국 위원 25명 중 13명을 측근으로 채웠고 후계자 지명도 하지 않음으로써 1인 천하를 구축했다.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중국몽’을 달성하겠다고 했고, ‘창치라이(强起來·강대해짐)’를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서방과 담론·체제 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선거로 권력을 선출하는 서구 민주주의 대신 장기간 키워온 인재풀에서 지도자를 선발하는 ‘현능(賢能)주의’ 체제를 고수해온 중국이 앞으론 제3세계를 상대로 ‘체제 수출’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좌충우돌’이나 포퓰리즘에 쏠리는 정당정치, 파탄을 맞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맞서 ‘대안’이 되겠다는 중국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1년이 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갈등을 통해 중국이라는 ‘숙명’을 뼈저리게 겪은 한국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영화 <남한산성>을 보며 ‘호란(胡亂)’과 사드 갈등을 겹쳐 생각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달 30일 만난 성균중국연구소장(성균관대 교수) 이희옥(57)은 “대전환기라는 역사적 압력 요인과 국민들의 체제 자부심이 시진핑의 절대권력을 성립시킨 셈”이라면서 “중국이 세계질서를 만들어 가는 ‘룰세터(rule-setter)’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002년 설립된 성균중국연구소는 중국 정계 핵심인사들과도 활발히 소통하는 유력 싱크탱크다. 그는 “한·미동맹만 중시하고 중국을 과소평가하는 태도를 탈피해 우리의 핵심이익을 지켜가면서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며 “중국이라는 숙명을 극복하려면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모멘텀)를 찾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백년’ 이끌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 용인”


- 이번 당대회를 보면 마오쩌둥 이후 권력이 가장 노골적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마오쩌둥도 ‘마오쩌둥의 사상’이라는 일반명사에서 ‘마오쩌둥사상’으로 고유명사화된 건 7차 전당대회(1945년)부터다. 덩샤오핑(鄧小平) 때도 ‘중국특색을 지닌 사회주의’에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로, 다시 ‘중국특색 사회주의’로 단어 하나씩 빼는 데 오랜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는 시진핑이라는 이름을 붙인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장(黨章·당의 헌장)에 곧바로 포함시켰다. 신시대의 ‘시대’는 ‘이어러’(era)의 의미, 요즘 말하는 ‘다른백년’ 격이다. 질서가 급격히 전환되는 다른 100년에 걸맞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 중국식 ‘현인통치’가 의회민주주의에 비해 우위성이 있는지 의문인 상태에서 권력이 더 집중화된 것인데.  


“4차 산업혁명 같은 산업의 대전환기를 맞아 리더십이 더 강력해질 필요성이 있었던 것 같다. 마오로 인해 사회주의 국가가 건설됐고, 덩샤오핑 시기에 먹고 살게 됐으니 이번에는 ‘창치라이(强起來)’ 즉 강력해지겠다는 거다.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관의 첫번째가 부강(富强)인데 ‘부’는 이뤘으니 ‘강’을 이룰 차례다. 이렇게 자신의 역사적 위상을 설정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당 바깥에 견제와 균형이 없다보니 당내민주와 ‘협상민주’를 결합해 당-국가체제를 유지해왔다. 정당간 경쟁체제가 없어 위험하게 볼 수도 있지만 중국 스스로는 사회주의 체제에 전통적 정치문화가 접맥된 지속가능한 체제로 본다. 엘리트를 안정적으로 충원하고 제도화를 통해 정치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밑으로부터 권위를 받아 정치를 하려니 동원주의적인 오류가 나타날 위험은 있다.”


- 당장에 시진핑 이름을 넣을 정도로 의미부여를 할 만한 무게가 있는 건가. 시진핑 어록 베껴쓰기 운동이 전개되고 ‘영수’라는 칭호가 나오는 걸 보면 중국이 ‘좌경화’된다는 느낌도 있다.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중국공산당의 세가지 원칙이 있는데 ‘지도자는 반드시 교체된다, 지도자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기초로 통치한다, 지도자는 역사적인 과제를 어깨에 진다’는 거다. ‘좌경화’라기 보다는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2008년 금융위기를 중국은 미국 자본주의가 가진 종합위기로 간주했다. 미국이 지도국가가 아니라는 회의감이 강해지면서 중국 나름의 질서와 가치를 전파할 필요를 느낀 거다. ‘베이징 컨센선스’ ‘중국모델’ ‘중국정신’ 등으로 표현돼 오다 최근엔 ‘중국방안’이란 말도 쓰인다. 그 핵심은 사회주의성의 강화다. 공평·인본주의 같은 마르크스주의의 본래 가치를 변화된 질서에 접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간 서양의 규범안에서 경쟁해 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판을 새롭게 돌리겠다’는 것이다. ‘역사의 관건기’이다 보니 권력이 집중화되는 것 같다.”


