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인터뷰]이이다 테쓰나리

서의동 2011. 5. 22. 17:46
“스리마일, 체르노빌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참사가 벌어지면서 원자력은 인간의 예측을 넘는 리스크를 가진 존재임이 명백해졌습니다. 이를 보고도 한국이 원전건설을 지속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선택입니다.”
 

이이다 테쓰나리 소장/by 서의동



이이다 데쓰나리 일본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52·사진)은 지난 19일 도쿄 나카노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원전 증설과 관련, “이웃나라의 참사를 보고도 왜 교훈을 얻지 못하는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위해 원전이 ‘필요악’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한국도 성장을 이뤘고, 대체에너지 기술이 급속 발전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전에 대한 집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내에서 각광받는 대체에너지 전문가인 이이다 소장은 간 나오토 총리의 에너지 정책방향 전환 시도를 평가하면서도 “새로운 안전기준 아래서 전체 원전의 가동여부를 재평가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간 총리가 하마오카 원전의 가동중단 결정을 내린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적절한 판단이었다. 다만, 나머지 원전들은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다른 원전이 괜찮다고 하는 근거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주민불안을 키우고 있다.”
 
-일본 원전의 상태는 어떤가.
 “자동차에 비교하면 차량검사도 받지 않은 무보험 차량이다. 수 조엔에 달하는 사고를 내면서 1기당 책정된 보험금은 1200억엔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상황이다. 이런 무보험 운전은 바로 멈춰야 한다. 일본의 원전은 지진과 노후화 문제를 안고 있다. 40년을 넘긴 원전들은 바로 폐로시켜야 한다. 또 국민이 납득할만한 안전기준 하에서 전체 원전을 재평가해야 한다. 이렇게만 해도 10년 뒤 원전비중이 10%대로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탈원전’으로 접어들 수 있다.”
 
-일본 내 원전 가운데 어디가 가장 위험한가.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 외에 제2원전도 문제다. 미야기현의 오나가와 원전, 아오모리현의 히가시도리 원전, 이바라키현의 도카이 제2원전 등 적어도 동일본대지진 때 피해를 입은 원전들은 모두 멈춰야 한다.”
 
-간 총리가 전력회사에서 송·발전부문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기득권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송·발전 분리와 핵연료 사이클 중단 등 간 총리가 내놓는 발언들은 원전 기득권층에 의해 그동안 ‘봉인된’ 것들이다. 물론 실현하기 만만치 않겠지만 에너지정책의 전면개혁을 동반할 의제를 총리가 꺼낸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
 
-올 여름 전력공급이 원활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지진 직후 전력공급에 차질이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화력발전소 재가동 등으로 꽤 여유가 생겼다고 본다. 하지만 원전 기득권층이 ‘전력부족’ 여론을 조성했다. 간 총리가 하마오카 원전만을 가동중단시킨 것은 이런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