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뒤흔든 여진, 여타 원전도 불안

서의동 2011. 4. 8. 11:17
 

7일 오후 11시32분쯤 일본 도호쿠 지방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매그니튜드 7.4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난달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이번 지진으로 미야기현 등 도후쿠 일원에 전력공급이 끊겼으며 도로통행이 금지됐다. 또 일부 주택이 붕괴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미야기현 센다이에서는 1분간 격렬한 진동이 느껴졌으며 센다이역 2층 승강장에서는 일시적으로 화재 경보가 울리고 나서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센다이시 아오바구 사토 료코씨는 NHK와의 전화통화에서 “원을 그리는 듯한 흔들림이 매우 길게 이어졌고, 냄비 등이 찬장에서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도쿄에서도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고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흔들림이 강했다.

이날 강진으로 미야기현에 있는 도호쿠전력의 오나가와 원전의 외부전원 2개 계통이 끊겨 나머지 1개 계통으로 원자로 냉각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오나가와 원전은 지난달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로 운전정지 상태에 있다. 반면 지난달 지진과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전을 비롯해 지진 발생 지역의 원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안전보안원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의 원자로 상태는 안정돼 있으며, 1호기의 질소가스 주입도 이상이 없다”며 “작업 근로자들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또 아오모리 현을 비롯해 이와테, 야마가타, 미야기, 후쿠시마현 지역에 정전이 발생하는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과 수도관 파열 등의 사고도 잇따랐고 도후쿠 신칸센 등 일부 철도가 운행을 정지했다. 도호쿠 고속도로를 비롯해 아키타, 야마가타현 등 도후쿠 지방의 상당수 도로에 통행금지가 내려졌다. 이번 지진의 진원은 북위 38.2도, 동경 142도의 해저로 깊이는 40㎞로 추정된다. 기상청은 지진 직후 미야기현 해안에 최고 1m의 쓰나미 경보를, 후쿠시마와 이와테, 아오모리, 이바라키현에는 쓰나미 주의보를 각각 발령했으나 0시55분 해제했다.
한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에서 핵연료에서 방출된 것으로 보이는 플루토늄이 또다시 검출됐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원전 부지 내 4개소에서 지난달 25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채취한 토양에서 미량의 플루토늄238, 239, 240을 검출했다. 
부지 내에서는 지난달 21일과 22일에도 플루토늄이 검출된 바 있다. 도쿄전력은 당시와 비교해 검출량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밝혔으나, 치명적인 고독성 방사성물질인 플루토늄이 원전 부지 내 토양에 산재하고 있는 셈이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7일 밤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일본 기상청 수정)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열도가 다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지진으로 미야기현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의 외부전원이 끊겨 냉각기능이 한때 상실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후쿠시마 제1원전에 이어 ‘오나가와발’ 원전 불안도 확대되고 있다. 
 
불안한 오나가와 원전
지진 충격으로 미야기현 오나가와 원전 건물 8곳에서 누수현상이 확인되면서 해안부에 집중돼 있는 원전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력안전보안원과 도호쿠전력에 따르면 원전 1∼3호기의 폐연료봉 저장수조를 비롯한 건물 내 8곳에서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냉각수가 흘러내렸다. 유출된 양은 1곳당 최대 3.8ℓ정도였다. 1호기에서 흘러내린 물에 포함된 방사성물질 농도는 5410베크렐(㏃)이었다. 또 오나가와 원전과 아오모리현의 히가시도리 원전의 사용후 연료봉(폐연료봉) 저장수조는 지진 발생 후 1시간20분 정도 냉각기능을 상실하기도 했다. NHK보도에 따르면 원전 터빈건물의 압력조정 패널이 벗겨지기도 했다. 지진 이후 폐연료봉 저장수조의 온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오나가와 원전은 원자로 냉각시스템 가동을 위한 외부전원 일부가 끊기는 등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도 외부전력이 끊기면서 발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당시 오나가와 원전의 흔들림이 내진설계 범위를 벗어나면서 1m가량 지반침하가 발생해 외부 충격에 그만큼 취약해진 상황이다.  

충격과 공포의 심야
일본 경찰청 등의 집계에 따르면 전날 지진으로 8일 현재 3명이 숨지고 141여명이 부상했다. 지진에 따른 정전으로 야마가타현 오바나자와시의 집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자고 있던 63세 여성이 8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시에 사는 79세 남성도 심폐정지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밖에 이시노마키시의 85세 남성 1명이 추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진의 영향으로 도후쿠 지방에 전력을 공급하는 화력발전소 가동이 자동중단되면서 이와테·아오모리·아키타·미야기·야마가타·후쿠시마현 등에서 한때 401만 가구가 정전됐으며 이중 95만 가구가 8일 오후 복구되지 않았다.   
 지진으로 심야의 대지가 요동치자 주민들은 지난달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며 공포에 휩싸였다. 격렬한 요동이 1분 이상 지속되자 센다이역 앞 호텔에서 놀란 투숙객들이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왔고, 센다이시 와카바야구의 대피소에서는 지진 직후 유리창이 박살나자 피난민들이 일제히 밖으로 대피했다. 미나미산리쿠초의 시마바 마사히로(62)는 “3월11일보다 더 크게 흔들린 것 같다”며 “여진 때문에 불안해 잠을 못 이루겠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의 히가시마쓰시마시의 대피소 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피난차량이 갑자기 몰리면서 2㎞ 거리를 가는 데 30여분이 걸리기도 했다.

여진 또 올 가능성
일본  전문가들은 현지언론을 통해 이번처럼 강도높은 여진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도쿄대 지진연구소의 후루무라 다카시 교수는 “규모 9급 지진은 세계적으로 드물어 수개월 또는 1년 후 규모 8급의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2004년 12월 수마트라의 규모 9.0 강진 3개월 뒤 규모 8.7의 강진이 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전례도 주목된다. 이데 사토시 도쿄대 교수는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나면 규모 7급의 여진이 10회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오다 신지 교토대 교수는 “진앙이 대륙판(플레이트) 경계면에 가깝기 때문에 대형 쓰나미를 동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전날 지진규모를 7.4에서 7.1로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