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건축자재도 방사능 오염

서의동 2012. 1. 17. 16:09

일본 후쿠시마(福島)현에서 지난해 원전사고 이후 신축된 아파트 실내에서 고 방사선이 측정됐다. 원전 가까운 채석장에서 생산된 방사능에 오염된 석재를 사용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원전사고로 일본인들이 식생활에 이어 주거공간까지도 방사능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아사히신문 등은 후쿠시마현 니혼마쓰(二本松) 시내 3층 아파트 1층 실내에서 시간당 0.90~1.24마이크로시버트(μSv)가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파트 바깥의 방사선량(0.7~1.0μSv)보다 높은 수치다. 집 안에서 하루종일 생활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피폭량은 일본 정부가 정한 일반인 연간 피폭한도(1mSv)의 10배에 달한다. 

 

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지난해 9~11월까지 3개월간 누적 피폭선량이 1.62밀리시버트(mSv)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니혼마쓰시가 거주 환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실태가 확인됐다. 3개월간 1.62mSv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일반인 연간 피폭한도의 6배를 넘는다.

 

조사 결과 지난해 7월 완공된 이 아파트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계획적피난구역에 위치한 나미에마치(浪江町) 채석장에서 생산된 석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석재는 후쿠시마현 채석업자가 원전사고 전에 채취한 것이지만사고 이후 한동안 옥외에 방치돼 있다가 건축자재회사에 납품돼 콘크리트로 가공됐다. 

 

이 채석장에서는 원전사고 2주 뒤인 3월25일부터 피난구역으로 지정된 4월22일까지 한달 동안 석재가 별다른 규제없이 외부로 반출돼 일본 정부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5월 업계 단체를 통해 현지 상황을 간접 점검했으나 “사업자들도 피난한 상황이어서 (오염지역에서) 석재가 출하되고 있지 않다”는 업계단체의 회답을 받은 뒤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원전사고 직후인 3~4월의 정확한 반출실태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사고원전 주변의 경계구역이나 계획적피난구역내 채석장에 대한 방사성물질 오염기준이나 출하제한 기준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경제산업성은 이 채석장에서 원전사고 이후 석재 5200t이 현내 20개 건축자재회사에 판매돼 후쿠시마현내 수백곳의 건물신축이나 도로포장 공사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파트에 자재를 납품한 회사의 콘크리트가 사용된 시내 농업용 수로에서도 주변보다 방사선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나미에마치 등 피난구역내에 채석장이 있는 6개 회사에 대해서도 유통실태를 추적하고 있다.  

 

니혼마쓰시는 방사성물질 유출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70㎞가량 떨어진 곳이다. 고 방사선이 측정된 아파트 거주민 12가구 중 10가구가 원전사고 이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와 나미에마치 등에서 피난민들이다. 시는 방사선량이 높은 1층 2가구를 다른 곳으로 이주토록 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2, 3층의 거주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