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 서점가 ‘혐중증한(嫌中憎韓)’ 바람

서의동 2014. 2. 11. 18:30

ㆍ혐한논객 책 기획 전시

ㆍ‘매한론’ 7주 연속 10위권… 출판계 새 장르로 정착

11일 오후 일본 도쿄 시내의 대표적 서점가인 진보초(神保町)의 한 대형서점. 최근 20만부를 돌파한 <매한론>을 비롯한 ‘혐한’ 서적들이 계산대 바로 앞의 특설코너에 나란히 놓여 있다. 매한론을 홍보하는 광고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과 ‘재팬 디스카운트(일본 깎아내리기) 운동의 선두를 달리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질려버린 한국론’으로 번역될 수 있는 매한론은 최근 대표적인 혐한 논객으로 떠오른 저널리스트 무로타니 가쓰미(室谷克實)가 <악한론(惡韓論)>의 후속편 격으로 내놓은 혐한서적이다. 매한론 옆에는 반한활동을 해온 귀화 일본인 오선화의 <모일론(侮日論)> <반일한국은 왜 미래가 없는가> <허언과 허식의 나라 한국> 등이 기획 전시돼 있다. 

11일 일본 도쿄시내 한 서점의 특설코너에 ‘혐한서적’으로 불리는 한국 비난 책자들이 진열돼 있다. 도쿄 | 서의동 특파원


일본에서 ‘혐중증한(嫌中憎韓)’, 즉 반중·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책들이 출판계의 새로운 장르로 정착돼 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들어 중국·한국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을 비판하는 배외주의 서적들이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서점에는 이런 책들을 집중 소개하는 별도코너까지 설치돼 독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올들어 일본의 신서·논픽션 부문의 주간 베스트셀러에 <매한론> <모일론> <거짓말투성이의 일·한근현대사> 등 ‘혐중증한’ 장르의 책이 3권이나 진입했다. 이 가운데 <매한론>은 7주 연속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혐중증한’ 서적이 주간 베스트셀러에 한 권도 진입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언론사 서울특파원을 지낸 무로타니가 산케이신문이 발행하는 타블로이드 신문 ‘석간 후지’에 연재해온 칼럼을 토대로 엮은 <매한론>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시위 등의 사진을 곁들이며 “한국의 반일운동이 일본을 깎아내리려는 의도에서 전개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조롱받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로타니가 쓴 <악한론>도 11만부가 팔려나갔다. 

헌정사가인 구라야마 미쓰루(倉山滿)가 쓴 <거짓말투성이의 일·한근현대사>와 <거짓말투성이의 일·중근현대사>는 각각 7만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오선화의 <모일론>도 3만부 넘게 팔렸다. 이런 추세에 맞춰 2005년 출간돼 100만부가 팔린 <만화 혐한류>가 이달 중 무크지 형태로 다시 출간될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출판계에서 ‘혐중증한’ 서적들이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