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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누구인가

서의동 2012. 12. 17. 11:17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함에 따라 두번째로 일본 총리에 오르게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자민당 총재는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정치인이다. 시류를 타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라 확신에 찬 ‘우익본류’로 평가되는 것은 집안 내력과도 관련이 있다. 아베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와 백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는 각각 총리를 지냈고,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는 외무상을 역임한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외할아버지 기시 전 총리는 일본의 중국 침략 본산이었던 만주국에서 그림자 총리로 활동하다, 전후 A급 전범으로 수감됐던 인물이다. 냉전 체제 성립으로 복권된 뒤 1957년부터 3년간 총리를 맡았다. 군국주의, 국수주의 성향이 강한 ‘기시파’는 중·일 국교 회복을 주도한 다나카파에 밀려 자민당 내 비주류에 속했으나 2000년대 고이즈미 정권의 탄생을 계기로 다시 세를 불리고 있다. 아베는 자민당 내 강경 국수주의 우파인 ‘기시파’와 혈연으로나 이념으로나 계승자인 셈이다. 그런 아베가 메이지유신의 주역이자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세이케이 대학을 졸업한 뒤 부친을 보좌해온 아베는 총재 유력 후보이던 부친의 타계로 1993년 부친의 선거구(야마구치 1구)를 이어받아 당선됐으며, 일찌감치 총리감으로 거론되며 승승장구했다. . 


 

그의 이념적 색채는 의정활동 초기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1997년 2월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을 결성해 초대 사무국장을 맡아 역사교과서 개정운동을 주도했다. 관방장관이던 2002년 9월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수행했으며, “북한과 안이하게 타협해서는 안된다”는 강경태도로 납치피해 당사자 5명의 귀국을 실현시키며 크게 주목받는다. 

 

고이즈미 총리에 이어 2006년 9월 총리에 오른 아베는 ‘아름다운 국가’라는 국정 슬로건 아래 과거사 부정과 개헌 준비, 애국 교육을 내건 교육기본법 개정, 방위청의 방위성 승격, 대북 제재 등을 추진했다. 아베 내각은 2007년 3월 위안부 강제 연행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면서 국제사회의 역풍을 맞았고, 각료들의 추문이 잇따르면서 몰락했다. 2007년 7월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에 참패한데다 같은 날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비난 결의를 해 궁지에 몰리자 건강 악화를 호소하다 9월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와신상담을 거듭한 그는 ‘강한 일본’을 기치로 지난 9월26일 자민당 총재에 재선했다. 부인 아키에(昭惠·50)는 모리나가제과 전 사장의 장녀로 열렬한 한류팬이었으나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류 드라마 시청을 중단했다고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