- 시진핑의 권력집중이 미리부터 예견된 결과인가.  


“당대회에서 갑자기 나타났다기 보다는 집권 초기부터 나타났던 조짐이다. 장쩌민(江澤民)은 총서기는 내려놓되 군사위원회 주석직은 유지하는 ‘반퇴’를 했다. 반면 후진타오는 시진핑의 강력한 요구로 곧바로 은퇴했다. 보통 중국 정치는 지도자의 임기 10년중 첫 5년은 전임 지도자의 정책을 계승한 뒤 집권 후반부터 자기 정치를 본격화한다. 그런 식으로 ‘매몰비용’을 줄여온 것이 전통이었지만 시진핑 체제는 초기부터 자기 부대에 자기 술을 붓기 시작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이준헌 기자

-‘신형대국관계’ 대신 ‘신형국제관계’를 제시하고 아프리카와 저개발국 등 제3세계에 중국모델을 수출하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중국모델 수출은 정확히 말하면 ‘중국의 경험으로 아프리카나 저개발국에 공헌한다’는 표현을 쓴다. 최근의 저개발국은 신자유주의로부터 소외됐거나 피해를 본 곳이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불거진 새로운 남쪽, 즉 ‘글로벌 사우스’ 문제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대체로 수용했고, 그래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했다. 다만 이 질서를 미국이 주도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고, 순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형대국관계’는 강대국과의 외교, 강대국으로서의 외교가 중첩된 개념이다. 중국 스스로 외교의 규범과 철학, 질서 형성을 시도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을 얼마 안돼 ‘신형국제관계’로 바꾼 건 더 큰 틀에서 세계질서를 만들어 가는 룰세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지방 경험이 없는 왕후닝을 정치국 상무위원(중앙서기처 제1서기)에 발탁한 것도 주목된다.  


“지방이나 기층에서 업적을 쌓아야 상무위원에 오르는 관행이 처음으로 깨졌다. 장쩌민 시기부터 참모역할만을 해온 왕후닝을 국가지도자인 1~4위 다음의 서열(5위)에 배치한 것은 시진핑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게 이념과 담론, 제도의 설계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왕후닝은 ‘신형대국관계’나 ‘일대일로’의 개념을 설계했고, 깨끗하고 강력한 리더십이 중국을 통치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21세기에 맞춰 중국문명론이라는 거대한 담론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역사적으로 본다면 아편전쟁(1840년) 이후 서구의 지배질서가 170년간 유지되다 몇차례 위기가 대두됐다. 중국이 마침내 떨쳐 일어나 서방과 체제경쟁을 본격화하는 셈인가.


“아편전쟁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0%이상을 차지했었다. 긴 역사를 돌이켜보면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잠깐 몰락했던 셈이고, 최근 중국의 부상은 ‘재(再)부상’이다.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표현을 즐겨쓴다. 아편전쟁 전 구가하던 황금시대를 재현하겠다는 발상이니 ‘다른백년’보다 스케일이 훨씬 큰 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개막식의 퍼포먼스에 15세기초 대항해를 했던 정화(鄭和)가 등장했는데 정화의 대항해 루트가 ‘일대일로’를 연상시킨다.”


- 그런 맥락속에서 본다면 시진핑의 권력강화가 다소 거칠어보이긴 해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네?


“대전환의 시기에 거대담론을 쥐고 가야 하는 역사적 압력요인이 있었고, 국민들도 체제 자부심이 상당히 커진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시진핑을) 밀어 올렸다.” 


- 당대회에서 강조된 공정·공평도 사회주의성 회복이라는 맥락으로 볼 수 있나. 중국특색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실은 굉장한 신자유주의이지 않나. 


