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대지진1년]쓰나미 도달지점에 1만7000그루의 벚나무 심는 리쿠젠타카타 주민들

서의동 2012. 3. 8. 13:36

ㆍ자연재해 경각심 외에 관광자원 이용 속내도

“나는 분합니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리쿠젠타카타시의 많은 이들이 숨졌습니다. 이후 ‘사실은 이번과 동일한 규모의 쓰나미가 과거에 해안을 덮쳤다는 기록이 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10m가 넘는 쓰나미가 올 가능성이 있고, 지금 제방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이와테(岩手)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 ‘벚나무 라인 3·11’의 활동취지문 가운데 한 대목이다. 벚나무 라인 3·11은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직후 쓰나미가 육지에 도달한 지점을 벚나무로 심어 연결하는 식목사업을 벌이고 있다. 쓰나미가 육지에 도달한 지점을 반듯하게 펴면 170㎞에 달한다. 이 지점에 10m 간격으로 벚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벚나무심기 시민운동에 나서고 있는 사토가즈오씨. 이 나무가 있는 곳까지 쓰나미가 밀려왔다고 한다. 해안에서 까마득히 먼 이곳까지 쓰나미가 들어왔다는 말이 잘 실감나지 않았다./by 서의동


쓰레기 잔해 철거로 점차 쓰나미의 흔적이 없어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몇몇 주민들이 지난해 9월 실행위원회를 결성해 본격 활동에 나섰고, 6일까지 100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동일본 대지진 1년째가 되는 오는 11일에도 추가로 식목을 하기로 했다. 이 운동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일본항공(JAL)이 기내 오디오 프로그램에서 특집으로 다루며 전국적으로 반향을 모으고 있다. 쓰나미 도달 지점에 대한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뤄지는 운동이니만큼 주민들의 관심과 호응도 높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공원 조성을 비롯한 각종 ‘추모’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리쿠젠타카타시는 해안에 소나무 방풍림을 다시 조성할 계획이다. 해안 1㎞에 수백년 전 조성돼 일본 100경 중 하나로 꼽혀온 이곳의 다카타마쓰바라(高田松原)는 쓰나미로 ‘기적의 소나무’ 한 그루를 제외한 모든 소나무가 뿌리째 뽑혀 사라졌다. 구보타 다카시(久保田崇·36) 리쿠젠타카타시 부시장은 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안부에 우선 송림을 조성하고, 쓰나미 피해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피해 건물 일부와 ‘기적의 소나무’, 쓰나미 당시의 영상과 기록 등을 접할 수 있는 ‘메모리얼 공원’을 만들 계획”이라며 “방문객들이 자연재해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깨닫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도 쓰나미에 의해 밀려 JR철도 시시오리카라쿠와(鹿折唐桑)역 앞 도로에 올라온 길이 60m의 330t급 어선 제18교토쿠마루(共德丸)호 주변에 ‘진혼의 숲’이라는 기념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호쿠 지방에 남은 쓰나미 흔적 중 가장 큰 구조물인 이 선박을 보려는 이들을 위해 시는 입간판을 세웠고, 배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철제 지지대로 고정시켜놨다. 배가 밀려올라오는 과정에서 선체 밑에 깔린 자동차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卷)시는 항구 근처의 도로 중앙분리대로 떠내려온 10m 크기의 통조림 모형을 보존하기로 했다. 이 통조림은 수산가공회사 기노야이시노마키수산 본사 건물에 붙어 있었으나 쓰나미로 500m가량 밀려들어왔다. 



도호쿠의 자치단체들이 재해기념공원을 조성하려는 것은 주민들 스스로 자연재해를 잊지 않기 위한 차원이지만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없는 지역사정에서 재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속내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리쿠젠타카타시 부시장 인터뷰 

 

 

구보타 다카시 리쿠젠타카타 부시장

“본격적인 복구·부흥은 10년은 걸릴 장기적인 작업입니다. 그동안에도 리쿠젠타카타를 잊지 말고 찾아와 격려해주기를 희망합니다.”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 구보타 다카시(久保田崇·35·사진) 부시장은 지난 6일 시내 가설청사에서 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흥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한 데도 세간의 관심이 식어갈 지 모른다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라며 “부디 호흡이 긴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보타 부시장은 외부에서 격려방문을 하고 싶어도 숙박시설이 모자라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우선 쓰나미 피해가 없는 폐교 한 곳을 숙박시설로 개조할 계획이고, 도쿄와 달리 넓은 집들이 많아 홈스테이 같은 방식으로 외국인들이 머무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의 관심사인 주거안정과 고용창출 두가지 모두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거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지대가 제한돼 있는데 임야 주인은 민간인이 많고 소유주가 여러명인 경우도 있어 조정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며 “가설주택 주민들의 이주가 빨라야 5년 뒤에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차 산업 외 일자리가 원래 적은 데다 쓰나미로 쓸려간 사업장이 많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모두 떠나버릴 수 있어 걱정”이라며 “대지진 이후 몇몇 기업들이 고지대에 토지를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주거공간도 모자라는 상황이어서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구보타 부시장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시 직원 25%가 죽었고, 살아남은 이들도 가족·친지를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가족을 돌볼 겨를도 없이 숨가쁜 나날을 보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