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경제의 3년 궤적은?

서의동 2011. 8. 6. 20:23
미국 발 금융위기 발생 3년이 지나 세계경제는 다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지기(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추락하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분투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조치는 민간부문의 자생력을 회복시키는 데 실패했다. 되레 막대한 재정지출에 따른 채무부담이라는 부작용만 키웠다. 특히 미국의 어정쩡한 경기부양책의 중단조치가 시장불안을 일거에 증폭시켰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경제의 지난 3년간 궤적은 맹목적인 정부개입의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낸 기간이었다.
 1. 미국 경제, 또 다른 위기의 입구에 들어서다
 미국의 경제지표와 사회 분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3년 전보다 더 위협적이다. 그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동원해왔던 재정 및 금융정책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는 막대한 국채발행을 통한 양적완화(채권매입을 통한 달러화 방출)라는 대규모 금융정책을 시행했다. 동시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풀어 대형 금융회사들의 파산을 막고, 막대한 경기부양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국은 중환자에 ‘링거주사’를 놓는 미봉책이었을 뿐 경제의 근원적 회복으론 연결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경제회복의 축인 고용이 회복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9%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고용과 주택시장 부진은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 6월 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2% 줄어 2009년 9월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고용·주택시장 회복→소비 증가→기업 투자확대로 이어지는 민간경제의 선순환 사이클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국가채무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의 유력한 경기조절 수단이었던 경기부양예산도 최근 국가부채 상한 증액협상과정에서 공화당의 재정적자 감축에 동의함으로써 지출을 줄여야할 형편이다. 체력이 바닥난 미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이 봉쇄됨으로써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더 비관적이 됐다. 백악관은 “중요한 정부지출 삭감은 2015년 이후에 이뤄진다”며 긴축이 당장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의 심리는 이미 얼어붙은 상태다.
 오바마 행정부의 일관성없는 경제정책도 부작용을 키웠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견제로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한편 감세기한을 연장하는 좌충우돌이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미국 내 대표적인 케인즈학파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국가부채 한도증액 협상합의에 따른 정부지출의 대규모 삭감에 대해 “미국의 경제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2. 유럽, 재정위기 도미노에 휩싸이다. 
 유럽은 2008년 금융위기로 부실화된 금융기관의 부채를 각국 정부가 떠안으면서 재정불안이 촉발됐다. 금융회사의 파산에 따른 신용경색 사태를 피하기 위해 재정을 대규모로 풀어 위기를 안정시켰으나 재정적자라는 후유증이 초래됐다. 위기는 경제기반이 취약한 남유럽에서 먼저 시작됐다. 이렇다할 산업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남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으나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에 편입되면서 과거의 환율조정 수단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먼저 대규모 재정적자로 국가신용위기를 맞은 그리스가 2010년 5월 1100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제공받게 됐다. 같은해 11월에는 아일랜드도 구제금융 대상국가로 전락했다. 구제금융의 대가는 혹독했다. 강력한 긴축안과 공기업 민영화 등의 조치가 뒤따랐으나 긴축이 경기침체를 유발하고 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지면서 채무상환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다. 긴축으로 서민들의 삶도 더 팍팍해졌다. 유럽의 위기는 국내총생산(GDP) 120%의 과다채무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와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있는 스페인 등 유로존 3, 4위 경제권으로 번지면서 국채가격 폭락 등의 신용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3. 중국, 긴축정책으로 세계경제에 부담을 주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회복세는 세계에서 가장 돋보였다. 중국은 4조위안의 재정을 긴급 투입해 기민한 경기부양 조치를 취했다. 최근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고속철 건설도 이때 본격화됐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2009~2010년 동안 2년 연속 9%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했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부채 증가와 고실업률,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박이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금융위기 이후 실시해온 경기부양책이 경기과열을 불러오면서 긴축조치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올 들어 기준금리를 3차례, 은행 지급준비율을 6차례 각각 인상했다. 여파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새나오고 있다.
 현재의 경제 성장률, 대외 개방폭 등에 비춰볼 때 중국발 경제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늑장을 부리고 긴축정책을 지속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