“중국의 사상투쟁은 ‘주요모순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마오쩌둥 시기에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었다가 덩샤오핑 시대에는 낙후된 생산력과 인민수요간의 모순, 즉 전형적인 생산력 모순으로 바뀌었다. 시진핑은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불충분한 발전의 차이’ 즉, 격차와 불평등으로 변경했다. 이를 해소해 사회주의성을 복원해야 하고, 그러려면 성장모델을 바꿔야 한다. (등소평 시대의) ‘선부(先富)론’ 대신 함께 부유해야 한다는 ‘공부(共富)론’이 등장했다. 당대회를 보면 엄청난 내부 사상토론이 있었던 게 감지된다. 국가-시장관계에서도 과거엔 시장이 혁신의 주체라고 봤지만 지금은 국가가 시장에 효과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강조된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높아야 사회주의라고 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같은 예측불가의 미래에 대비해 국가가 지식과 정보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효과적인 산업정책으로 혁신을 유발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 시진핑 집권 2기는 반부패 운동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1기 때 관료들의 관행과 행태를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 ‘밥값은 얼마 이하’라는 식으로. 상당한 저항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극복된 것 같다. 반부패 운동은 단순히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관행타파라기 보다 임계점에 달한 특권·부패·지대추구 현상을 없애 시장의 역동성을 풀기 위한 것이다. 운동의 성패는 ‘성역’을 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저우융캉(周永康) 같은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쳐내면서 개혁에 동력이 생겼다.”


■“중국이란 ‘숙명’ 극복하려면 남북관계가 돌파구”


- 당대회 이후 미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데 처음부터 마찰을 겪으며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진핑이 ‘중미관계가 좋아질 이유는 1000가지가 되고, 나빠질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중국이 아무리 부상해도 종합국력의 차이는 있거든. 미중관계가 갈등위주로 가면서 부분적으로 협력하기 보다는, 협력위주로 가되 국가이익을 둘러싼 갈등이 부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겉으로는 중국을 강력 비난하는 레토릭을 구사하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호의존에 기초해 협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 양제츠의 정치국 위원 승격은 대미외교를 중시하겠다는 뜻외에 다른 함의가 있나. 외교관의 정치국 위원 진입은 첸치천이후 14년만이다.


“미국통이기 때문에 승격시켰다기 보다 외교가 중요한 시대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 같다. 미·중(및 대외)관계의 설계는 왕후닝의 머리속에서 나온 걸로 봐야 하는데 왕후닝이 정점에 있고, 양제츠가 정치국 위원, 왕이 외교부장이 당 중앙위원에 포진하는 라인업을 통해 대외정책의 전략적 큰 그림을 그려갈 것이다. 왕후닝은 (시진핑의) 모든 해외순방을 비롯한 주요 일정에 항상 함께 움직인다. 한중 정상회담에도 배석했다.” 


@이준헌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축전을 보냈고, 북한매체에 시진핑이 8개월여만에 등장했다. 당대회 이후 북중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인지, 북핵문제에 중국이 적극 나설지 궁금하다.  


“중국은 북한이 핵보유를 포기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 다만, 북한이 내년 신년사에서 핵능력 완성을 선언하게 되면 문제를 풀기가 더 어렵게 된다. (핵완성도가) 90%든 95%든 여지를 남겨둬야 협상 공간이 생길 수 있으니 연내에 (대화의) 모멘텀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당대회가 끝나면 북·중간 당 대 당 교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북핵해법이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한·미 연합훈련의 동시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북미 평화체제 협상 병행추진)’인데 북한이 9월15일 이후 추가행동을 하지 않고 있으니 사실상 ‘쌍중단’을 수용한 상태이기도 하다. 미국의 군사훈련이 내년 3월 평창 장애인올림픽 무렵 재개될 예정인데 그 이전에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


- 사드 이후의 한·중 관계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우선 중국에 더 많은 대북압박을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난 7월6일) 베를린 한·중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압박을 거론하자 시진핑이 ‘중국과 북한이 피로 맺은 관계임에도 제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발끈했다. 중국에 대북압박을 요구할수록 (북핵과 관련해) 중국의 운신공간을 좁히게 된다. 세컨더리 보이코트(북한과 거래한 기업·금융기관에 대한 추가제재)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기업을 제재하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에 사드봉합으로 호전된 분위기를 다시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한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지만 결국 우리 하기 나름 아닌가. 


