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간 총리- 손정의 자연 에너지에 의기투합

서의동 2011. 5. 26. 17:49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태양광 발전의 보급 확대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구상을 공개한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계기로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자연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지도력을 발휘하겠다는 이른바 ‘후쿠시마 이니셔티브’다. 간 총리의 에너지 정책전환을 지지해온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메가솔라’(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립 계획도 지자체의 열띤 호응 속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출처=연합마이더스 닷컴

 

25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간 총리는 26~27일 프랑스 도빌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 첫날 공식오찬 모두연설을 통해 일본의 새 에너지 정책인 ‘선라이즈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태양광 발전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태양광패널 설치 등에 드는 비용을 2030년까지 6분의 1로 줄이는 기술개발에 착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또 가능한 모든 주택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고 2020년대에 대형 해상 풍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청사진도 포함됐다. 아울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바이오매스 연료의 도입 계획도 내놓을 예정이다.
 
간 총리는 원전추진국인 미국과 프랑스를 의식해 국제적 공조를 통한 원전 안전성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할 예정이지만 어디까지나 ‘자연에너지’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는 25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일본 에너지정책의 ‘기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 총리의 에너지 정책구상에 질감을 불어넣는 이가 재일동포 2세 기업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다. 손 사장은 최근 800억엔(약 1조원)을 들여 전국 10곳에 메가솔라를 짓겠다고 밝혔고, 이에 지자체들이 속속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간사이 지역인 시가현의 가다 유키코 지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손 사장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가능하다면 (참여하겠다는) 손을 들고 싶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규슈지방의 사가현 후루카와 야스시 지사도 메가솔라 추진체인 ‘자연에너지 보급 추진협의회’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수도권의 사이타마현도 지난 21일 소프트뱅크와 공동으로 출자해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양광패널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샤프가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손 사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을 통한 ‘탈원전’을 주창해 왔다. 지난 14일에는 간 총리와 도쿄 시내에서 3시간 동안 만찬회동을 하며 의기투합했다. 손 사장은 진보월간지인 ‘세카이’의 최근호에서 “쓰나미로 염분피해를 입은 도호쿠 지역의 농지를 원상복구하는 대신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지어 신 에너지의 거점으로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동일본대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개인재산 100억엔(약 1300억원)과 은퇴할 때까지의 급여소득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에너지 구상을 실현하는 데는 난관이 적지 않다. 간 총리는 야당인 자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사퇴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전력회사와 ‘원전 기득권층’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손 사장의 메가솔라 계획과 관련해 “전력회사들이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량 매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