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대지진1년]이다테무라는 유령마을...방사능은 도쿄의 수십배

서의동 2012. 3. 7. 10:52

지난 4일 오전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50분 만에 후쿠시마역에 도착했다. 도쿄역에서 시간당 0.08μ㏜(마이크로시버트)를 가리키던 방사선량 측정기는 후쿠시마역에 내리자 5배인 0.4μ㏜로 올라갔다. 


렌터카를 빌려 이다테무라(飯館村)로 향하는 터널 부근에 이르자 10초마다 갱신되는 측정기가 “뚜뚜뚜” 소리를 내며 바쁘게 움직였다.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20㎞ 외곽 구역에서 방사선량이 가장 높은 이다테무라로 접어들자 1μ㏜를 넘어서더니 얼마 안가 측정기가 ‘고레벨 선량’으로 분류하는 1.20μ㏜로 치솟았다. 

이다테무라 부근 차안에서 잰 방사선량계가 시간당 1.41마이크로시버트를 가리키고 있다./By 서의동


측정기의 화면이 고레벨 선량을 나타내는 빨간색으로 바뀌자 긴장감이 엄습했다. 며칠 전 만난 원자력 전문가의 “후쿠시마에 들어갈 경우 피폭은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라 후쿠시마 시내에서 산 마스크를 썼다.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의 탑승자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숲속 도로인 후카야(深谷) 부근에선 2.69μ㏜까지 치솟았다. 도쿄역의 33배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23m㏜(밀리시버트)로, 일본 정부가 정한 연간 피폭한도(1m㏜)의 20배가 넘는다. 그래도 정부는 거주를 제한하지 않는다.

이다테무라 일대는 저녁이 되자 어둠에 휩싸였다. 차를 몰고 마을 주변도로를 돌던 30분간 불이 켜진 민가는 단 한곳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집을 비우고 피난한 것 같았다.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일본 사회의 필수 인프라(사회간접자본)로 자리잡은 편의점 건물조차 이곳에선 불이 꺼져 있었다. 이다테무라는 간간이 보이는 자동판매기 불빛만이 어둠 속에 희미하게 번쩍거리는 ‘유령마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