“지금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5년내에 한국외교가 종속변수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전에 공간을 적극 파고 들어가야 하고, 양자관계 중심에서 벗어나 포괄적 접근, 즉 ‘패키지 딜’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다층적으로 큰 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요청된다. 지나치게 인격화된 한미동맹도 업데이트 할 필요도 있다. 한중관계도 단순 복원이 아니라 장기 비전을 세우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한국 외교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과 지켜야 할 가치를 외교자산으로 축적할 필요도 있다.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건으로 중국이 연어수입을 중단하자 노르웨이가 ‘인권과 연어를 바꾸지 않겠다’며 버틴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텼다. 핵심이익,”


- ‘한미동맹의 인격화’는 미국에 노(No)라고 말 못하는, 순응주의를 말하는 건가. 어떻게 업데이트 해야 하나.  


“동맹의 역동성에 주목하면서도 시대상황에 맞게 조정될 필요도 있다는 뜻이다.”


- 핵심이익은 뭘 가리키는 건가. 


“예컨대 촛불혁명으로 표출된 민주주의, 인권, 자유 같은 가치가 외교정책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 표출되는 아래로부터의 역동성을 외교에 담아 행사해 본 적이 드물다. ‘한반도에서 전쟁카드는 쓸 수 없다’는 점도 핵심이익이다. 핵심이익은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지켜져야 한다. 외교정책의 ‘진자’가 정권에 따라 크게 흔들리면 외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진자의 운동폭이 제한되도록 우리 사회 ‘미들클래스’의 인식이 더 탄탄해져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전술핵 배치나 핵무장론 같은 거친 논의들이 줄어들지 않겠나.”


- 한국의 가장 큰 외교자산은 남북관계 아닐까. 어떤 대북태도가 필요한가.  


“최대 압박의 목표가 대화에 있고,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중국외교에서 본받을 대목은 한번 원칙을 정해놓으면 바꾸지 않고, 호흡이 오래간다는 점이다. 2013년 1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중국이 미중 외교장관 전화회담을 통해 유엔안보리 제재를 합의하는데 그때 밝힌 원칙이 ‘북한이 나쁜 행동을 벌이면 유엔안보리의 제재강화에 참여한다. 하지만 제재의 목표는 대화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반면 우리 외교는 미국변수, 중국변수에 따라 요동친다. 결국 (대통령이)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외교에서 사건·국면·구조를 섬세하게 구분해 메시지 관리를 해야 우리의 외교공간이 마련된다. 사건에 구조의 대응카드를 쓰면 스텝이 꼬여 버린다.”


- 중국이 북핵문제에 무기력한데다 사드갈등 과정에서 대국답지 못하게 경제보복을 하면서 국내여론에 부정적 정서가 축적됐다. 


“중국이 부상하긴 했지만 덩치에 걸맞지 않은 사고방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거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피해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중국의 정책이 투사되니 감정이 증폭된 면도 있다. 한편으로 우리 의식구조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과 미국에 대한 의존이 동전의 양면처럼 돼 있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한미동맹 외에 대안이 없다며 모든 사안을 동맹에 귀착시키는 ‘동맹환원론’이 폭넓게 자리잡으면서 중국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대인 반면 사드배치 찬성률도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말해준다.”


- 성균중국연구소는 언제 설립됐나. 


“원래 동아시아지역연구소였는데 중국에 포커스를 맞추자는 학교방침에 따라 2002년 설립됐다. 중문으로 내는 계간지는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거의 보는 편이다. 중국 외교가와 정가의 핵심인사들도 ‘잘 읽고 있다’고 한다.”


- 한국인들이 중국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요즘처럼 뼈저리게 느낀 적이 없는 것 같다. 


“양국간에 서로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이웃증후군’이 있었던 같다. 중국의 외교행태를 과거 중화체제나 조공체제로부터 반추해 내면서 읽기 시작한 게 사드문제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어떤 부분은 순응하거나, 적응하거나 (정면)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 숙명을 극복하려면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모멘텀)를 찾는 수밖에 없다. 국가의 힘이 커지려면 ‘매핑파워’ 즉 지도를 그리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남이 그린 지도안에 갇혀 있다.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을 가려면 (동맹환원론 같은) 기존 경로를 답습하지 말고 때로는 바깥길로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

  


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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