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원전산업, 연 33조원의 이권덩어리

서의동 2011. 5. 25. 11:34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 자민당내 원전추진파의 태두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의원시절인 1954년 3월 원자력관련예산을 통과시키면서 본격화됐다. 2차대전 패전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팽창하는 에너지 수요를 해소하자는 명분을 달았다.

석유가 공해주범으로 지목되고 1973년 오일쇼크 발생한 이후로는 원자력 발전에 거국적인 지원이 쏟아졌다. 1974년에는 다나카 에이사쿠 당시 총리하에서 원전관련 3개법 통과를 주도하면서 원전 유치지역에 대한 막대한 지원방안이 마련됐고 정치인들이 출신지역에 원전을 유치함으로써 지지기반을 유지하는 구조가 성립됐다.  
 

 

가동중단된 하마오카 원전(경향신문DB)



정부도 원자력 학계에 거액의 연구비를 주면서 ‘친원전’ 학자들을 육성하는 한편 퇴직관료들이 안착할 수 있는 관련단체들을 만들었고, 전력회사들은 낙하산 인사들을 간부로 영입하는 한편 대학기부를 통해 정책유도를 꾀해왔다. 이렇게 형성된 원전공동체를 사수하기 위한 이데올로기가 ‘원자력 안전신화’였다. 이에 반기를 드는 이는 철저히 배제됐다.

원자력 엘리트의 산실인 도쿄대 원자력공학과 1기생인 안자이 이쿠로 리츠메이칸대 명예교수는 ‘반원전’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안자이는 그 댓가로 혹독한 ‘따돌림’을 받으면서 도쿄대에서 무려 17년간을 조교로 지내야 했다. 안자이 교수는 지난 20일자 아사히신문 기고에서 “도쿄전력에서 도쿄대로 파견된 연수생으로부터 ‘안자이씨가 뭘 하는지 감시하는 정찰담당이었다’는 고백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의 분석에 따르면 전력회사들은 원자력산업에 연간 2조엔을 지출하고, 정부도 연간 4500억엔의 예산을 편성해 연구개발비나 원전지역의 공공청사 건립 등에 쓴다. 연 2조4500억엔(약 33조엔)에 이르는 막대한 시장인 셈이다. 원전건설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한다.

[뉴스라운드업] 후쿠시마 원전사고


 건설지역의 선정, 토지매수및 부지조성에는 ‘제네콘’으로 불리는 대규모 건설회사가 움직인다. 원전 메이커는 원자로 제작에 참가하고, 핵연료의 조달과 가공에는 종합상사, 연료의 운송은 방사성물질 운송전문 조선회사와 운송업체가 가세한다. 발전기용 터빈과 원자로, 펌프와 특수문, 차폐재 등을 포함해 원자로에 들어가는 부품수는 수만점에 달한다.

원전건설과 운영에 참여하는 기업과 단체는 500개가 넘는다. 이렇게 형성된 거대 산업구조는 정부가 원전정책을 유지하는 한 ‘공존공영’을 지속하게 되는 셈이다.  

원전정책은 2009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동안 가속화됐다. 조합원 20만명에 달하는 전력총련 등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노조가 전력회사와 일체가 돼 원전추진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를 겪었지만 60년 동안 구축된 일본내 ‘원전공동체’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이미 자민당의 원전추진파들이 ‘에너지 정책합동회의’를 발족해 복권을 꾀하고 있고, 
 민주당 정권의 주요인사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원전은 여전히 국책사업”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